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8 내 인생의 게임

내 인생의 게임 #34 스트리트 파이터 2

게임 회사 사람들이 꼽는 ‘내 인생의 게임’은 무엇일까요? ( ͡° ͜ʖ ͡°)

이 게임을 하기 위해 팬티 바람으로 혼이 나도 오락실에 향할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는데요.

<스트리트 파이터 2>와 오락실에 얽힌 추억을 이준성 님이 소개합니다.



서태지와 아이들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스트리트 파이터 2>

대한민국에 살면서 문화적 쇼크를 느낀 적이 두 번 있습니다.

하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무대’를 보았을 때이고, 나머지는 오락실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2’를 만났을 때였습니다.

류, 켄, 춘리, 가일로 대변되는 이 게임은 전작 <스트리트 파이터 1>을 뛰어넘는 엄청난 그래픽과 타격감으로 단숨에 격투게임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는데요, 음악으로 비교하자면 트로트와 발라드 일변도의 가요계를 단숨에 댄스 뮤직으로 바꾸어 놓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연과 흡사합니다.

가요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다면, 격투 게임 계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2>가 있다.

가요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다면, 격투 게임 계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2>가 있다.


주머니 속 단돈 200원,

파이널 파이트냐? 스트리트 파이터 2냐?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죠) 시절, 저는 늘 학교 일과가 끝나면 면목동에 있는 ‘우주 오락실’로 향했습니다. 우주 오락실의 풍경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정면 중앙에 모든 게임기를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링 자리에는 늘 주인 아저씨가 이불을 덮고 TV를 보고 있었고 동전을 신속하게 교환해 주기 위한 동전 분리판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줄줄이 쌓여있었습니다.

1판에 100원이던 그 시절, 500원 혹은 1000원짜리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주기 위해 동전들이 쌓여있었죠.

1판에 100원이던 그 시절,
500원 혹은 1000원짜리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주기 위해 동전들이 쌓여있었죠.


당시 제 주머니에는200원 밖에 없었기에 ‘코디(CODY)’를 선택해서 ‘와리가리’로 1시간 동안 놀 수 있는 <파이널 파이트>가 어울렸지만 저의 승부욕을 불러 일으킨 게임은 역시 <스트리트 파이터 2>였습니다.

<파이널 파이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와리가리’. ( ̄(エ) ̄)ノ 파이널 파이트에서 비롯된 이 말은 주먹을 오른쪽 왼쪽 왔다갔다 하면서 때리면 악당이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못하고 계속 맞게 되는 기술을 말합니다. '가이’와 ‘코디’만 와리가리가 가능했죠.

<파이널 파이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와리가리’. ( ̄(エ) ̄)ノ
파이널 파이트에서 비롯된 이 말은 주먹을 오른쪽 왼쪽 왔다갔다 하면서 때리면
악당이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못하고 계속 맞게 되는 기술을 말합니다.
‘가이’와 ‘코디’만 와리가리가 가능했죠.


팬티바람으로
혼이 나도 오락실은 포기

오락실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상당히 많은데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잘못을 저지르면 어머니가 팬티만 입힌 채로 집 앞에 세워두고 했었습니다. 그렇게 팬티 바람으로 쫓겨나면 옆집 아주머니께서 한 마디 해 주시고 마지못해 집에 들어가게 해 주시곤 했는데, 어느 날은 <스트리트 파이터 2>를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큰 나머지 그만 저금통에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돼지가 너무 야위고 홀쭉해져 있다는 사실을 오직 저만 몰랐던 것 같네요. ( ̄(エ) ̄))

평소처럼 팬티만 입은 채 문 밖에 서 있는데, 빨랫줄에 걸려져 있는 옷이 눈에 들어왔고 본능적으로 그 옷을 입고 오락실로 달려갔습니다. 신나게 게임을 하다 저녁 먹을 즈음, 어머니에게 잡혀가서 또 혼구녕이 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분노의 응징을 부를 뻔한 얍삽이 형제의 아찔했던 순간

저와 동생은 함께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즐겨 했는데요, 저는 ‘류’ 또는 ‘가일’을 주로 골랐고 동생은 ‘춘리’를 주로 선택했습니다. 제가 ‘류’를 주로 고른 이유는 주인공이기도 했고 하동권, 승룡권, 용권선풍각과 같은 강력한 필살기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위 장풍이라고도 불렀던 파동권은 조이스틱을 ⬅↙⬇↘➡으로 돌려서 쓰곤 했습니다. 승룡권은 ➡⬇↘➡라서 삑사리(?)가 자주 나 거의 ⬇↘➡ 처럼 비비는 수준으로 구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위 장풍이라고도 불렀던 파동권은 조이스틱을 ⬅↙⬇↘➡으로 돌려서 쓰곤 했습니다.
승룡권은 ➡⬇↘➡라서 삑사리(?)가 자주 나 거의 ⬇↘➡ 처럼 비비는 수준으로 구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와 동생은 상당히 얍삽한 플레이로 상대방을 괴롭히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 반칙 플레이를 야비, 얍삽이, 얌생이 등으로 불렀지요.) 문제는 이런 얍삽한 플레이가 종종 동네 형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한번은 제가 점프 킥 + 하단 발차기를 얍얍얍 날리고 용권선풍각으로 그로기 상태(권투에서 쓰는 용어로 심한 타격을 받아 몸이 휘청거리는, 즉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를 만든 이후에 계속 하단 킥을 날리는 얍삽이를 구사하여 Perfect로 이겼는데 반대쪽에서 주먹으로 조이패드를 부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마도 그 당시 제 건너편 형은 이런 모습이었을 듯…

