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6 NC 다이노스

마산 중독, 다이노스 중독

야구의 ㅇ에도 관심없던 사람이 회사에 야구단이 생긴 뒤 열혈야빠가 된다?! 너무 짜고 치는 것 같아서 재미없을 지경인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야구의 룰도 모르던 평범한 회사원이, 다이노스에 월급을 쏟아부으며 풀방구리 드나들듯 마산에 다니다 ‘마산아재’들로부터 서울 출장 잘 갔다오라는 이야기까지 듣는 진성 다이노스팬으로 거듭난 사연. G리니지2커뮤니티사업팀 배미정 과장의 거짓말 같은 공놀이 입문기를 들어보세요.


(1) 나, 다이노스 팬북에 오른 녀자야, (2)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편에 이어…

 

마산중독, 야구중독!

처음으로 떠났던 마산 원정길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이제 다시는 마산 갈 일 없겠지… 너무 힘들어 ㅠ.ㅠ”

그래놓고 복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또 마음이 통한 이들끼리 마산 원정 계획을 짜고 있었으니…

잠실 원정 경기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하나된 응원과 함성, 온몸으로 뿜어내는 현장의 열기, 그 버프를 받고 최선을 다 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온몸이 지릿지릿하던 그 떨림을 다시 한 번 더 느껴보고 싶었다.

마산 중독증세를 보이는 내게 ‘마산이 어떤데?’라고 묻는 이에게, 나는 이렇게 답해줬다.

 

“마산 야구장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

 

그렇게 시작됐다.

마산 구장에서 치맥과 함께 경기를 보고, 경기 후 숙소에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원정대 멤버와 밤 늦게까지 경기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날 또 야구장에 가고, 그 경기까지 보고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이 반복되었다. 이기는 날은 이겨서 기분이 좋고, 지는 날은 맥주가 잘 들어가서 기분이 좋은 게 야구장 직관의 참맛이다.

 

마산구장_열기

마산구장의 응원열기는 남다르다.
가장 뜨겁게 야구를 즐기며, 마산과 다이노스를 사랑하는 이들.

경기가 끝나고 마산 시내로 식사를 하러 가면 대부분의 식당에서 마산아재들과 만나게 된다. 먼 길을 달려온 뉴비라고 하니, 그들이 보기에 얼마나 기특했겠는가. 고기도 한 점 얻어먹고, 술도 나눠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산아재들과 정을 쌓았다.

한 번은 첫 원정길에 표를 못 구해 멘붕이었던 우리를 어엿비 여겨 응원석 티켓을 구해주셨던 분들을 만났던 적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딱 한 번 도움을 받고 감사하다는 말도 드리지 못했던 분들이었는데 참으로 신기한 인연이었다.

 

나홀로 원정대, 단디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산구장에 대한 내 애정이 깊어지는 것과는 반대로 마산 원정대 파티원 모집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매 주말마다 왕복 8시간이 넘는 장거리 행군으로 체력은 바닥나고, 업무는 밀리고, 친구는 없어지고, 지갑은 얇아지고… 이런 여러가지 어려움을 단지 야구에 대한 열정만으로 헤쳐나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파티원이 한 명씩 빠지기 시작했고, 한 번은 나를 뺀 모두가 “이번주는 쉽니다”라고 원정길을 포기하는 상황이 되었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는 게 답이다. 고민 끝에 나는 나홀로 원정길을 결심했다.

 

“겨우 야구 경기 보러 마산까지? 그것도 여자 혼자?”
“야구가 있으니 마산까지 가는 거지. 그것도 여자 혼자.”

 

주변의 반응은 비슷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신경쓰기엔 이미 나는 초야빠모드 상태였다. 혼자서 여행을 한다는 걱정은 야구장 입구에서 반납했다. 응원석에 앉아 현장 사진을 친구들(과 원정을 포기한 파티원들)에게 자랑하고,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고 있으려니 단 한 순간도 외롭지 않았다.

3_마산분이-나눠주신-밤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마산 분들과 친해지다보니 내게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것도 많았다.
빈손으로 가도 경기 내내 먹을 게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인심이 후했다.
사진은 가을에 받았던 나성’밤’ ㅎㅎ

 

응원석 주변은 대부분 시즌권을 가진 분들이시다. 그렇게 마산아재들과 한 번, 두 번 눈이 마주치니 인사가 되고, 한 마디 두 마디 나누며 치맥도 나누게 되고. 그렇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에는 경기 자체가 목적이었던 게, 어느새 사람과 어울리는 즐거움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다정한 마산 아재들은 외지인이 찾기 힘든 주변 맛집을 알려주고 숨어있는 마산의 명소를 구경시켜주기도 했다. 그 중 어시장 한 구석에서 과거의 마산 야구 이야기를 걸죽한 사투리로 들려주는 날도 있었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했던 가슴 떨리는 경험이었다.

4_마산야구-100주년

2014년은 마산야구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마산 아재들이 들려주는 옛날 마산야구는 뉴비야빠인 나에겐 마치 전래동화 같았다.

 

판교의 보따리 장수

다이노스는 초반부터 인기가 많았는데 그 중 응원물품 등의 아이템은 특히 인기 만점이었다. ‘역시 게임회사’의 야구단 답게 여러가지 예쁘고 앙증맞은 물건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에는 온라인 판매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는데다 마산 현지에서도 특정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본사팬들의 안타까움이 커져갔다.

