2019.01.04 게임과 심리학

게임과 심리학 #6 게임과 스트레스

심리학의 관점에서 현 시대의 게임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게임과 심리학’.

문화심리학자 이장주 박사가 들려주는 ‘게임과 심리학’ 6편에서는 스트레스 해소법의 하나로 게임 플레이의 역할에 대해 심리학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게임을 왜 합니까? 라고 물어보면 가장 흔하게 듣게 되는 답 중 하나가 ‘스트레스가 해소’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회사와 학교에서 경험하는 경쟁과 성과에 대한 압박은 스트레스의 주범입니다. 그리고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은 쉽고 간편하게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방편으로 널리 애용되지요.

그런데 게임 속도 알고 보면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는 강한 적들과 몬스터들이 득실거립니다. 이상하지요? 난이도가 높고, 치열한 게임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게임을 하고나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요? 이번 주제는 게임과 스트레스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스트레스의 핵심은 ‘통제 가능 여부’

스트레스(stress)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신체적 긴장 상태’를 의미합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거나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을 때 느끼는 소화불량, 불면과 같은 상태가 스트레스의 전형적인 반응입니다.

열심히 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을 때 우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지요.

결국 스트레스의 문제는 어려운 정도 즉,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것을 잘 다룰 수 있느냐의 통제감(sense of control)이 스트레스의 경중을 가르는데 더 핵심이 됩니다. 똑같은 시험이라도 이전에 치러 본 적이 있으면 좀 덜 긴장됩니다. 또 연습을 많이 하면 부담을 덜 느끼게 되지요. 스트레스를 느끼는데 통제감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가를 알려주는 사례들입니다.

어려운 학교시험과 최강의 난이도 게임은 똑같이 어렵지만 ‘통제감’의 측면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학교시험은 통제를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 어려운 게임은 시작부터 끝까지 내가 통제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리 애를 써도 해결할 수 없는 미션과 강한 상대를 만나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 핵심!


게임은 통제감을 회복하기 위한 삶의 본능

스트레스를 덜 경험하는 것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은 깨끗한 공원을 산책하는 것과 지저분한공원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만큼이나 차이가 큽니다.

그렇다면 게임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하는 것일까요? 그 해답 역시 ‘통제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내 생활의 일부에서 통제감을 갖는 것은 삶 전체의 통제감을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적어도 게임을 하는 동안 경험했던 통제감은 내가 그렇게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라는 강렬한 증거가 됩니다. 그렇기에 통제할 것이 많지 않은 청소년들과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게임으로 모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삶의 본능인 것입니다.

통제감이 상실된 이들이 경험하는 것이 ‘우울’입니다. 특히 젊은이, 임산부, 출산모, 그리고 노인층이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오랫동안 통제감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미래의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무망감(hopelessness)’이 생깁니다. 이런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자살입니다. 통제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의 수단인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거두는 비극이지요.

지속적으로 통제감이 상실되면 극단적인 선택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게임은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칸(Khan) 교수팀[1]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 160명을 대상으로 비디오 게임을 이용한 우울증 치료를 시행했습니다.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이 21세였고, 30% 이상이 여성인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연구결과 관련 증상이 유의미하게 개선된 효과를 보고했습니다. 또한 게임 내에 삽입된 메시지를 통해 참여자 스스로가 증상을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심어줬다고 연구팀은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우울증 개선 연구도 인상적입니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2]은 우울증을 겪는 60∼89세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4주간 게임을 하게 한 후 이들의 병세와 과거에 항우울제를 복용한 환자 33명과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항우울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12주간 투약한 후 우울증 증세가 호전된 반면 게임을 한 이들은 4주만에 나아졌다는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노인들의 “우울증을 개선하는데 게임이 약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이 시사되는 연구입니다.

우울증으로 고민인 어르신이 계시다면 즐거운 게임 한 판 같이 해 보는 건 어떠실까요?


게임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원리

처음부터 심각한 병은 없습니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랫동안 방치해둔 결과로 발생한 것입니다.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지요. 여기에도 게임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게임이 매운 떡볶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정신이 쏙 빠지는 매운 떡볶이를 먹고 나면 개운한 느낌이 듭니다.

왜 그럴까요? 매운 맛은 통증입니다. 몸에 통증이 나타나면 몸은 위기반응이 일어납니다. 대응을 하기 위해서 진통효과를 발휘하는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이 몸 속에서 분비됩니다. 이런 것들이 떡볶이를 먹기 전에 느꼈던 스트레스까지 함께 날려주는 것이지요. 스릴있는 놀이기구와 공포영화도 떡볶이와 비슷한 효과를 유발합니다. 게임도 매운 떡볶이와 같은 원리로 작동하여 스트레스를 줄여줍니다. 떡볶이보다 더 안전하게 말입니다.

이 사진을 보는 당신의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이 +10 증가합니다.


게임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

또 다른 스트레스 해소 방식으로 ‘기분전환’을 들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악화되는 상황 중 하나가 그 상황을 계속 정신적으로 곱씹는 ‘반추(rumination)’가 일어납니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상황은 반추작용 때문입니다. 많은 연구들이 반복적으로 증명하는 사실은 반추가 스트레스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반추를 막으려면 다른 몰입할 거리가 필요합니다.

지금 떠오르는 그 생각을 멈추세요! 그래야 행복해집니다~

이럴 때 게임은 안성맞춤으로 스트레스를 잠시 잊도록 하여 반추의 악순환을 멈추어 줍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몸 속에서는 스트레스로 받았던 생리적 긴장들이 서서히 완화됩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 원리를 설명하지요. 게임은 시간이 약효를 발휘하도록 해주는 중요한 보조제의 역할을 하고 있던 겁니다.

그리고 최근에 밝혀진 또 다른 사실은 스트레스와 사람들 간의 친밀함과 관련이 있다는 점입니다. 주변에 친밀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어두운 밤길을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가면 덜 무서운 원리라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나를 알아주는 친구를 찾게 되지요.

함께 하면 더 즐겁습니다~! 。^‿^。

요즘 이런 친구들을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바로 게임입니다. 게임은 그 자체로도 스트레스 경감의 효과가 있지만, 거기서 만나는 친밀한 사람들과 관계도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무시하지 못할 효과가 있다는 점이 많은 연구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과 어울리는 일은 심혈관계를 안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줄여주며 면역기능을 향상시켜줍니다. 뭐 보약이 따로 없네요.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게임과 함께 스트레스 없는 그런 건강한 한해 되시길 소망합니다.


참고 문헌

[1] Khan, S., & Peña, J. (2017). Playing to beat the blues: Linguistic agency and message causality effects on use of mental health games application. Computers in Human Behavior, 71, 436-443.

[2] Morimoto, S. S., Wexler, B. E., Liu, J., Hu, W., Seirup, J., & Alexopoulos, G. S. (2014). Neuroplasticity-based computerized cognitive remediation for treatment-resistant geriatric depression. Nature communications, 5, 4579.


이장주

이장주

문화심리학자.
평범한 사람들이 더 활력 있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다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심리학의 관점에서 문화적 이슈를 다루는
글쓰기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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