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6 VIEW

게임 원작 영화는 왜 항상 망할까?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 캐릭터가 지구를 침공한다? 이 황당무계한 내용은 오는 7월 개봉을 앞둔 영화 <픽셀>의 한 줄 스토리입니다. 이처럼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데요, <레지던트 이블>처럼 성공한 시리즈로 자리잡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폭망하거나 그냥 망합니다…망한 것도 슬픈데 더 슬픈 건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Shift + Delete 된다는 거죠. 죽는 순간까지도 날 기억해 달라고 외치던 <매드맥스>의 눅스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ㅠㅠ)

게임 원작 영화 = 망작 이라는 불명예스런 공식은 왜 나온 것일까요? 게임 원작 영화의 망작 요인을 허남웅 영화평론가가 일목요연하게 분석해 준다고 합니다. 대체 왜 망했는지, 지금부터 살펴 보실까요?


지금은 게임 문외한, 아니 게임 무뇌아(?)이지만, 나도 한때 게임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국민학교 1학년 때(*초등학교 아니다. 내가 연식이 좀 있다. 심지어 학력고사 세대다.)  ‘갤러그’라는 신세계를 맛본 후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같은 슈팅 게임에 열광했다.

당시 이 게임들을 하기 위해서는 오락실 게임기에 50원(*500원 아님)을 바쳐야 했는데, 1학년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부모님을 졸라 당시 유행하던 노란 헬멧 모양의 게임기 ‘팩맨’을 구입했다. 세상이 다 내 것 까지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다 내 것인 양 매일 같이 파란 선의 미로 안에서 색색의 물귀신들을 피해 노란 점을 먹어 치우는 팩맨의 세계에 푹 빠졌더랬다.

학력고사 세대가 기억하는 국민 게임 팩맨

팩맨을 기억하는 당신 = 학력고사 세대

나이 많은 거 티 내는 것도 아니고, 왜 하필 지금 고릿적 게임 얘기냐고? 팩맨과 갤러그 외에 ‘동키콩’, ‘지네’ 등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의 캐릭터가 지구를 침공하는 내용의 영화 <픽셀>(하단 이미지)이 곧 개봉(7/16)을 앞둬서다. 이들 게임에 열광했던 나로서는 꽤 반가운 소식이다.하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또 한 편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폭망’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해서다.  😯

팩맨과 갤러그 외에 ‘동키콩’, ‘지네’ 등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의 캐릭터가 지구를 침공하는 내용의 영화 <픽셀>

생각해 보니, 게임이 원작이거나 주요한 소재가 되는 영화는 활발하진 않아도 드문드문 개봉하고 있다. 최근작으로는  1980년대에 유행했던 8비트 게임 ‘다고쳐 펠릭스’의 나쁜놈 캐릭터 ‘랄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주먹왕 랄프>(2012), 유비소프트 사의 인기 비디오 게임을 영화화한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2010) 정도가 있다.

언제부턴가 게임 원작 영화는 폭망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졌다. 게임은 핵존잼인데, 영화로 만들면 이상하게 병맛이 되어 버리는 현상은 수백억 대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제작사들을 난감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좋은 원작으로 각광받는다. 영화는 언제나 좋은 이야깃거리에 목 말라 있으며, 게임 팬들은 기본 관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후자는 100퍼센트 안이한 생각이다. 그동안 게임 원작이라는 이유로 게임 팬을 사정없이 우롱했던 영화가 얼마나 많았던가.  <슈퍼 마리오> <스트리트 파이터>(이상 1993) <모탈 컴뱃 2>(1997) <던전&드래곤>(2000) <파이널 판타지>(2001) <둠>(2005) <히트맨>(2007) <맥스 페인>(2008) 등등 한 트럭이었다.

이에 오늘 달성해야 될 것은 이것이다 하는 것을, 언급한 게임 원작 영화들이 왜 폭망했는지 정신을 차리고 살펴 나가면 대표적인 실패 사례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으로 성공 사례를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질 수가 있다.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고? 찰떡 같이 알아듣기 바란다.


