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8 리니지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2 서사구조와 창세신화

최초, 그리고 최대라는 수식어 붙는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의 시작.  리니지의 뒷이야기를 파헤치는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이번에는 리니지의 다층적인 서사구조와, 창세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해 볼까요~?  (。◕ ∀ ◕。)b


리니지는 다른 게임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다층적인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이야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이 있는 스토리가 있는 것이죠.

원작 만화가 기반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게임 개발자들과 유저들의 상상력이 보태져서 방대한 스토리가 완성되었기 때문이죠.

만화의 스토리를 확장하고 변주해, 새로운 리니지가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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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의 3중 서사구조 

위의 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리니지는 고대 신화와 중세 문학, 그리고 현대 정치 드라마에 이르는 서사들이 집대성된 독특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단계별로 살펴보시겠습니다.

# 1단계: 만화 리니지의 두 인물

원작 만화 <리니지>는 데포로쥬가 켄 라우헬을 처단하고 아덴 왕국을 되찾는 것에서 끝이 납니다. 하지만 게임은 여기서 끝이 아니죠.

엔씨소프트는 원작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치 예전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던 것들을 모아서 거대한 서사 문학을 완성시킨 것 같은 개념이었죠.

켄라우헬&데포로쥬

켄 라우헬의 죽음과 데포로쥬의 승리로 끝맺은 만화 <리니지> 

그렇다면 리니지의 이야기는 어떤 구조로 형성이 됐을까요? 먼저 리니지는 세 겹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장 기본적인 뼈대를 제공하는 만화 <리니지>의 이야기 구조입니다. 우선 주인공 데포로쥬는 햄릿을 연상시킵니다.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는 원수의 아내가 되는 기구한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죠.

햄릿&맥베스

영화 <햄릿>과 <맥베스>

데포로쥬는 햄릿, 켄 라우헬은 맥베스과 성격이 비슷합니다 

반면 반왕의 상징 켄 라우헬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의 주인공과 닮았습니다. 맥베스는 한 나라의 유능한 장군이었으나, 반역자의 길을 택하면서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죠.

이밖에 데포로쥬가 5명의 기사를 만나 혈맹을 맺는 장면은   5~6세기경 영국에서 실존했던 켈트 족 무사인 아서왕을 배경으로 한 <아서왕의 전설>을 연상시킵니다.

아서왕의 전설

<아서왕의 전설>은 영화와 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또 한 편의 영화가 내년 초 <아서 왕 : 검의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이네요 

이렇듯 리니지 원작은 세익스피어의 비극을 바탕으로 <아서왕의 전설> 등의 중세 문학적인 요소가 포함된, 다양한 영웅서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 2단계: 리니지 창세신화, 두 명의 신

두번 째 구조는 리니지 창세신화입니다. 원작의 이야기가 끝나고 리니지2  개발을 앞둔 개발진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게임을 이어가려면 게임만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여기서 엔씨소프트는 중대한 결단을 내립니다. 세계관을 다시 만들기로 한 것이죠. 그러려면 이야기가 최초로 탄생한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었습니다.

리니지2에서 선보인 리니지의 창세신화는 태초의 혼돈에서 ‘아인하사드’와 ‘그랑카인’이라는 두 명의 신이 탄생하며 시작합니다.

아인하사드 버프

리니지를 시작하면 꼭 기억해야 할 이름, 아인하사드

데포로쥬와 켄 라우헬이 리니지 이야기의 두 축이라면, 아인하사드와 그랑카인은 리니지 세계를 창조한 두 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실존하는 다양한 신화를 모티브로 만든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혼돈 속에 ‘가이아’ 라는 신이 나타나고, 북구신화 역시 혼돈 속에서 ‘이미르’ 라는 거인이 탄생합니다.

아인하사드는 창조의 신이고, 그랑카인은 파괴의 신으로 불리죠. 이들이 창조한 피조물 중 최고의 생명체는 거인들인데요, 거인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와 북구신화의 단골 메뉴입니다.

이미르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생명체, 이미르 

북구신화에서는 거인 이미르가 낳은 자손인  ‘서리거인’이 세상을 지배합니다. 그리스 신화 역시 가이아의 자손인 ‘타이탄’이 창세신화의 기본으로 등장하죠.

리니지2의 각 종족의 탄생비화와 특성도 신화와 연결되는 점이 많습니다. 인간은 파괴의 신 그랑카인이 아인하사드를 흉내내서 창조했다고 설정돼 있습니다.

인간은 나약하고 교활하며 겁이 많은 종족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엘프가 인간을 가르치고, 이들이 힘을 모아 본토에서 오크를 몰아내는 것으로 나오죠.

오크레이더

원작 만화에선 비중이 없었지만 리니지2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오크 

여기서 또 비중있게 다뤄야 할 인물은 파멸의 여신 ‘실렌’입니다. 그녀는 아버지 그랑카인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아인하사드의 분노를 사게 되죠.

충격적이고 엽기적이니지만 그랑카인이 자신의 딸 실렌을 유혹해 아이를 갖는다는 내용도 중국 창조신 복희와 여와(*둘은 남매지간입니다)의 신화, 그리스 신화에서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실렌

파멸의 여신 실렌 

실렌이 대홍수를 일으키는 것은  구약성서의 노아의 방주, 길가메시의 서사시, 그리스 신화의 데우칼리온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아덴 대륙의 모양도 대홍수 이후에 형성된 것이죠.

리니지는 이런 신화를 기반으로 풍성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리니지2 파워북을 보면 이러한 신화적 배경을 엄청난 분량으로 자세히 서술하고 있죠.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재미있으니 꼭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3단계: 유저들이 만드는 두 진영

마지막 세 번째는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서사입니다. 리니지는 자유로운 게임이라서, 유저들이 꼭 스토리에 맞춰서 행동하지 않아도 됩니다.

때문에 기존 게임 설정과 달리, 유저들이 만드는 또다른 이야기가 있죠. 리니지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게임이라서, 유저들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들은 성혈과 반왕 세력으로 나뉘어 끊임없는 전쟁이 펼쳐지는데요, 이 두 진영 간의 이야기가 워낙 흥미로워서 한 편의 전쟁 스토리를 방불케 합니다.

바츠혁명

리니지2를 뜨겁게 달구며 ‘사이버 역사’ 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바츠해방전쟁.

유저들이 만들어낸 제 3의 서사로 꼽힌다 

리니지 속 전쟁은 단순한 전투가 아닙니다. 공성전을 하기 전 혈맹들 간의 암투와 음모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 합니다.

때문에 리니지는 원작의 스토리, 혹은 세계관을 전혀 몰라도 게임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리니지의 서사구조를 알면 훨씬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죠~.

그게 바로 리니지 서사의 독특한 지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신의 역사가 아닌, 인간의 역사를 짚어보겠습니다.


이덕규

이덕규

게임어바웃 대표 및 게임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살리는데 관심이 많고
고전부터 최신 게임까지 게임의 역사를 집필하면서
게임을 통해 사회를 보는 창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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