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4 내 인생의 게임

내 인생의 게임 #16 포가튼 사가

게임회사 사람들이 꼽는 ‘내 인생의 게임’은 무엇일까요?

내 인생의 게임, 이번에는 그 어떤 게임도 감히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유명세를 탄 ‘포가튼 사가’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게임(의 버그)을 통해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는 조용학 과장의 사연을 들어 보실까요~?  。゚+.( °∀°)゚+.゚


포가튼 사가는 지금도 잊을만 하면 인구에 회자되곤 하는 게임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게임이기에? 하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그 어떤 게임도 피해갈 수 없다는! 버그 때문

이 게임은 인터넷은 커녕  PC통신도 흔하지 않던 시절에 이미 버그로 엄청난 유명세를 탔습니다.

게임이 전설이 되기 전에 버그가 전설이 된, 알만한 아재 아니 게이머라면 누구나 아는 게임이죠.

하지만 이름과 달리 절대 잊혀지지 않는데… #언포가튼 

생각해 보면 포가튼 사가와의 첫 만남도 버그 때문이었습니다.

1997년  어느날, 게임 매장을 찾은 필자는 “끝내주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추천해 주세요!”라 외쳤고 주인 아저씨는 핫한 신상이라며 이 게임을 건네 주셨죠.

그런데 이게 왜 버그냐고요?

포가튼 사가는 RPG거든요 #전략_그런거없다 

포가튼 사가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의 후속작이자 외전입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이야기가 끝난 직후라, 전작의 인물과 이야기가 게임 내 NPC를 통해 종종 언급되기도 합니다.

주된 내용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느 모험가가 악마그리고 버그로 부터 세상을 구하는 모험담입니다.

모험 후 처음 하는 일 #부부싸움_참견 #오지라퍼 

출시 직후 한동안 포가튼 사가의 세계는 악마가 아닌 버그에 의해 위기에 빠졌습니다.

당시 모든 게임 잡지에서 포가튼 사가의 버그를 다루기 바빴고, 플레이해 본 적 없는 사람도 버그 내용은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였죠.

플레이한 사람이 100명이면 100가지 다른 버그가 언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온갖 종류의 버그가 난무했습니다.

끝도 없고 답도 없는 버그의 향연 

플레이 도중에 게임이 멈추는 현상은 흔한 포가튼 사가의 일상에 불과했죠. 당장 기억나는 버그만 꼽아보겠습니다.

뭐 이외에도 말하자면 끝이 없지만, 분량상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아직 할 이야기가 많거든요.

게임 플레이 반년 만에 처음 보는 여주인공 대사에 어찌나 감격했던지 (ŏ̥̥̥̥םŏ̥̥̥̥ )

영웅 서사시 구조를 [고귀한 탄생] -> [위기] -> [위기 극복] -> [행복한 결말] 로 설명한다면, 포가튼 사가의 주인공이 겪는 [위기] 는 버그였습니다.

이쯤되면 ‘왜 버그 투성이 게임이 ‘내 인생의 게임‘이라는 거야?’ 하고 궁금해 하실 텐데요.

그 이유는 버그에 가려져서 그렇지, 알고보면 까도까도 끝이 없는 양파같은 매력을 가진 게임이기 때문이죠. 그럼 지금부터 그 매력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정작 이 버그는 못 봄… #운명을_탓해라 

※ 원래 버그가 난무하는 원본 버전을 플레이하고 싶었으나,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게임CD가 사라져 패키지의 로망 버전으로 플레이를 했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버그를 중계해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끝간 데 모를 자유도

포가튼 사가의 매력은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착각을 주는 자유도에 있습니다.

자유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스템은 오픈월드 게임처럼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한다’는 것인데요.

포가튼 사가도 오픈월드형 게임이지만(함부로 다니다 쉽게 죽어요…) 진정한 자유도 시스템은 다른 데 있습니다. 게임 시작 첫 화면을 보시죠.

진짭니다. 정말이에요 

이 화면도 버그 같네요 

주인공과 여주인공을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 주인공은 이름 뿐만 아니라 직업 및 능력치도 고를 수 있습니다.

