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5 내 인생의 게임

내 인생의 게임 #4 사나이의 로망, 삼국지

게임회사 사람들이 꼽는 ‘내 인생의 게임’은 무엇일까요? ( ͡° ͜ʖ ͡°)

이번엔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의 ‘갑 오브 더 갑’으로 손꼽히는 코에이의 걸작, ‘삼국지(Romance of The Three Kingdoms)’를 소개할까 합니다.

삼국지 1탄부터 11탄까지 내리 플레이하다가 결혼과 함께 천하통일의 꿈을 접게 되었다는(…) AI 센터 정지년 차장의 사연을 만나 보시죠~!


내 생에 첫 컴퓨터를 갖게 된 건 까까머리 중학생이었던 1989년. 당시 무려 1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16bit XT 컴퓨터였다.

hyundai-super-386c-386dx-20-desktop-computer-c54아…추억 돋는 16bit 컴퓨터 

어머니는 자식이 시대에 뒤쳐지지 않게 하려고 없는 살림에 카드 빚을 내서 큰 투자를 하신 것이었다.

물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이지만, 당시 컴퓨터의 주요 용도는  ‘게임’이었고, 그것은 나의 평생의 취미가 되었다.

bactdHGltIPkud_l2cGSt_1353467182771어머니, 혹시 그때부터 절 AI 개발자로 만들려고…

학창 시절을 불태운 게임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동행한 게임을 꼽자면 두말 않고 코에이(KOEI)의 ‘삼국지’시리즈를 꼽을 것이다.

삼국지 시리즈는 마치 내가 후한 후기 전란 속의 한 명의 군주 혹은 장수가 되어 천하를 제패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턴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8533_16152_019유비, 관우, 자아아앙비~~ 다함께 난세에 도전! 

동경하는 역사 속 인물이 되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은 삼국지 게임의 영어 제목 ‘The Romance of three Kingdoms’처럼 남자라면 한번쯤 빠져 들만한 Romance가 아닐까.

ss사나이라면 이 Romance를 거부할 수 없을 터! 

돌이켜 보면 삼국지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정말로 운명과도 같은 우연이었다. 재미있는 게임을 찾아 헤매던 나의 눈에 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삼국지’는 그 제목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무슨 게임인지 실체도 모른 채 덜컥 구매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으로 게임을 실행했을 때, 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늘 즐기던 아케이드 게임을 상상했던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명령어를 선택하라는 정적인 화면이었던 것이다.

12어떤 시대를 플레이하겠습니까?

뭘 어쩌라는 건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열정이 넘치던 사춘기 소년은 놀라운 적응력으로 생소한 언어와 장르의 장벽을 극복하고 삼국지 팬(!)의 길에 들어섰다. 게임 인생의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어찌 이 신세계를 나만 즐긴단 말인가. 나는 곧 이 신세계를 동생에게 알려 주었고, 우리 둘은 삼국지에 함께 빠져 들었다.

처음에 나는 유비, 동생은 손책을 선택해서 플레이를 했다. 동탁이나 조조는 왠지 모르게 악당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 선택 기피 대상이었다.

영_동탁왜 나만 갖고 그으래애? 

마등, 유장 등 비주류 군주도 두루 섭렵하다가 신무장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부터 우리는 가족, 친구를 비롯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까지 신무장으로 만들어 플레이하곤 했다.

main_008장수들이 1:1로 맞서 싸우는 ‘일기토’는 삼국지의 백미 

동맹을 맺고 서로 도와가며, 때로는 태사자, 조운 같은 훌륭한 인재에 대한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을 해 가며 영토를 확장하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중국 변경에서 시작한 동이족(東夷族) 형제가 가족, 친구(+ 만화 캐릭터)와 함께 역사 속 인물을 휘하에 부리며 중국을 점령하는 것은 매우 신 나는 일이었다.

6b9c508b4dac058bfe457a7a64f51036(현실에선 누리기 힘든)영토를 확장하는 재미! 

물론 후반으로 갈수록 전설급 무장들이 휘하에 들어오며 신무장들은 뒤로 밀려나 찬밥 신세가 되긴 했지만(아버지, 죄송합니다).

삼국지의 재미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 우리 형제는 아침에 눈을 뜨면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컴퓨터 앞에 딱 붙어 지냈다.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방학만 되면 이런 생활이 반복됐다.

1453275175.19동생아, 눈 떴으니 게임 해야지? 

방학이 없는 대학원생이 되어서야, 우리 형제의 이런 생활은 비로소 끝나게 되었다. 훗날 어머니가 아내에게 뒷담화를 하시길 그런 아들들의 모습에 속이 타 들어 가셨다고…

하지만 대학원 입학으로 인한 동생과의 이별(?) 후에도 나의 삼국지 사랑은 계속되었고, 고독한 청춘의 밤을 잊게 해 주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 언젠가 끝은 오는 법. 삼국지 시리즈는 삼국지 11을 마지막으로 나의 결혼 이벤트(…)와 함께 추억의 한 켠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lcWhT_o1BR4_kBo9W_fFCMq그리워라, 삼국지여!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이제는 만나볼 수 없지만 나의 청춘과 함께한 삼국지 시리즈. 이 자리를 빌어 삼국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넌 내 또 다른 친구였어. 안녕~!


정지년

정지년

얼굴 인식 연구로 한 우물만 파다가 식상해져서
좀 더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좋아하는 게임을 위해
인공 지능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엔씨소프트에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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