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4 게임 속 스토리텔링

게임 속 스토리텔링#2 매스 이펙트

게임 칼럼니스트 이경혁 작가가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게임을 엄선해 다루는 ‘게임 속 스토리텔링’

2편에서는 문명의 순환구조를 게임 안에 녹여낸 <매스 이펙트>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게임 속 스토리텔링#2 매스 이펙트

주의_ 본 기사는 매스 이펙트에 대한 다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주 대통합의 걸림돌, 리퍼

여기 우주구급 오지라퍼가 있습니다. 3명의 상륙 분대로 우주의 온갖 일을 해결하죠.

실력 또한 출중해서, 멸망 직전의 은하계를 구하기도 합니다. 바로 명작의 반열에 오른 <매스 이펙트> 3부작의 주인공, 존 셰퍼드입니다.

은하계 곳곳에서 기적을 행하는 사나이, 존 셰퍼드 

은하계 곳곳에서 기적을 행하는 사나이, 존 셰퍼드 

매스 이펙트의 배경은 은하계입니다. 급격한 기술 진보를 이룬 인류는 마침내 은하계로 진출하죠.

외계인들의 연합체라는 존재와 만나는, 우주 대통합(!)의 기운이 가득한 시대가 바로 이 게임의 시간적 배경입니다.

우주 대통합에 기여할(?) 외계인들 

우주 대통합에 기여할(?) 외계인들 

은하계 수도인 인공행성 ‘시타델’을 최초 발견한 아사리, 말도 행동도 빠른 샐러리언, 높은 지능과 강한 전투력을 지닌 크로건 등…

개성 넘치는 우주 종족들이 살아가는 은하계. 그런데 어라라? 이 은하계는  멸망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승전멸망

바로 ‘리퍼’라는 존재 때문입니다.

기계 + 오징어?? 은하계를 멸망시키려는 리퍼 

기계 + 오징어?? 은하계를 멸망시키려는 리퍼 

리퍼는 이름 그대로 수확자입니다. 모든 유기체 문명을 멸종시키는 게 목적이죠. 게임의 핵심은 리퍼의 의도를 파헤치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집니다. 살아남는 인물, 각 종족의 후일담 등이 선택의 결과에 영향을 받죠.

리퍼와 외계인 연합의 대결이라는 큰 줄기는 변하지 않지만, 다채로운 선택과  분기는 게임에 재미를 더해줍니다.

그래 결심했어! 외치면서 인생극장처럼 둘 중 하나를 고르면?

그래 결심했어! 외치면서 인생극장처럼 둘 중 하나를 고르면?

인공지능종족 게스와 그 창조주인 쿼리안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한 쪽이 멸종하는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하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모든 것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엔딩에서 밝혀지는 비밀

매스 이펙트 3부작의 엔딩은 매우 충격적입니다.은하계의 어둠으로만 여겨졌던 리퍼의 실체가 밝혀지는데요.

1-2편에서 리퍼는 발달한 문명을 수확해, 그 에너지로 먹고 사는 기계 종족이었습니다.

그런데 3편의 엔딩에서 리퍼는 오히려 유기체 문명을 생존시키는 수단임이 밝혀집니다.

리퍼가 뭐...뭐라고!!??

리퍼가 뭐…뭐라고!!??

엔딩에서 만나는 인공 지능 ‘카탈리스트’ 는 인공 지능이 발전하면 필연적으로 유기체를 멸망시킨다고 말합니다 .

목적과 결과가 분명한 인공 지능의 입장에서 유기체는 비효율적이며, 이해할 수 없는 일종의 오류이기 때문입니다.

엔딩에 등장하는 고대 인공 지능, 카탈리스트 

엔딩에 등장하는 고대 인공 지능, 카탈리스트 

때문에 유기 문명은 결국 인공 지능에 의해 멸망합니다. 카탈리스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한 문명을 수확하는 리퍼를 만들어 낸 것이죠.

리퍼는 수확을 통해 문명과 그 창조물인 인공 지능을 파괴합니다. 이때 유기체 문명은 새로운 리퍼로 옮겨서 보관합니다.

발달한 문명만 파괴하기 때문에, 원시 단계의 유기체 문명은 살아남아 다시 발전해 나갑니다.

리퍼의 파괴 행위가 문명을 지켜내기 위함이었다!? ㅎㄷㄷ

리퍼의 파괴 행위가 문명을 지켜내기 위함이었다!? ㅎㄷㄷ

이는 일종의 순환이 됩니다. 4계절처럼 문명은 태어나고 성장해 멸망하기를 반복합니다.

발달한 문명의 빈자리는 새로운 유기체 문명이 채우는 방식으로 문명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 ‘카탈리스트’의 설명입니다.

지금까지 우주를 지키기 위해 리퍼와 싸워 온 플레이어에겐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세상_허무한것

매스이펙트 시리즈 최종장

엔딩을 보면 아시겠지만, 카탈리스트가 나와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으로 이야기를 급 종결시키는 바람에 많은 플레이어들의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게임 스토리의  뼈대는 영화 <혹성탈출>과 유사한데요.

영화의 엔딩에서 지구로 돌아가려고 애쓰던 탐험대는 원숭이 행성이 실은 인구가 멸망한 미래의 지구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절망하죠.

영화 <혹성탈출> 엔딩 장면 #세상허무 

영화 <혹성탈출> 엔딩 장면 #세상허무 

현재의 은하계 문명도 과거 몇 차례 멸망 후 생겨났다는 것이 게임 진행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납니다.

이러한 멸망-순환의 이야기는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인류가 창조주의 영역에 도달하기 위해 바벨탑을 쌓자, 창조주는 인간들의 말을 서로 다르게 만들어버려 공사를 중단시킵니다.

16세기 화가 브뢰헬이 그린 바벨탑 

16세기 화가 브뢰헬이 그린 바벨탑 

단일 언어로 움직이던 문명이 멈추고, 여러 언어의 새로운 문명들이 단절로부터 탄생한 것이죠.

피조물이 자신의 영역에 도달하려 하자, 이를 말살해 버린 성경 이야기는 절정 단계의 문명을 수확하는 리퍼의 이야기로 옮겨집니다.

거대한 순환 속의 순간으로 현재의 문명을 인식하는 매스 이펙트의 이야기는 ‘토먼트:누메네라의 물결’과 ‘호라이즌: 제로 던’ 등의 최근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죠.

멸망 후 새롭게 등장한 문명이 배경인 토먼트 : 누메네라의 물결 

멸망 후 새롭게 등장한 문명이 배경인 토먼트 : 누메네라의 물결 

기존의 역사관과 사뭇 다른 거대 순환 서사가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건, 역시 게임이라는 매체가 갖는 시간 관념이 독특한 것 때문 아닐까요.


이경혁

이경혁

게임 제작 관련업에 종사한 경험이 없는
순수 게이머 출신의 게임 칼럼니스트.
게임 비평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에
게임의 매체성을 환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저서로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이 있으며
성균관대에서 ‘게임과 인문학’ 교양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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