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2 엔씨라이프

멀리 보고 함께 나누며 오늘을 열심히 꾸리는 것

‘리더십’ 은 이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입니다. 진정한 리더의 모습,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논하는 자기계발서도 많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통해 책의 글귀보다도 더 마음에 와 닿는 ‘진짜배기’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오늘 엔씨피플에서는 ‘리더십’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00명 가까운 실원을 이끄는 엔씨소프트 TQA실의 김진섭 실장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TQA실 이야기는 우주정복 블로그에서 소개해드린 적이 있죠. 그 TQA실 김진섭 실장의 리더십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김진섭 엔씨소프트 TQA 실장

 

김진섭 엔씨소프트 TQA 실장


Part I. 제가 리더십이 있다고요?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김진섭 실장에게 오늘 인터뷰의 주제는 ‘리더십’이라는 말을 건넸더니, “할말이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제가 하는 것이 바람직한 리더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멋진 리더가 되겠다고 생각해 본적도 물론 없고요. 다만 ‘어떻게 하면 실원들이 나와 가까워질까?’ ‘실원들이 즐거운 환경에서 스트레스 안 받고 일에만 전념할 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정도를 생각했던 거예요. 그래서 사실 ‘이게 내가 갖고 있는 리더십이에요’ 하고 내놓을 수 있는 게 없어요.”

이렇게 스스로 리더십이 없다고 말하는 김진섭 실장은 엔씨소프트 게임의 품질을 보증하는 부서인 TQA실을 이끌고 있다. 그는 2003년 9월 엔씨소프트에 입사했고, 2년 후인 2005년에 TQA실로 자리를 옮겨왔다. 김진섭 실장이 엔씨소프트 TQA와 역사를 함께 해 온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가 이곳에 왔을 때는 QA 팀이었죠. 초기에는 QA라는 존재를 다들 잘 몰랐어요. 그저 귀찮은 존재였겠죠. 그렇게 되다 보니 일거리가 거의 없었고, 오히려  사내에서 일을 따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엔 팀원도 십여 명에 불과했죠. 그러다 2005년 9월에 QA 팀장이 되고, 팀 멤버들과 꾸준히 체계를 잡아갔어요.”


미리 공유된 일정이 즐겁다

현재 TQA실의 전체 인원은 96명으로 8개 팀, 16개 파트로 구성된 대규모 조직이다. 하지만 TQA실은 그 규모보다 그룹 내에서 체계적인 업무와 문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더 유명하다. 연간 및 월간 휴가 일정 짜기, 격월로 진행하는 실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 일 년 두 차례 워크숍,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후에 열리는 생일 파티, 단계별 교육 등이 그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사실 김진섭 실장의 가치관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일은 ‘오늘 회식하자’와 같은 갑작스러운 이벤트다. 개발 등 타부서와 함께 진행해야 하는 일이 많은 TQA 업무 특성상, 스케줄이 미리 공유되어야 업무 컨디션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나루’라는 자체 웹페이지를 개발해 주요 일정, 스케줄 등을 모두 공유한다.

TQA실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일정 공유 페이지 <나루>

TQA실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일정 공유 페이지 <나루>



“한 해가 바뀌면 먼저 연간 일정표를 공유해요. 개인적인 약속을 잡기도 편하고 미리 업무 스케줄을 조율할 수도 있죠. 회의나 워크숍 등에 더 즐겁게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일이라도 갑자기 떨어진 일을 꺼려하는 성향이 있잖아요. 매월 25일이 되면 다음 달 휴가를 정해서 한 눈에 알기 쉽게 표로 정리해두죠. 미리 잡아놓은 휴가는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게 배려하고 있어요. 홀수 달에는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진행합니다. 100명 가까운 인원들이 모두 모여 얼굴보고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요. 아무래도 프로젝트별로 떨어져 생활하다 보니 같이 모여 있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Part Ⅱ. 배워서 남 준다.

사실 김진섭 실장이 TQA실 문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교육’이다. 기본소양교육, 직무소양교육, 직무필수교육, 선택교육 등으로 나누어져 있고 자체적인 스터디, 소모임도 따로 마련했다.

“교육은 총알이에요. 총만 들고 나가서 싸울 수 없잖아요. 총알이 있어야 싸우죠. 내 일에 대해서 전문적이고 이론적으로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고, 또 그것을 전달하려면 교육은 필수예요. 교육을 통해서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와 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적확하게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을 받음으로써 스스로의 역량이 키워지고, 곧 조직의 역량도 커지게 됩니다.”

