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30 WE

“멋진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보답할게요”

지난 3월, 엔씨소프트는 캐나다에 위치한 게임 개발사인 ‘디스 게임 스튜디오(This Game Studio)’에 5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캐나다 개발사에 투자한 첫 사례이고, 디스 게임 스튜디오가 설립된 지 1년이 채 안 된 신생 개발사여서 투자 뒷이야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지스타를 맞아 한국을 찾은 ‘디스 게임 스튜디오’의 공동창업자, 크리스 고(Chris Ko)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디스 게임 스튜디오’의 공동창업자, 크리스 고(Chris Ko)반갑습니다. 우선, 디스 게임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디스 게임 스튜디오의 크리스 고라고 합니다. 디스 게임 스튜디오는 올해 초 새로 문을 연 신생 스튜디오인데요. EA와 KABAM 등에서 15년 이상 일한 게임 업계 베테랑 네 사람이 모여서 창업을 했습니다. 지금 현재 모두 25명이 함께 일하고 있고, 내년 초까지 30명 정도로 규모를 키울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업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우선 저는 JP Morgan 등 금융권에서 일하다가 EA에 입사하면서 게임 업계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KABAM에서 일하던 시절, 밴쿠버에 위치한 ‘익스플로딩 배럴 게임즈(Exploding Barrel Games)’라는 작은 게임 스튜디오의 인수 합병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그 스튜디오의 창업자였던 사람들이 저와 함께 디스 게임 스튜디오를 창업했습니다.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스캇 블랙우드(Scott Blackwood)는 20년 이상 게임 업계에서 일해온 베테랑입니다. EA의 레이싱 게임 ‘니드 포 스피드(Need for Speed)’ 등을 비롯해 큰 타이틀을 여럿 만들었죠. 메타크리틱(Metacritic)이라는 게임 퀄리티 평가 사이트에서 스캇의 게임은 100점 만점에 평균 80점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업계 평균이 60점 정도임을 감안하면 스캇이 그 동안 아주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오퍼레이션을 담당하는 헤더 프라이스(Heather Price)와 CTO를 맡고 있는 이언 서프나라(Ian Szufnara)역시 EA 출신으로, 게임 업계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들입니다. 우리 네 사람 모두 EA에서 일한 바 있고,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스튜디오 25명의 멤버 모두가 한 번씩은 스튜디오 내의 다른 사람들과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일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서로를 잘 아는 사람들이 팀으로 모여있는 거죠.

KABAM에서 일할 당시 스캇과 헤더가 창업한 익스플로딩 배럴 게임즈의 인수를 담당했다고 했는데, 그때의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KABAM에서 일할 당시 스캇과 헤더가 창업한 익스플로딩 배럴 게임즈의 인수를 담당했다고 했는데, 그때의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당시 KABAM은 SNS를 활용한 전략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였어요. 그런데 점점 유저 획득 비용이 높아지고 모바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해지면서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이 매우 중요해졌죠. 그래서 익스플로딩 배럴 게임즈를 인수하게 됐습니다. 익스플로딩 배럴 게임즈는 AAA 그래픽을 만들 능력이 있는 스튜디오였고, KABAM은 F2P(Free to Play)쪽으로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회사였거든요. 그 둘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KABAM 역사상 처음으로 에디터스 초이스(Editor’s Choice)에 선정된 게임인 ‘패스트 앤 퓨리어스(Fast & Furious)’와 마블 IP를 활용한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즈(Contest of Champions)’ 같은 게임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두 게임의 성적이 좋은 편이었나요?

‘패스트 앤 퓨리어스’는 개발에 10개월도 채 걸리지 않은 게임이었어요. 그런데도 첫 달에만 2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총 50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죠.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즈’의 경우에도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된 게임이고, KABAM 역사상 1억 달러의 매출을 가장 빠르게 달성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실적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콘솔 게임을 주로 만들던 스캇의 팀이 F2P에서도 똑같이 성공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들이 디스 게임 스튜디오로 그대로 연결이 되는 거죠.

KABAM에서도 충분히 훌륭한 성과를 올리고 있었는데, 굳이 다시 창업을 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아무래도 조직이 커지고 그 안에서 계속 승진을 하게 되면 ‘현장’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잖아요. 게임을 직접 만들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인데, 거기로부터 내가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직접 게임을 만드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디스 게임 스튜디오’의 공동창업자, 크리스 고(Chris Ko) 3아직 출시한 게임도 없는 상태에서, 스튜디오를 열자마자 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경험이죠. 네 사람의 창업자들이 이전에 이미 성공적으로 게임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다양한 장르에서 성공한 노하우가 있고, AAA 그래픽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도 가지고 있죠. 특히 저는 우리가 이전에 경험한 실수들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실수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래서 게임을 처음 만드는 사람들에 비해 실패의 확률을 확연히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실수가 자산’이라고 했는데, 어떤 실수들이 있었나요?