특히 지금은 (클리퍼를 제치고) 공식 응원도구가 되어 기존 풍선막대들 위에 군림하며 매력을 어필하는 그 요망한 아이템, ‘단디봉(정식명칭 : 다이노스틱)’이 출시될 당시에는 한정된 수량과 폭발적인 수요로 현지에서도 물품을 구하기 어려운 날이 많았다. 본사팬들의 통곡소리가 커져갔다.

원정은 떠나지 못하지만 애정만큼은 뒤지지 않는 본사팬들. 그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으므로 나는 마산에 다녀오는 길에 단디봉을 열 몇 개씩 사와서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마진이나 수고비는 단 1 아덴도 없이, 구매가격 그대로 올렸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모두 팔리곤 했다. 심지어 글을 늦게 봤다는 안타까운 댓글도 이어졌다. 한 번은 매장에 따로 연락을 해서 남은 물량 80개를 짊어지고 서울로 가지고 온 적도 있었다.

5_구매대행

단디봉은 시작에 불과했으니…

 

본사 직원 중에는 능력자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야구배트와 글러브로 열쇠고리를 만든다거나 핸드메이드 팔찌를 만든다거나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산의 오프라인 매장에는 오직 그 곳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다이노스 아이템이 있었다.

본사 팬들은 신상 다이노스 굿즈를 원했고, 마산 팬들은 그 안에서 개성을 펼치고 싶어했다. 나는 본사에 있으면서 마산에서 야구를 보고 있으니, 양쪽 모두에 낑긴(?) 입장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대량 구매대행도 하게 되었다. 짐을 한 보따리 쌓아들고 마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새로운 보따리를 챙기는 식이었다. 몇 천원짜리 열쇠고리를 공구하는데 130만원 정도의 규모가 되었다.

6_묶음

핸드메이드 열쇠고리와 팔찌.
처음엔 개인적으로 쓰려던 것들이었는데 일이 커졌다 ㅋㅋ

 

하지만 이는 단디 팝콘통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였으니…

7_팝콘머겅

팝콘통을 사면 나성범을 줍니다?
이미지 출처 : NC 다이노스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ncdinos)

 

“제가 마산 가니까 몇 개 택배로 보내드릴게요” 입이 방정이라고 했던가. 댓글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더니 일이 점점 커졌다. 수량이 많아 다이노스측 담당자분의 협조로 판매자분과 컨택해 재고를 확보했고, 본사특가 가격으로 할인도 받았다. 그렇게 진행했던 팝콘통 공구 수량은 215개. 내 자리에서는 감당이 안되는 부피라 총무지원팀의 협조를 받아 우편수발실 안쪽에서 배포를 했었다.

8_팝콘통

이정도 수량이면 혼자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큰 문제없이 ‘마산직구’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ㅎㅎㅎ

 

물론 이 모든 작업은 순수 무보수로 이루어졌다(단호). 막상 일을 벌여놓고 툴툴댔지만, 상품을 받으며 행복해하는 그들의 눈빛과 내 손을 잡고 고맙다고 몇 번을 인사를 해주는 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꽤나 흐뭇했음을 고백해본다. 아, 물론 팝콘통 판매하시는 사장님께서 서비스해주신 치킨과 피자는 아주 맛있었다 🙂

* 마산에 가보면 다이노스 덕분에 엔씨소프트를 알게 되었다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꼭 하시는 말씀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얘긴데, 많은 마산아재들은 이미 엔씨소프트를 한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2013년 시즌에는 엔씨소프트 본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식당이나 휘트니스 등의 복지시설 등을 소개해드린 적도 있었다. 판교 이전 이후에는 회사 방문 프로그램이 중단되어 더 이상 초대할 수가 없게 되어 아쉽다.

 


 

1군 진입 첫 시즌, 다이노스는 7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마산 구장에서는 팬들을 위한 행사가 열렸다. 그라운드에 들어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도 하고, 사인도 받으며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이 자리를 빌어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특별한 가족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그렇게 처음 연애를 할 때처럼 가슴 떨리고 열정적이었던 다이노스와의 첫 시즌이 마무리 되었다.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가 끝나는 날이라고 했던가. 시즌 종료 후 허전함에 우울한 날들이 많았지만, 주변 야빠 선배들은 두 번째 시즌부터는 좀 더 안정적으로(?) 야구를 바라볼 수 있을 거라며 나를 위로했다.

9_다이노스데이3

시즌 종료 후 본사에서 열렸던 다이노스 데이
이호준 선수에게 스파이크와 여러가지 선물을 받았다
이거 받는 순간 애사심 대폭발 >,<

 

우연히 찾아와 폭풍처럼 나를 짜릿하게 흔들어 놓았던 첫 시즌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다이노스는 1군 진입 2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앞으로 나는 계속해서 다이노스와 함께 할 것이고, 다이노스와 우리 선수들은 분명 매 시즌 매 순간 내게 즐거운 추억을 남겨줄 것이다. 하지만 한참 시간이 지나도, 내가 처음 야구에 빠졌던 2013년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내 사랑 NC 다이노스.
앞으로도 우리 함께 가자. 올해도 전력질주!

 

2013 시즌 결산 다큐멘터리 ‘공감’
이 영상을 보며 내 인생 첫번째 야구 시즌을 온전히 보낼 수 있었다^^

2014년 시즌 인트로 영상
올해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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