실패 사례 1. <슈퍼 마리오>(1993) 애들 장난스러운 캐릭터 싱크로율

<슈퍼 마리오>(1993) 애들 장난스러운 캐릭터 싱크로율♦ 장점

하나, 게임 원작 영화의 본격적인 시도. 블록버스터의 시대를 맞아 너무도 당당히 닌텐도의 대표작을 영화로 옮김.

♦ 단점

하나, 쿠파에게 잡혀간 공주를 구하기 위한 마리오의 여정이 게임에서는 신나는 음악과 밝은 화면으로 전개되지만, 영화는 어설프게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어두운 세계를 표방하며 중2병 지수를 높이는 바람에 게임 팬들의 원성을 자아 냄.

둘, 콧수염난 뽀빠이 같은 귀여운 이탈리아 배관공 마리오를, 영화는 동네 술꾼 같은 외모의 밥 호스킨스로 캐스팅하는 악수를 둠. 지난 해 세상을 떠난 밥 호스킨스는 <슈퍼 마리오> 얘기만 나오면 자신 생애 최악의 영화였다고 툴툴거렸다고. 심지어 쿠파 대왕 역에는 대배우 故데니스 호퍼를 캐스팅했다. <이지 라이더>의 우수 어린 눈빛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갈라진 혀를 낼름거리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게 꽤나 괴로웠을 것이다.

전혀 다른 슈퍼마리오 쌍둥이 형제

그냥 형제도 아니고 쌍둥이 형제인데 왜…어째서..

데니스 호퍼가 연기한 쿠파 대왕

쿠파 대왕을 데니스 호퍼가 연기할 줄이야 

셋, 제목과 주요 캐릭터 정도를 제외하면 게임과의 유사성을 발견하기 힘듦. 예컨대, 쌍둥이 형제인 마리오와 루이지는 영화에서 부자 관계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외모의 편차가 심함. (*그 시절 존 레귀자모는 꽃미남이었으므로) 심지어 게임의 주인공이었던 마리오가 영화에서는 루이지에 밀려 2인자로 전락함.

♦ 결론  

제작비의 반도 못 건진 기록적인 흥행 실패와 함께 속편 시놉시스는 휴지통으로 직행.


실패사례 2. <스트리트 파이터>(1993) 영화의 안이한 게임 인식

<스트리트 파이터>(1993) 영화의 안이한 게임 인식♦ 장점

하나, <슈퍼 마리오>가 나왔던 1993년 같은 해 개봉하여 게임 원작 영화의 원년이라는 타이틀에 기여함. 딱 그 정도.

♦ 단점

하나, 장 클로드 반담, 카일 미노그와 같은 멋진 배우들을 캐스팅해 놓고 8비트 수준의 메롱스러운 분장과 옷차림으로 환호 대신 비웃음을 삼.

장 클로드 반담, 카일 미노그와 같은 멋진 배우들을 캐스팅해 놓고 8비트 수준의 메롱스러운 분장과 옷차림으로 환호 대신 비웃음을 샀다.

영화는 기승전반담 

둘, 게임에서 가장 호감도가 높았던 류를 조연으로 내려 앉히고 장 클로드 반담과 싱크로율이 높은 가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우를 범함. 영화의 목적이 반담 팬에 있다는 것을 간증하는 이 영화를 어느 게임 팬이 좋아라 할까.

원작 게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유명세만 믿다가 망한 영화 스트리트 파이터

혼다 : 춘리, 나랑 사귈래? / 춘리 : 꺼져 

셋, 위의 두 가지 단점은 영화가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 냄. 그저 여름 한 철 장사로 반담을 롤모델 삼은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이나 뜯어보겠다는 심산이었음. 원작 게임의 세계관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보다 짧은 시간에 후다닥 애들스럽게 만들어 내는 게 장땡이라 생각함.

♦ 결론

애들 팬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한 <스트리트 파이터>는 그 이듬해 <스트리트 파이터 2>를 발표하는 등 <스트리트 파이터-춘리의 전설>(2009)까지, 게임 원작 ‘망작’ 영화의 전설을 현재 진행행으로 써 나가고 있음.