요즘에야 내 캐릭터 이름은 내가 정하는 게 기본이지만, 당시만 해도 꽤 신선한 시스템이었죠. 동료들 역시 플레이어가 직접 세팅할 수 있었습니다.

너님 내 동료로 찜

새로운 엘프, 아니 영웅은 언제나 환영!  ٩(๑>∀<๑)۶

진정한 포가튼 사가의 자유도는 동료를 선택 이후에 있습니다.

어떤 동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플레이어가 접할 수 있는 게임 내 이벤트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엔딩을 본 플레이어들도 아직 접하지 못한 이벤트를 보기 위해 또다시 새로운 동료들과 새로운 모험을 떠나곤 합니다.


극악한 던전

포가튼 사가의 던전은 버그에 가려져서 그렇지 극악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백 마디 말로 하는 것보다는 일단 한번 보시죠.

  #최종보스던전 #이것은_일부일뿐 

몰라..뭐야..이거 무서워… #함정 

최종 보스 던전만 해도 위와 같은 던전을 3개 정도 통과해야 하죠.  이런 던전을 수십 번 다니다 보니, 맵 안 보고 던전 도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이런 미로와 함정이 왜 포가튼 사가의 챠밍 포인트일까요? 정답은 바로 ‘아이템 파밍’에 있습니다.

가난했을 때(왼쪽)와 함정을 뚫고 나왔을 때(오른쪽)  #레벨올리고 #아이템얻고 

포가튼 사가의 보물상자 시스템은 로드할 때마다 다른 아이템이 나오기 때문에, 지금으로 치면 무한 가챠를 돌리는 심정으로 열고 로드하고 열고 로드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다양한 이벤트

포가튼 사가를 친구에게 빌려준 적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엔딩을 보고 나서야  시디를 돌려주었죠.

시디를 산 사람보다 먼저 엔딩을 본 친구의 행동에 화가 날 뻔도 했지만, 시디와 함께 준 A4 뭉치 때문에 친구를 용서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PC통신에 올라왔던 ‘포가튼 사가 이벤트 공략집’이었습니다.

당시 필자의 심경 

그 날 이후 필자는 한동안 공략본과 한몸인 것처럼 생활했습니다.

워낙 많은 이벤트가 게임에 숨어있다 보니 공략본을 볼 때마다 새로운 소설책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래거춤이 뭔지 아시는 분? 힌트는 #1996년 #맥주 

공략이 정말 어려운 이벤트도 많았기 때문에,  15년이 지난 후에 처음 본 것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NPC에게 말을 걸었을 때, 공략본대로 대사가 나오면 캬…그 두근거림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개그 요소가 함뿍 가미된 이야기부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사랑 이야기까지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답니다.

추억의 패스맨도 등장

물론, 버그 때문에 패치 깔기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벤트들도 있었습니다만…

1997년에 이런 (세련된)자학 개그라니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사랑 이야기까지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외에도 포가튼 사가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버그 수만큼이나 많습니다.

있을 건 다 있는 도트 그래픽과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 주는 BGM, 너무 가볍지도 아주 무겁지도 않은 스토리, 요소요소에 숨어 있는 깨알같은 손노리 특유의 개그 센스까지.

개발자 최소 궁예 #독심술 #뜨끔 

정말 기가 막히게도 포가튼 사가의 버그는 게임 진행 가능과 불가능 사이의 경계선에 절묘하게 위치해 있었습니다.

버그가 많을지언정 패치를 깔지 않아도 엔딩을 보는 것이 가능했던 게임입니다 (물론 불가능했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내가 이걸 보려고 버그를 이겨냈나 하는 자괴감은 댓츠노노 

잊을 만 하면 나타나는 버그들 때문에 괴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만 애정을 가지고 플레이한다면 버그로 얻은 스트레스를 날릴 재미를 보장합니다.

버그의 대명사라는 오명은 피할 길이 없지만, 그만큼 많은 꿀잼 요소도 있었던, 알고 보면 훌륭한 게임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남았으면 합니다.

수많은 버그를 이겨내고 맞이한 감동적인 엔딩 장면

(버그 때문에 최종 보스를 한 번 더 잡고 나서야 볼 수 있었…)


조용학

조용학

포가튼 사가 때문에
한때 ‘프로그래밍’이 되는 것이 장래희망이었던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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