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0 게임 현지화 스토리

게임 현지화 스토리 #3 현지화 작업의 영역

전세계 유저들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게임이 되려면,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이에 맞게끔 콘텐츠를 다듬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이를 ‘게임 현지화’ 라고 하는데요. 각 나라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 보니, 현지화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재미난 일화들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게임 현지화 스토리, 3편에서는 현지화 작업의 영역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 ͜ʖ ͡°)


게임을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퍼블리싱하는 나라의 언어로 바꾸는 이른바 ‘완전 현지화’가 대세입니다. 따라서 각 회사의 현지화 담당자의 역할도 늘어났습니다.

일이 몰린 현지화 담당자의 일성 (ㅠ_ㅜ)

일이 몰린 현지화 담당자의 일성 (ㅠ_ㅜ)

기존의 텍스트 번역은 물론이고 이미지와 사운드, 나아가 게임 콘텐츠에 대한 현지화도 필요하게 된 것이죠. 이번 시간에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지화의 영역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지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번역이죠. 게임 타이틀부터 퀘스트, NPC의 이름과 대사, 지역명, 아이템명, 아이템 설명, 시스템 설정 등등…게임 내 모든 텍스트를 번역해야 합니다.

흔한 게임의 번역 분량.jpg  이게 뭐냐면 ‘드래곤퀘스트 7’의 일본어 원문입니다... 

흔한 게임의 번역 분량.jpg

이게 뭐냐면 ‘드래곤퀘스트 7’의 일본어 원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현지화 작업은 기획과 원본 텍스트가 확정된 뒤에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 개발 후반부에 진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현지화의 기본 작업인 번역은 항상 시간과 비용과의 싸움이죠.

힘세고 강하게 (=빠르게 적은 비용으로) 번역한 결과힘세고 강하게 (=빠르게 적은 비용으로) 번역한 결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임의 특성상, 이 캐릭터가 여기서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맥락을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꽤 높아야 하죠.

게임의 세계관이나 설정,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없이 텍스트만 보고 번역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뭔말인지_알아먹을수가_있어야지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사를 이렇게 했다죠? 방가방가~~르네상스 시대에는 인사를 이렇게 했다죠? 방가방가~~

음성 녹음도 험난한 현지화 작업 영역의 하나입니다. 더빙한 음성 파일을 한국어 원본 파일과 0.1초까지 같도록 길이를 맞추는 작업은 기본입니다.

캐릭터와 입모양을 맞추는 것도 중요해서, 이에 맞게끔 스크립트를 번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려운 부분은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전문 성우를 섭외하는 것입니다. 캐릭터와 맞지 않는 성우를 섭외하면 싱크로율이 형편없어지죠.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나 어색한 연기는 몰입을 방해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나 어색한 연기는 몰입을 방해합니다 

이렇듯 높은 퀄리티를 위해서는 성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한 ‘하프라이프 1’의 전설적인 “장비를 정지합니다”의 경우를 보면 그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어? 저, 정지가 안 돼

7분 30초부터 들어보세요. 물론 처음부터 들어도 (미친듯이)재미있습니다

고퀄리티 패러디 영상도 보시죠 

그래픽 좋기로 유명한 1인칭 슈팅 게임 ‘크라이시스’의 북한군 병사들도 역대급 발연기를 자랑합니다.

야! 공격당하고 이써! 으아 내눈! 주거써!

깔끔한 UI를 만들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의 버튼과 팝업창, 배너 등은 공간이 한정적이라서 다른 언어로 옮겼을 때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죠.

한국어의 길이를 1이라고 봤을 때, 독일어나 프랑스어, 러시아어와 태국어 등은 2배 이상 길어질 수 있습니다.

언어를 바꾸면 이렇게 제목이 2배 이상 길어질 수 있습니다  #미터법_개발한_프랑스 _ 영화, 8 마일

언어를 바꾸면 이렇게 제목이 2배 이상 길어질 수 있습니다

#미터법_개발한_프랑스 

예를 들어, 블레이드 & 소울 (이하 ‘블소’)의 ‘각성 질풍지팡이 1단계’는 러시아어로 ‘Охранный жезл ветра ур. 1’로 글자 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길이 뿐만 아니라 글자의 높이도 언어마다 다른데요, 태국어나 티베트어 등은 한국어나 영어보다 세로 공간이 더 확보돼야 합니다.

그래서 해외에 퍼블리싱할 때는 한글 버전에 있는 텍스트를 아예 없애고 아이콘만 남기는 등의 방법으로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도 하죠.

블소의 한국(좌)과 북미(우) 버전의 인벤토리블소의 한국(좌)과 북미(우) 버전의 인벤토리

혹은 UI 의 길이에 맞춰 폰트 사이즈를 변경하기도 합니다. 이때 가독성 높은 폰트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죠.

아래 예시를 보면, 한국어로는 매우 간단한 옵션 설정이 태국어로는 매우 길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톰양쿵? 카오팟? 솜땀? 팟타이? #맛있겠다 #아는단어_총망라 톰양쿵? 카오팟? 솜땀? 팟타이? #맛있겠다 #아는단어_총망라 

각각의 나라마다 존재하는 문화적인 특성도 잘 챙겨야 합니다.  현지의 생생한 언어와 문화적 코드를 번역에 담은  WOW의 업적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죠.

해당 국가의 심의에 걸릴만한 콘텐츠나 이미지를 걸러내는 것 또한, 크게 보면 모두 현지화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미국-독일-한국-일본마다 다른 문화적 코드 (왼쪽부터) 미국-독일-한국-일본마다 다른 문화적 코드 

예를 들어 손가락으로 V표시를 하는 건 대부분의 나라에서 흔히 쓰는 사인이지만, 영국에서는 V사인을 할 때 손등이 상대에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큰 욕입니다(손가락 욕…아시죠?).

그래서 ‘레프트 4 데드’의 영국판의 경우 커버에서 손을 뒤집어서 출시했고, 일본과 독일에서는 뜯겨나간 엄지손가락이 심의에 걸려서 뜯긴 흔적을 지워서 나가기도 했죠.

(왼쪽부터) 오리지널 미국판 / 영국판 / 독일&일본판  커버 이미지(왼쪽부터) 오리지널 미국판 / 영국판 / 독일&일본판  커버 이미지

이처럼 현지화에는 언어 번역 외에도 음성, UI, 폰트, 법률, 문화적 측면에 대한 고려 등 다양한 요소가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른바 ‘발번역’의 진실을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리희

주리희

게임 번역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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