‘패스트 앤 퓨리어스’를 예로 들자면, 게임을 출시하던 당시 PvP나 라이브 운영에 대한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설마 그런 게 필요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꼭 필요한 부분이었던 거죠. 결국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떠났고, 거기서 쓰라린 교훈을 얻었죠. 그래서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즈’에서는 그 부분을 보강해서 게임을 출시했어요. 물론 지금 개발 중인 새 게임에도 그런 부분들이 당연히 반영이 돼 있고요.

내년 7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는 새 게임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나요?

새 게임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퍼블릭 도메인을 활용한 게임이라는 것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전에는 마블 등의 IP를 활용해서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퍼블릭 도메인이군요.

게임 출시 초기에 유저들을 많이 확보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애플이나 구글 등의 앱스토어에서 추천을 받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IP를 활용하는 방법이에요. 이미 사람들이 그 IP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저 획득(UA)에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유저들을 모을 수 있죠.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쓸 수 없는 저희 같은 작은 스튜디오에게는 아주 유용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패스트 앤 퓨리어스’와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즈’ 등이 성공한 이후로 많은 게임 개발사가 IP 라이센싱에 뛰어들었고, 결과적으로 라이센싱 비용이 올라갔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을 활용하려고 하는 거예요.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건 뱀파이어, 좀비, 혹은 어떤 신화처럼 누군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그래서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공공의 IP예요. 널리 알려진 캐릭터와 사람들이 기본 지식을 다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초기 유저 획득 비용을 줄일 수 있죠.

‘디스 게임 스튜디오’의 공동창업자, 크리스 고(Chris Ko) 4디스 게임 스튜디오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이죠. 재능 있는 사람들을 모아두고 그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존중해주면, 그 사람들은 항상 훌륭한 일을 해내요. ‘사람’을 빼놓고는 우리 스튜디오의 가치를 논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모든 직원에게 지분을 나누어줬습니다. 사실 창업자나 투자자의 경우 지분 1~2%를 더 갖는다고 해서 뭔가 큰 차이가 생기지는 않아요. 그런데 개발자나 게임 디자이너가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잘 해내서 대박을 내든지, 아니면 아무 것도 갖지 못하든지 둘 중 하나야’라는 생각으로 일에 매달리면 그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지게 되죠.

직원 전원에게 지분을 나눠줬다고요?

네. 어떤 사람들은 회사를 창업할 때 수백 명짜리 회사로 키워서 수십억 달러를 벌겠다는 목표를 세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행복한 환경에서 모두가 서로 존중하면서 일하는 작고 빠르고 건강한 스튜디오를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직급 없이 누구나 자기의 아이디어를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고, 항상 더 좋은 아이디어가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모든 직원이 주주로서 지분을 가지게 했고, 회사를 최대한 투명하게 운영하려고 하고 있죠. 그렇게 하면 직원들이 행복해지고, 행복한 직원들은 훌륭한 게임을 만들거든요.

‘디스 게임 스튜디오’의 공동창업자, 크리스 고(Chris Ko) 5엔씨소프트와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더 없이 훌륭하게요. 우리 회사는 ‘똑똑한 사람들을 뽑아서, 그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내버려두자’는 운영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엔씨소프트가 피투자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우리의 운영 철학과 맞닿은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전략적 투자자들은 피투자사에 많은 간섭을 하게 마련인데, 엔씨소프트는 우리의 방식을 온전히 믿어주고, 우리가 우리 방식대로 일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거든요. 대신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 우리는 항상 너희를 도울 준비가 돼 있어’라고 말해주죠. 간섭하지 않고 존중하되 동시에 필요한 도움을 적시에 제공하는 것. 그게 투자사로서 엔씨소프트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엔씨소프트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우리의 비전을 믿어주고, 훌륭한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엔씨소프트를 투자자로 만날 수 있어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멋진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보답할게요. 고맙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아직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던 신작 게임을 살짝 맛볼 수 있었습니다. 압도적인 그래픽이 첫 화면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인터뷰 내내 자랑했던 ‘AAA 그래픽’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게임 플레이 방식과 익숙한 스토리를 새롭게 풀어낸 점도 흥미로웠는데요. 게임이 설치된 태블릿 PC를 돌려주면서, 내년 7월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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