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03 VIEW

게임 원작 영화가 다 망하는 건 아니다!?

게임 원작 영화는 왜 항상 망할까? 에서 게임 원작 영화가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분석했던 허남웅 영화 평론가. 그가 이번에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게임이 원작임에도 불구하고 망하지 않은(!) 영화 두 편을 들고 왔습니다.

‘게임 원작 영화 = 망작’의 공식을 깨뜨린 이 영화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살펴 보시죠~. 😎


2002년 6월은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었다. 월드컵의 열기가 워낙 뜨겁다 보니 극장가도 이 시기를 피해 개봉일을 잡느라 분주했다. 6월 한 달 동안 이슈가 되는 영화가 나올 거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물며 게임이 원작인 <레지던트 이블>이 성공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내가 이 영화의 시사회에 참석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밀.라.요.보.비.치!!! 지금도 미모의 발광열이 여전한 그녀지만, <레지던트 이블>에 출연할 당시만 해도 밀라 요보비치는 여신 그 자체였다.

<레지던트 이블>에 출연할 당시만 해도 밀라 요보비치는 여신 그 자체였다.

여신님의 자태! +ㅁ+// 

<레지던트 이블>의 영화화는 모험이라기보다는 벤치마킹에 가까웠다. 게임 원작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남자 팬들을 고려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당대 남자 팬들의 가장 열렬한 지지를 얻는 여배우 중 액션 연기가 가능한 배우를 찾으면 된다.

그리하여 게임 원작 영화 중 최초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안젤리나 졸리의 <툼 레이더>(2001)였다. 그리고 1년 후, 미모나 액션이나 안젤리나 졸리에 전혀 꿀릴 게 없는 밀라 요보비치는 <툼 레이더>의 흥행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으로 <레지던트 이블>의 성공을 이끌었다!

<툼 레이더>가 앞에서 끌어 주면 <레지던트 이블>이 뒤에서 밀어주는 ‘리어카 이펙트’로 게임 원작 영화의 짧지만 굵은 전성기를 이끈 두 영화의 흥행 요인은 어디에 있을까. 게임 원작 영화는 왜 항상 망할까?에서 그 첨단성을 인정받은 오각형 분석 시스템을 통해 <툼 레이더>와 <레지던트 이블>의 성공 원인을 살펴본다.


성공 사례1.  <툼 레이더>(2001)  가슴, 가슴, 그리고 가슴

<툼 레이더>(2001)  가슴, 가슴, 그리고 가슴♦ 장점 

하나, C컵 사이즈의 안젤리나 졸리는 라라 크로프트를 연기하기 위해 보정 속옷에 힘입어 D컵으로 가슴을 키움. 영화 제작진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포스터에서 그녀의 가슴을 F컵으로 다시 한 번 볼륨 업! 이에 남성 팬들의 가슴도 폭발 직전!  (╬☉д⊙)

더욱 밀착되는 의상을 선보인 툼 레이더 2편 포스터 

더욱 밀착되는 의상을 선보인 2편 포스터 

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배경으로 시원시원하게 펼쳐지는 액션!!

셋, 남자들만 즐길쏘냐? 남자 하인을 둘이나 거느리고 초콜릿 복근의 남성들을 가차 없이 두들겨 패며 자신을 괴롭히는 아버지의 망령마저 벗어던진 극 중 라라 크로프트의 독립

셋, 남자들만 즐길쏘냐? 남자 하인을 둘이나 거느리고 초콜릿 복근의 남성들을 가차 없이 두들겨 패며 자신을 괴롭히는 아버지의 망령마저 벗어던진 극 중 라라 크로프트의 독립에 여자 팬들도 대리 만족!!!

 007다니엘 크레이그의 소싯적 모습을 볼 수 있는 툼 레이더 1편 007다니엘 크레이그의 소싯적 모습을 볼 수 있는 1편 

♦ 단점

역시나 빈약한 이야기를 안젤리나 졸리의 블록버스터급의 화려한 가슴 볼거리로 가린 결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림.

♦ 결론

1편의 기세를 모아 <툼 레이더 2>(2004)를 발표하는 데 성공, 2편에서는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로 스케일을 대폭 키웠으나, 방향성을 상실한 스토리는 여전히 노답. 단 두 편으로 시리즈가 단명하는 결과를 초래함.


성공 사례2. <레지던트 이블>(2002)  <툼 레이더>의 성공 요소 재활용  

<레지던트 이블>(2002)  <툼 레이더>의 성공 요소 재활용  ♦ 장점

하나,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에 버금가는 매력의 밀라 요보비치를 캐스팅. 영화의 시작과 끝,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시연하는 액션은 남성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황홀경이라 아니할 수 없음.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에 버금가는 매력의 밀라 요보비치를 캐스팅. 영화의 시작과 끝,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시연하는 액션은 남성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황홀경이라 아니할 수 없음.

둘, 원작 게임 <바이오하자드>의 인트로와 좀비와의 한판 대결이라는 큰 설정만 따를 뿐 레드퀸에 접근하여 컴퓨터를 재부팅 한다는 등의 새로운 설정으로 흥미를 끌어 내는 데 성공함.

