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1 게임 현지화 스토리

게임 현지화 스토리 #2 영어 현지화의 역사 : 팩맨부터 오버워치까지

전세계 유저들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게임이 되려면,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이에 맞게끔 콘텐츠를 다듬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이를 ‘게임 현지화’ 라고 하는데요. 각 나라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 보니, 현지화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재미난 일화들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게임 현지화 스토리, 2편에서는 영어로 번역되는 게임의  현지화 역사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 ͜ʖ ͡°)


1편에서 소개한 와우의 섬세한 현지화의 영향으로 한국에 출시되는 외국 게임들의 현지화 수준이 대폭(!)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모드의 이름을  “니가가라 하와이”로 기발하게 번역했고, 콘솔 게임들도 욕을 찰지게(?) 살리는 등, 제대로 된 현지화를 위해 공을 들이는 게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삼국지 번역 오류

삼국 시대엔 전쟁터에서도 존대를 했다고 합니….읭? 

그렇다면 이번에는 영어로 번역되는 게임의 현지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영어 현지화의 역사는 1970년대 말 즈음부터 시작됩니다.

일본 개발사들은 게임의 해외, 특히 미국 시장의 가능성을 미리부터 알아보고 발빠르게 현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초의 영어 현지화 사례 중 하나는 1980년에 일본의 남코가 발매한 ‘팩맨’입니다. 원래 팩맨의 영어 이름은 ‘Puck-man’이었는데요, 북미 진출 시 F 로 시작하는 욕설(…)과의 유사성 때문에 ‘Pac-man’으로 이름을 바꿨죠.

2이름을 바꾼 덕분(?)인지 대성공을 거둔 팩맨

팩맨처럼 성공 사례도 간간히 있긴 했지만, 사실 일정이나 비용 문제 때문에 현지화는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기 일쑤였습니다.

실제로 프로그래머들이 영문법 책을 뒤져가며 직접 번역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초창기 북미에 진출한 게임에는 혼란스러운 번역이 넘쳐납니다.

프로그래머한테 영어 번역을 하라니... 

프로그래머한테 영어 번역을 하라니…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1989년 북미에 출시된 토아플랜의 초기작 ‘제로 윙’이 있죠. “너희의 기지는 모두 우리가 차지했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지만… 문법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습니다.

토아플랜의 초기작 ‘제로 윙’ 번역 오류

모든 너 기지 다 내꺼다요ㅋ

하지만 이런 어색하지만 왠지 모르게 위압감 있고 병맛스럽기까지 한 번역 덕분에 오히려 유명세를 타게 되었죠. 이 문장을 설명하는 위키피디아 페이지까지 있을 정도면 말 다했죠?

티셔츠도 나왔어요!! 절찬리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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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북미에 진출한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2 링크의 모험’의 오역 역시 너무나 유명합니다.

원작에서의 캐릭터명이 ‘에러’의 패러디였기 때문에 원래는 ‘Erol’ 정도로 번역해야 했지만, 어쩌다 보니 정직하게 ‘Error’가 되어버렸네요.

‘젤다의 전설 2 링크의 모험’의 오역 1아엠에러! 나는 에러다!  ( ゚Д゚)y─┛~~

아래의 경우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와 거리가 먼 무언가가 있는 것 같네요!

‘젤다의 전설 2 링크의 모험’의 오역 2 응??

‘젤다의 전설 2 링크의 모험’의 오역 3

콩글라투라이션?

이렇게 오역과 오타가 난무하던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이르면 본격적인 현지화가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1991년 북미에 진출한 ICOM의 ‘매직 존’은 게임의 타이틀뿐만 아니라 캐릭터들까지 북미 유저들의 취향에 맞춰 다시 그리는 정성을 들였습니다.

ICOM의 ‘매직 존’은 게임의 타이틀뿐만 아니라 캐릭터들까지 북미 유저들의 취향에 맞춰 다시 그리는 정성을 들였습니다. 1

ICOM의 ‘매직 존’은 게임의 타이틀뿐만 아니라 캐릭터들까지 북미 유저들의 취향에 맞춰 다시 그리는 정성을 들였습니다. 2주인공이 어쩌다 이렇게 역변을 (´д`、)

물론 몇몇 게임에는 아직도 이런 오타가 남아있긴 했지만요.

물론 몇몇 게임에는 아직도 이런 오타가 남아있긴 했지만요.빅톨리!! 승륄ㄹㄹㄹㄹㄹ!!

2000년대에 이르면 온라인 게임의 발전과 와우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인해 와우처럼 완전 현지화를 추구하는 회사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발매 국가 언어 원어민의 검수를 받거나 전문 작가를 고용해서 스토리를 변경하는 등, 보다 자연스러운 게임플레이 경험을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려 노력하기 시작했죠.

파이널판타지 세계관의 게임 중 하나인 스퀘어에닉스의 ‘베이그런트 스토리’가 바로 그 좋은 예입니다.

번역 담당자는 일본어를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게임의 시대적 배경에 어울리게끔 중세나 초기 현대 영어에서 쓰던 단어들과 말투를 사용하여 유저들의 극찬을 받았죠.

‘베이그런트 스토리’ 1

게임의 탄탄한 스토리에 몰입감을 더해주는 번역 #여기가어디 #중세

베이그런트 스토리에 사용된 옛스러운 영어 표현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옛날 영어에 사용되던 ‘Your’의 표기 형식 ‘Yer’가 있습니다.

‘베이그런트 스토리’ 2

진정해 부라더

영화 <킹스맨>의 유명한 대사 “Manners maketh man.”의 ‘maketh’와 같은 느낌이죠. 이 외에도 이 게임에는 “Escutcheon”, “Dovecote”,  “Ensanguined Rood” 등 옛날 느낌 물씬 나는 단어가 가득합니다.

음성 더빙을 살펴보면, 파이락시스의 ‘XCOM 2’에서는 병사의 국적을 설정할 수 있고, 국적에 따라 그 나라의 언어로 된 대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국적도 매우 다양하죠.

최근 ‘오버워치’에서도 캐릭터들의 국적에 따라 일부 대사는 모국어로 말합니다. 한국어 더빙은 특히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하는데, 해당 외국어를 전공한 성우를 구하거나 언어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다고 하네요.

오버워치_겐지겐지의 궁극기 대사를 2배속으로 재생하면? 류승룡 기모찌!

이처럼 완전 현지화는 오늘날의 게임에서는 대세가 되었고, 많은 게임회사들이 다른 언어 사용자들도 게임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현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현지화 작업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주리희

주리희

게임 번역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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