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0 내 인생의 게임

내 인생의 게임 #35 툼 레이더

게임회사 사람들이 꼽는 ‘내 인생의 게임’은 무엇일까요? ( ͡° ͜ʖ ͡°)

그 전까지는 경험해 볼 수 없었던 입체적인 Full 3D 플레이로 충격을 선사했던 액션 어드밴처의 대명사 <툼 레이더>에 얽힌 이야기를 변증현 님이 소개합니다.



캐릭터가 뛰어 올라 벽 위에 설 수 있다니? 충격적이었던 Full 3D 모험의 시작

전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합니다. <페르시아의 왕자>, <인디아나 존스: 아틀란티스의 운명>, <고블린1~3> 등 여기 저기 맵을 돌아다니며 숨겨진 길과 아이템을 찾고 퍼즐을 푸는 게임에 어릴 적부터 빠져 지내곤 했죠.

그러던 제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게임 잡지에서 보았던 <툼 레이더>라는 게임을 친구네 집에서 플레이 해 본 것이었죠.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영화 같은 인트로 시네마 이후 시작된 Full 3D 모험이 충격 그 자체로 느껴졌었습니다.

내 인생의 게임 #35 툼 레이더

사실 <툼 레이더>를 접해보기 전에도 3D 형태의 게임은 해봤었습니다. <울펜슈타인 3D>를 해 보았을 때도 ‘이런 게 되는구나!’ 하고 놀란 적은 있었지만 맵이 평면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툼 레이더>는 달랐습니다. 2차원적인 맵을 뛰어넘어 입체적인 가상 공간에서 마음껏 돌아다니며 적의 공격을 피하고 총을 쏘면서 길을 찾는 액션 어드벤쳐 게임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요즘이야 Open World 게임도 나오고 있지만, 그 당시 제가 느꼈던 충격은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뛰어 올라 구조물 위에 서기도 하는 입체적인 툼 레이더(좌) / 3D 이기는 하지만 평면적인 맵 위에서 플레이 했던 울펜슈타인(우).

뛰어 올라 구조물 위에 서기도 하는 입체적인 툼 레이더(좌)
/ 3D 이기는 하지만 평면적인 맵 위에서 플레이 했던 울펜슈타인(우).


No Item Clear (No Medipack Only Pistol)
의 환희

방과 후 정말 열심히 <툼 레이더>를 했습니다. 어려웠던 적을 물리치고, 퍼즐을 풀어서 막혔던 길을 뚫으며 매번 도전하고 이겨내며 환희를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툼 레이더> 1~3를 모두 No Item Clear (No Medipack Only Pistol)로 깨고 세이브 파일을 보며 뿌듯해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라라가 총을 쏘긴 하지만 자동 조준 시스템이라 액션의 비중은 크지 않아서 피하는 것만 잘하면 피스톨만으로도 웬만한 적은 다 이길 수 있었죠. 라라 점프력이 워낙 뛰어나서 공격키를 누르면서 구르기나 좌우로 점프만 해줘도 근거리 공격은 거의 다 피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어느 순간에나 저장이 가능했기 때문에 계속 Save/Load를 반복하면 Medipack(구급약) 없이도 피스톨로 T-rex도 잡을 수 있더군요. 열심히 모은 총알들과 아이템은 결국 아까워서 쓰지도 못했지만요^^;

툼 레이더 게임 화면

물론 이런 No Item Clear에도 위기는 있었습니다. <툼 레이더 2>에는 높은 곳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맵이 있는데 떨어지고 나면 딸피(게임에서 캐릭터의 생명력이 달릴(딸릴) 때 쓰는 표현) 상태에서 총을 쏘아대는 적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여기는 도저히 No Item Clear가 힘들겠다’ 라고 생각해서 잠깐 포기했지만, 결국 Save/Load 신공으로 어찌어찌 성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맵에 진을 모두 빼서 Secret까지는 뒤져보지도 못 했었네요.


각 시리즈 별 특징

– 레벨 디자인이 가장 재미있었던 <툼 레이더 1>

1편 레벨 디자인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맵이 온통 시뻘개지는 느낌이라 얼른 클리어하고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플레이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놀라운 것은 1편에서 이미 게임의 틀이 거의 다 잡혀있었다는 점인데요, (물 속까지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1편 이후 후속작에서는 주로 그래픽이 발전되고 동작이 조금씩 추가되는 정도만 개선된 것 같습니다.

툼 레이더 시리즈 1부터 4까지의 CD들

툼레이더2 속지는 그 당시 컬러 프린팅까지 하는 정성(?)을 보였습니다.


–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 보트씬이 인상적이었던 <툼 레이더2>

2편은 일단 그래픽이 향상되고 라라의 동작이 늘었습니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적도 생기고, 근거리 공격용 적들도 높은 곳에 뛰어 오르더라구요. 1편은 높은 곳에 올라 서서 쏘기만 하면 한 대도 안 맞았었는데 그게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거죠.

가장 멋진 장면은 Venice에서 보트 타고 유리창을 깨고 점프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게임에서 이런 장면이 되는구나’하고 감탄했었습니다. (부스터를 쓸 줄 몰라서 어떻게든 올라가 보려고 고생을 엄청 했던 건 비밀~ㅋ)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 보트씬이 인상적이었던 <툼 레이더2>

– 지역 선택의 자유도가 신선했던 <툼 레이더 3>

3편에서는 세 지역(런던, 네바다, 동남아)의 순서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게 신선했습니다. 또 네바다에서 작은 우주선 안에 넓은 공간이 있어서 크게 놀랐었습니다. 정말 게임 레벨 디자이너들이 대단한 것 같아요.

– 그 외

4편은 다 깼는지도 가물가물하네요.

그리고 몇 편인지 모르나 이집트 배경이었던 것 같은데, 어떤 판에서는 레버를 내리면 맵이 그대로 90도 회전하더군요. 회전 후에 새로운 길이 생기는 게 참 기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툼 레이더 게임 화면

4편 이후로는 집에서 혼자 게임하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PC 방을 가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이후 시리즈는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가끔 모바일로 나오는 <라라 크로프트와 빛의 수호자>, <Lara Croft Go> 같은 것들은 재미있게 했습니다.

라라 크로프트

라라 크로프트도 너무 매력적이어서 느린 전화 접속 인터넷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월페이퍼도 모으고 제 홈페이지도 라라 그림을 잔뜩 넣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그토록 몰입해서 해본 것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빠져서 했던 제 인생 게임입니다.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액션 어드벤처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쯤은 해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계기로 3차원 월드에 관심이 생겨서 3D studio 4도 배워보고, 나중엔 컴퓨터 그래픽 수업도 들었습니다. (그뿐이긴 했지만요…^^;;)

– P.S.

글을 쓰다가 오랜만에 다시 해보고 싶어서 <툼 레이더: 애니버서리>가 1편 리메이크라고 해서 해봤는데 완전히 바뀐 콘솔 조작에 적응 못하고 환불했습니다. <툼레이더 1>도 DOSBOX로 다시 해봤는데, 해상도가 너무 낮아서 도저히 못 하겠더라구요… 추억은 추억일 뿐인가 봅니다.

웹페이지에서 <툼 레이더>를 플레이 해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어 오랜만의 추억을 되살려 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공유해 봅니다. (http://xproger.info/projects/OpenLara/)


변증현

변증현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지금은 컴퓨터에게 읽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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