원작 게임 <바이오하자드>의 인트로와 좀비와의 한판 대결이라는 큰 설정만 따를 뿐 레드퀸에 접근하여 컴퓨터를 재부팅 한다는 등의 새로운 설정으로 흥미를 끌어 내는 데 성공

셋, 게임 원작 팬을 끌어들이는 한편 좀비물의 공식, 즉 식욕 저하되는 좀비 분장과 ‘꾸에엑’ 귀청을 찢는 좀비 BGM, 그리고 내 다리 내놔~ 하는 기세로 주인공을 뒤쫓는 좀비와의 추격전을 그대로 따르면서 공포 영화 팬까지 흡수하는 일타쌍피의 연출이 가히 일품임.

♦ 단점

하나, 1편의 성공에 고무된 나머지 영화가 사골국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후 10년 동안 재탕, 삼탕, 사탕까지 무려 4편의 속편을 우려 먹을 대로 우려 먹음.

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 포스터

 ‘최후의’ 심판이라며 속편 또 만들기 있기없기 ?

♦ 결론

그런데도 시리즈  최종판인 <레지던트 이블 6 : 파이널 챕터>의 개봉을 2016년으로 예고하며 작별을 예고함.


…그리고 성공 사례 3

게임 원작 영화는 왜 항상 망할까 에서 4개의 실패 사례를 든 것처럼 성공 사례 역시 4개의 작품으로 꾸려 보려 했지만, 게임 원작 영화로 흥행하는 것만큼이나 임파서블한 미션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니까, <툼 레이더>와 <레지던트 이블>이 항상 망하는 게임 원작 영화 중에서 극히 예외 사례였다는 것.

이를 결론 삼아 기사를 여기서 마치… 려고 했다. 그런데 무려 2회에 걸쳐 게임 원작 영화의 흥망성쇠를 다룬 나를 하늘이, 아니 할리우드가 어여삐 여기셨는지 마침 게임을 (원작이 아닌) 소재로 한 영화의 개봉 소식을 전해왔다. 7월 16일 개봉을 앞둔 <픽셀>이다.

<픽셀>은 외계인들이 고전 게임 캐릭터의 모습으로 지구를 공격하자 게임 고수 3인방이 이들에 맞서 전투를 벌이는 영화다. 아직도 우리에게, 무엇보다 나에게 친숙한 캐릭터인 ‘팩맨’과 ‘동키콩’과 ‘갤러그’와 ‘스페이스 인베이더’ 등이 <픽셀>의 외계인 주인공으로 등장해 실감나는 지구 침공 연기를 선보인다.

<픽셀>은 외계인들이 고전 게임 캐릭터의 모습으로 지구를 공격하자 게임 고수 3인방이 이들에 맞서 전투를 벌이는 영화다.

악당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겁니까  >ㅁ<

디지털 이미지 대신 점 픽셀을 그대로 ‘복붙’해 놓은 귀여운 캐릭터들은 1980년대를 현재로 소환한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슈퍼마리오로 빙의, 고릴라에게 잡힌 공주를 구하는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픽셀>은 기대감을 품을 만한 영화다.

그래서 나는 <픽셀>이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다는 데 거액 150원을 건다. 게임 원작 영화는 왜 항상 망할까 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150원이면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오락실에서 슈팅 게임을 무려 세 판이나 할 수 있는 돈이었다.

그만큼 자신 있다. <픽셀>이 흥행할 거라고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디지털 이미지 대신 점 픽셀을 그대로 ‘복붙’해 놓은 귀여운 캐릭터들은 1980년대를 현재로 소환한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슈퍼마리오로 빙의, 고릴라에게 잡힌 공주를 구하는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픽셀>은 기대감을 품을 만한 영화

…허나 꽤 포악한 악당이라는 거

하나, 게임이 원작이 아니라 소재다! 슈팅 게임의 전형적인 설정, 즉 지구를 침공한 나쁜 놈들에 맞선 좋은 분들의 활약상이라는 테마는 누구나 흥미를 동할 이야기 아닌가.

둘, 지구를 침공한 나쁜 놈들이 쭈글쭈글한 육포 외피를 덮어쓴 외계인이 아니다. 추억의 전자 오락기 속 점 픽셀의 친숙한 캐릭터다. “나 지금 떨고 있니?”가 “나 다시 돌아갈래”로 변환되는 이 놀라운 아이디어란!

셋, 응사, 응칠, 건축학개론 등 1990년 문화에 대한 향수가 이제 <응답하라 1988>의 제작 소식에 맞춰 1980년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전자오락기 세대를 향한 <픽셀>의 이 절묘한 개봉 타이밍!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어떤가? 재미겠쥬. 물론 위험 요소도 있다.

하나, 1990년대, 여기에서 조금 더 쳐줘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약발이 먹히던 아담 샌들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니 너무 약해.

2000년대 초반까지만 약발이 먹히던 아담 샌들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니 너무 약해.

(왕년의) 흥행배우 아담 샌들러 

어쩌다 보니까 글이  <픽셀> 홍보가 되고 말았다. 오해다. 이게 다 게임 원작 영화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 쓰다 보니 <픽셀>로 시작해(픽셀승전결?) <픽셀>로 끝나고(기승전픽셀) 말았다. 할리우드는 여전히 게임 원작 영화가 황금알을 낳는 콘텐츠가 되어줄 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픽셀>은 할리우드의 그런 환상에 기름을 부을 것인가, 찬물을 끼얹을 것인가. 실패할지라도 게임 원작 영화는 계속 시도되겠지만, 성공할 경우, 할리우드에서 게임 원작 영화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프로필2허남웅 딴지일보, FILM 2.0 을 거쳐 현재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 분야를 막론한 글쓰기로 수명을 갉아 먹고 있다. 구원해 줄 누군가를 열렬히 기다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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