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6 내 인생의 게임

내 인생의 게임 #2 데스트랙-죽음의 경주

게임회사 사람들이 꼽는 ‘내 인생의 게임’은 무엇일까요? ( ͡° ͜ʖ ͡°) 페르시아의 왕자를 소개한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응팔 세대의 감수성이 물씬 묻어나는 게임을 소개할까 합니다. 윤리감사실 허옥 차장이 강추하는 추억의 자동차 액션 게임, 데스트랙-죽음의 경주를 만나 보실까요~?


때는 덕선이가 피켓걸로 활약했던 88올림픽이 끝난 뒤, 1989년의 어느 여름 날. 오래 전이긴 하지만,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9시 뉴스에서는 이제 곧 컴퓨터의 시대(!)가 될 거라며 엄청나게 강조했고, 밤 10시부터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예술 작품(?)이라며 외계 생명체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묘한 영상을 방영하기도 했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 예술은 어렵다. ‘학교정규과목’에 채택돼  보급되기 시작한 컴퓨터 

‘학교정규과목’에 채택돼  보급되기 시작한 컴퓨터


그만큼 당시 컴퓨터는 미래를 향한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IT 기기였다. 컴퓨터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다 보니 친구들도 하나 둘씩 컴퓨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도 엄마를 졸라 컴퓨터 학원에 갔다. 그때 컴퓨터 학원에 가면 알파벳 외우기부터 시켰다. 알파벳을 못 외우면 컴퓨터도 만질 수 없었다. 컴퓨터 = 게임이기에, 오로지 게임을 하겠다는 일념 하에 알파벳을 악착같이 외웠다. 게임의 순기능이 격하게 발동한 셈이다.

해치우자! 그래!_인터넷 짤

알파벳 그까이꺼!


당시 컴퓨터 학원에서는 주중에는 게임 금지, 토요일에는 무제한 이용이라는 룰이 있어서 주말에는 지금의 PC방 저리가라 할 정도로 대단한 열기였다. 게임에 영혼을 팔아 버린 나는 심지어 책가방도 잃어버린 채 게임에 몰두하다 엄마에게 등짝 극딜 자유이용권을 허용하고 말았다. (지금도 가끔 그 얘기 하신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_인터넷 짤

그래도 게임은 포기할 수 없어^_ㅠ


책가방도 내팽개치게 만든 게임은  ‘데스트랙-죽음의 경주’ 라는 게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이 얼얼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물론 소중한 나의 등짝도 같이 얼얼해진다. 당시 우리 초딩들 사이에서 데스트랙은 유독 서로 카피해 주지 않고 하려면 직접 사서 하라는 ‘자생적 저작권 보호 활동’이 있었다. 예술과 마찬가지로 초딩의 마음은 헤아리기 쉽지 않다.

책가방도 내팽개치게 만든 게임은  ‘데스트랙-죽음의 경주’ 라는 게임이었다.

지금봐도 ㅎㄷㄷ한 로딩 화면


우리 동네에서는 게임을 구매하려면 비디오 대여점을 가야 했고, 그곳에서 공디스켓 판매와 게임 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내 생에 첫 콘텐츠를 사러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5.25인치 디스켓 한 장당 7백 원을 주고 게임을 복사했다. 첫 번째 문화소비인 셈이었다. 근데 친구가 복사해 주나, 비디오 대여점에서 복사하나, 결국 다  불법복사 아님?? (*공소시효 한참 지났습니다)

결국 그게 그거...인터넷 짤

결국 그게 그거…


데스트랙은 자동차 경주를 하는 게임인데 특이한 점은 기관총, 지뢰, 레이저, 미사일로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에서 미사일을 쏘다니!!! 정말 정말 획기적인 기획이 아닐 수 없다.

각종 무기가 난무하는 데스트랙

각종 무기가 난무하는 데스트랙


데스트랙의 기본 컨셉은 달리는 차에서 시종일관 깨고 부수는 영화 <매드맥스>와도 상당히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매드맥스>의 한 장면

영화 <매드맥스>의 한 장면

경주가 끝나면 신나는 무기 쇼핑

경주가 끝나면 신나는 무기 쇼핑  ( ^-^)_旦””


범퍼에 날카로운 못을 달아 앞차의 후미를 찌를 수도 있고, 바퀴에 꼬챙이 같은 것을 달아서 옆차를 가격할 수도 있다.

범퍼에 날카로운 못을 달아 앞차의 후미를 찌를 수도 있고, 바퀴에 꼬챙이 같은 것을 달아서 옆차를 가격할 수도 있다.

대략 이런 믹서기 같은 느낌?


경주용 게임답게 엔진이나 미션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경주에서 얻는 상금으로 아이템 구매가 가능하다. 트렁크 위에 날개도 장착할 수 있는데, 사실 뭐 이건 실제 날아가는 것도 아니고 접지력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별 느낌이 없다. 그렇다. 기능보다는 뽀대용인 것이다. 21세기 모니터에서 80년대 분위기를 좔좔 흐르게 하는 것은 바로 캐릭터! 각자의 개성을 십분 드러내는 캐릭터들로 구성돼 있는데, 캐릭터를 선택하면 사용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차량이 함께 소개된다.

21세기 모니터에서 80년대 분위기를 좔좔 흐르게 하는 것은 바로 캐릭터! 각자의 개성을 십분 드러내는 캐릭터들로 구성돼 있는데, 캐릭터를 선택하면 사용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차량이 함께 소개된다.

무시무시한 언니 오빠들


지금 생각해 보니 게임 제작을 위해 실제 모델들이 저런 분장을 했을 텐데…게임업계 종사자로서 저 분들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최소 50년 파워 이불킥할 자료다.)

강한 캐릭터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차량들
강한 캐릭터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차량들 2

 더 무시무시한 차량들


세월이 흘러 2008년에 ‘데스트랙 리저렉션’이라는 후속작이 나왔으나,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책가방과 맞바꾼 열정과 첫 문화 소비라는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한 첫사랑 같은 존재가 역변한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아 게임을 직접 해 보진 않았다.

내 생에 첫 게임이자 인생의 게임인 데스트랙, 꼭 성공해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데스트랙 리저렉션 영상


허옥

허옥

기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게임 서비스 및 게임을 만드는 환경에 대해 감사하는
엔씨소프트 내부 IT 감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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