그는 실원들을 외부교육에도 주기적으로 참가시킨다.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 해외 컨퍼런스에도 보내면서 배움에 투자를 많이 한다. 재작년부터는 QA의 날도 정했다. 매해 9월 첫 번째 금요일에 각자 발표할 주제를 정해서 자체 컨퍼런스를 진행하며 서로의 지식과 노하우를 나눈다. 실무자들 역시 이런 조직 문화에 무척 만족한다. 업무 역량이 강화되는 것을 스스로 가장 먼저 깨닫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해 업무 지식을 공유하면서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 저는 이 부분은 ‘강조’를 넘어 ‘강요’를 하는 편이에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동료도 알아야 해’라고 말하죠. 우리 일은 협업을 해야 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내 밥줄이야’하고 혼자만 알고 있으면 절대 발전할 수 없어요. 내 것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보다 2배로 많아지는 거예요.”

 TQA실은 대규모 인원이지만 전체회의, 워크숍, 컨퍼러스 등을 통해 자주 만나며 지식과 감정을 나눈다

TQA실은 대규모 인원이지만 전체회의, 워크숍, 컨퍼러스 등을 통해 자주 만나며 지식과 감정을 나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간다

김진섭 실장이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이다. 체계적인 시스템은 갖추었지만 최근 단기 목표나 단기 성과에만 급급한 건 아니었을까 하고 스스로 반추해보았다고 한다. 사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중요한 것은 멀리 내다보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는 지금 함께 하는 이들과 보다 멀리, 아주 오래도록 함께 가고 싶기 때문이다.

“제가 배의 선장인데 실원들을 태웠어요. 같이 타고 가면서 이 배의 최종 목적지를 알려주고 가야 하는데 그 동안 그렇지 못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 아무 말 말고 타’라고 하고 데려갈 수 없잖아요. 올해는 그에 따른 해답을 찾아 가려고 해요. 최종 목표를 설정하고,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보았어요. 그 단계에서 우리가 무엇을 더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서 가야겠죠? 이제 이걸 실원들에게 설명할 차례예요.”


Part Ⅲ. 사람에게 필요한 건 관심과 배려

김진섭 실장은 새벽 5시에 일어나 TQA실에 가장 일찍 도착하는 사람이다. 책 읽는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한 달에 1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산책을 즐긴단다. 이야기를 나눌 수록 자기관리에 탁월하단 생각이 든다.

실원들에게 반드시 휴가를 모두 쓰라고 할 만큼 ‘쉼’을 강조하고 이것이 일의 능률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지만 정작 그는 탁 내려놓고 쉬지 않는 완벽주의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쉬는 것이라고 한다.

“저는 늦는 거 싫어해요. 시간과 일정 지키는 거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또 TV를 보더라도 가만히 앉아서 보질 못해요. 보면서 제자리 뛰기라도 해야 해요. 휴일에는 집 주변에 한 시간 코스의 산책로가 있는데, 그곳을 걸으면서 생각을 많이 합니다. 모든 새로운 생각은 책상 앞이 아니라 길을 걸으면서 떠오르는 법이죠. 약간 병이죠? 그런데 저에게는 이게 또 쉬는 거예요(웃음)”

김진섭 엔씨소프트 TQA 실장


마음을 리드하라, 사람이니까

실원들과는 여행을 자주 다닌다. 올해만 해도 벌써 몇 건이 예약되어 있을 정도다. 실원들이 먼저 함께 가자고 한단다. 함께 다니면서 입 호강을 시켜주는 것은 그의 몫이다. 그렇게 까다로운 상사는 아닌 모양이다. 오히려 작은 것에 관심을 가져주는 친한 동네 형이나 교회 오빠 정도라고 하면 맞을까. 그에게도 실원들은 직장 동료 이상이다. ‘일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그의 가치관과 통하는 부분이다.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이 힘들어서 회사를 나가는 사례가 더 많죠. 같이 일하는 동료가 즐거우면 끝까지 버틸 수 있는데, 일이 너무 재미있어도 동료나 상사가 못살게 굴면 다른 회사에 가서 같은 일을 찾아요. 우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고 사람은 감정적인 동물이잖아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선이에요.”

요즘 김진섭 실장의 일과 중 하나는 실원들에게 마음을 담아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생일을 기억해두었다가 문자를 보내고, 메모를 담은 책 선물도 자주 한다. 이런 소소한 관심은 커다란 감동이 되어 그들의 가슴에 박힌다.

“가령 팀원이 아파서 결근을 한다고 할 때 보통 회사에서는 ‘많이 아프냐’고 묻지 않아요. 아픈 사람에겐 ‘일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라’가 제일 필요한 말인데 말이죠. 우리 모두는 관심과 배려 그리고 온정을 그리워하며 살잖아요. 이게 없으면 무척 서운해요. 상사와 팀원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신뢰예요. 서로 신뢰가 없으면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아요. 우리는 사람이잖아요.”

김진섭 실장은 ‘자기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하다’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할 때 스스로 ‘리더십이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지만 그건 틀렸다. 물론 눈에 확 보이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카리스마 리더십은 없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을 챙기고, 정(情)을 나눠주는 그에게서 그 이상의 리더십을 찾은 것은 여러분의 몫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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