아마도 그 당시 제 건너편 형은 이런 모습이었을 듯…


저와 동생은 쫄아서 옆에 앉아 있던 구경꾼 친구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어머니와 선생님이 오락실에 등장했을 때 도망치곤 했던 (오락실에서 마련해 준) 비밀통로로 신속히 이동했습니다.

그 때 제 맞은편에 앉아 있었던 사람의 분노는 엄청났는데요, ‘보글보글’에서 녹색 공룡(1P)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파란 공룡(2P)이 먹어야 될 알파벳을 먹었을 때도 그렇게 크게 분노하지는 않았고, ‘이카리(IKARI)’에서 F(총알)와 B(수류탄)를 다 먹은 상태에서 잘못 던진 아군 수류탄에 맞아 죽어도 그렇게 분노하지는 않았던 것을 기억해 보면 정말 엄청났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분노의 정도를 굳이 보글보글과 이카리의 상황에 빗대어 표현해 보았습니다.

분노의 정도를 굳이 보글보글과 이카리의 상황에 빗대어 표현해 보았습니다.


시절 문화의 , 오락실

그 시절 오락실은 한쪽 구석에는 고장 난 기판과 조이스틱이 어지러이 쌓여있었고 성인인지 학생인지 모를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하곤 했습니다. 이제 제가 부모가 되고 보니 그런 공간에 제 딸들이 있다고 상상해보면 환장할 노릇이지만 그 당시 오락실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두뇌개발’의 장이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PC방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전까지 오락실은 만남의 장소이자 문화의 장이었지요.

학교가 끝나면 약속한 것도 아닌데 다같이 모였던 오락실 <출처: 나무위키>

학교가 끝나면 약속한 것도 아닌데 다같이 모였던 오락실 <출처: 나무위키>


그 때는 동네 무서운 형들, 깡패 그리고 어른들까지 오락실에 모여서 상대방의 플레이를 감상하고 감탄하거나 훈계를 두고는 했는데요, 모두 열려있는 자세로 서로의 의견을 경청했다 기억이 납니다.

오락실의 게임 중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2>는 격투 캐릭터와 자신이 혼연일체되는 경향이 특히나 강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때로는 물리적인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실제 현실 속의 플레이어가 자신보다 나이나 학력 지위나 그 밖에 어떤 것이라도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되는데 게임에서는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난 경우 (제가 Perfect로 동네 형을 이겼던 것처럼요) 바로 응징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거나 옳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인상적인 요소 1
‘달심’과 ‘블랑카’와 같은 독특한 캐릭터

<스트리트 파이터 2>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바로 ‘달심’과 ‘블랑카’입니다. ‘달심’은‘요가 화이아~’ ‘요가 후레임~’을 구사하고 팔과 다리가 쭉쭉 늘어나는 원거리 캐릭터인데 가일과 더불어 밸런싱에 실패한 강한 캐릭터 중 하나였지요.

모델 한혜진 덕분에 요새 더 유명해진 달심 캐릭터

모델 한혜진 덕분에 요새 더 유명해진 달심 캐릭터


‘블랑카’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등장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녹색 피부에 괴수 같은 이목구비의 블랑카 캐릭터 덕분에(?) 어린 시절 저는 브라질 국민들은 아마도 블랑카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5> 속 블랑카의 모습. 녹색 피부에 근육질의 체구가 마치 헐크를 연상시키네요.

<스트리트 파이터 5> 속 블랑카의 모습.
녹색 피부에 근육질의 체구가 마치 헐크를 연상시키네요.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인상적인 요소 2

캐릭터 별 테마 음악

<스트리트 파이터 2>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음악이죠. 저는 류, 켄, 가일 테마를 제일 좋아했는데요, 노래들이 무척 Rocky합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이 모든 노래들을 ‘시모무라 요코’라는 단 한 명의 일본 여성이 작곡했다는 사실을 이후에 알고 엄청 커다란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 류 오리지널 테마

스트리트 파이터 2 켄 오리지널 테마

스트리트 파이터 2 가일 오리지널 테마



어린
시절 가장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스트리트 파이터 2>

저에게 <스트리트 파이터 2>란 엄마 크리를 피해 도망칠 수 있는 강한 원동력이었고 류, 켄, 춘리, 가일 등 세계의 파이터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후 비추어 파이터, 철권 등 격투 게임의 새로운 역사를 쓴 게임들이 세상에 등장했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2>의 감동과는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오락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동생과 함께 오락실로 뛰어 가던 그 순간이 저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준성

이준성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회사에 들어가는 게 꿈이었던 아이가
게임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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