실패사례 3. <파이널 판타지>(2001) 캐릭터들의 언캐니밸리한 눈빛

<파이널 판타지>(2001) 캐릭터들의 언캐니밸리한 눈빛♦ 장점

하나, 영화 전체를 실제 배우 없이 디지털 배우로 완성한 기념비적인 작품. 배우들에게는 앞으로 일거리가 없어지는 거 아니냐는 공포(?)를, 영화제 심사위원들에게는 안 그래도 배우 많은데 디지털 배우까지 이 영역에 넣어야 하는 거냐며 푸념을 안김.

♦ 단점

하나, 당대의 CG기술력을 총동원, 뛰어난 그래픽을 선사하지만 그 뿐이다. 극 중 캐릭터의 감정이 실리지 않은 으스스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관객의 ‘언캐니밸리’를 극복하지 못해 친근함을 주는 데 실패.

극 중 캐릭터의 감정이 실리지 않은 으스스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관객의 ‘언캐니밸리’를 극복하지 못해 친근함을 주는 데 실패

내 눈빛이 어때서?

둘, 게임 원작의 이전 영화와 달리 <파이널 판타지>는 게임 <파이널 판타지 7>의 방대한 세계관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음. 게임을 접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영 쉽지 않다는 얘기. 극 중 ‘가이아 이론’의 증거로 제출되는 ‘라이프 스트림’은 게임을 겪지 않은 이들이라면 그저 어려운 전문용어에 따른 난해한 장면으로 다가옴.

셋, 그러다 보니 장면 하나 하나 뜯어 보면 완성도가 뛰어나지만, 연결해서 보면 응집력이 약해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의 입장에서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짐.

♦ 결론

게임 팬들에게는 호감을, 그렇지 않은 팬들에게는 비호감을 준 어정쩡한 형태의 영화가 되었음


실패사례 4. <둠>(2005)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이야기 부재 

<둠>(2005)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이야기 부재 ♦ 장점

하나, 게임 원작 영화의 실패가 게임과 사용자 간의 인터랙티브한 관계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데 착안, 1인칭 게임 타격 시점을 그대로 영화로 옮겨 온 나름 참신한 시도.

둘, 지금은 할리우드 우주 대스타가 된 로자먼드 파이크의 신인 시절 풋풋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음.

지금은 할리우드 우주 대스타가 된 로자먼드 파이크의 신인 시절 풋풋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음.

우주 대스타 로자먼드 파이크의 신인 시절

♦ 단점

하나, 1인칭 게임 타격 시점이면 뭐하냐고. 관객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마치 남이 게임하는 걸 뒤에서 지켜보는 듯한 하품 유발.

둘, 슈퍼 인간이 된 우리의 주인공이 감자탕 뼈다구 같이 생긴 우주괴물을 1인칭 타격 시점으로 처치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기 위해 1시간을 기다려야 함. 역시나 게임 원작 영화의 전가의 보도(?) 같은 이야기 부재의 함정을 피해가지 못함.

♦ 결론

기존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시점을 착용해 눈길을 끌었지만, 역시나 전체적인 완성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지는 못함.

*보너스 ) 게임 원작 영화의 마이너스의 손, 우베 볼 

게임 원작 영화를 얘기할 때면 늘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안 좋은 의미에서다. 맞다, 이름도 참 슈팅 게임스러운 ‘우베 볼’이다. 그는 건드리는 영화마다 괴작(怪作)으로 완성하는 ‘마이너스의 손’ 감독으로 유명하다. 우베 볼은 특히 게임 원작 영화를 망치는 데 일가견이 있다. <파크라이>와 <던전시즈>를 각각 영화화한 <왕의 이름으로>와 <포스탈>, 그리고 <얼론 인 더 다크> 등이 그의 괴작의 만신전에 오른 작품이다. 후에 우베 볼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영화화하고 싶다고 하자 ‘블리자드’가 게거품을 물며 ‘반사’를 외친 일은 유명하다.

게임 원작 영화의 마이너스의 손, 우베 볼 

블리자드 너어어~~! 

재미있게 보셨나요? 게임 원작 영화 스토리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


 프로필2허남웅 딴지일보, FILM 2.0 을 거쳐 현재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 분야를 막론한 글쓰기로 수명을 갉아 먹고 있다. 구원해 줄 누군가를 열렬히 기다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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