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1 블레이드 & 소울

블소, 뮤지컬로 태어나다

즐거움을 위한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엔씨의 대표 게임  ‘블레이드 & 소울(Blade & Soul)’을 뮤지컬 무대로 옮긴 것이죠!

블소의 메인 캐릭터 진서연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융합시킨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이 바로 그 결과물인데요. 2015 지스타 월드챔피언십 4강전에서 마침내 베일에 쌓여 있던 공연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

11월의 가을 밤, 부산 영화의 전당을 화려하게 수놓은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은 관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요? 그 강렬한 인상을 이규창 피키캐스트 콘텐츠 디렉터가 전합니다.



뮤지컬로 태어난 ‘블소’ 

엔씨소프트가 또 하나의 과감한 도전을 했다. MMORPG 게임  ‘블레이드 & 소울(이하 ‘블소’)’을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대한민국 1세대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예술감독을 맡고, 가수 리사 등 정상급 배우들이 총출동해 공연 전부터 숱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블소를 소재로 한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땐 그런가 보다 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블소를 해 본 사람이라면 그 수려한 그래픽에 감탄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뮤지컬이라니…그 작고 귀여운 린족을 어떻게 연기할까?  호기심과 기대가 앞서는 한편, 그에 못지 않은 불안함도 있었다.

뮤지컬로 태어난 ‘블소’ 

비바람 부는 날씨에도 객석은 만 원! 

뉴에이지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의 실체를 지난 지난 11월 13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직접 확인했다. 초겨울 날씨에 야외 무대에서 열리는 공연. 때마침 비가 내려 공연 여건도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블소 뮤지컬에 대한 기대를 안고 3천 여 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의상부터 소품까지, 싱크로율 100퍼센트

블소가 출시될 당시 사용하던 PC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블소의 화려한 그래픽은 PC를 충분히 바꿀만 했다는 확신을 줬다. 뮤지컬 역시 시작부터 다채로운 그래픽 효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웅장한 건물이 솟아오르고 깊은 바다 속 풍경이 펼쳐지는 등 ‘미디어 파사드(media façade : 건물 외벽에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가 무대 전체를 빛으로 가득 채웠다. 경쾌하고 동양적인 멜로디의 관악기 연주가 울려퍼지자 객석에서 관객들이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블소에 접속할 때마다 유저들을 반겨 주는 BGM이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의 개막을 알리는 곡으로 선택된 것.

의상부터 소품까지, 싱크로율 100퍼센트

미디어 파사드로 구현한 무일봉 전경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하면서 게임 팬들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매 장면 등장하는 의상과 소품 하나 하나에 눈길을 빼앗겼다. 대나무마을, 대사막, 수월평원 등 게임의 1막부터 4막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는 인물과 소품들이 눈앞에서 디테일하게 살아 움직였다.

그러고 보니 6막11장으로 줄거리를 구분한 ‘블소’는 처음부터 뮤지컬이 될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공연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바람이 잠든 곳으로’ 역시 게임 OST를 그대로 활용했는데, 마치 원래 뮤지컬을 위한 오리지널 넘버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공연에 잘 어울렸다.


다 보여주기엔 부족한 러닝타임 

뮤지컬 오프닝은 ‘블소’ 4막의 클라이막스 장면이다. 게임에서는 유저가 플레이하는 막내(김한재)와 사부의 목숨을 앗아간 원수 진서연(리사), 그리고 배후에서 음모를 꾸며 온 무신 천진권(이든)이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다. 이 대결을 끝으로 진서연으로 시작해 진서연으로 끝맺음하는 블소 게임의 1부는 막을 내리고, 이후 주리아라는 새 악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진서연을 연기한 가수 리사 

진서연을 연기한 가수 리사 

세 명의 캐릭터를 드러내고 공연의 큰 줄기가 될 이야기의 단서를 던지는 오프닝에 이어 공연은 다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진서연과 그녀의 사부 비월(손하윤), 막내와 홍사부(김성수)의 추억을 보여준다.

무신에게 사부를 잃은 진서연, 다시 그녀에게 사부를 잃은 막내, 적으로 맞서지만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둘의 운명이 그려진다. 진서연은 썩어빠진 세상을 멸하기 위해 마왕을 강림시키려 하고, 막내는 그런 진서연과 마왕의 음모를 막아 복수하려 한다.

막내 역의 김한재 

막내 역의 김한재 

같은 곡으로 상반된 내용의 가사를 노래하는 막내와 진서연. 복잡하게 얽힌 둘의 운명과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긴 이야기가 필요했던가.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단 한 곡의 노래로도 충분했다. 마왕의 현신, 그 비밀이 담겨 있는 ‘천지마명록’도 한 곡의 노래로 등장했다. “어둠의 간택을 받게 되면 마계의 문이 열리고 흑룡을 맞이할 것이다.”

“어둠의 간택을 받게 되면 마계의 문이 열리고 흑룡을 맞이할 것이다.”

1~4막의 긴 이야기를 40분으로 줄이다 보니, ‘블소’ 게임을 해보지 않은 관객 입장에게는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1시간 가량을 추가해 정규 뮤지컬 공연으로 제작했다면 그 아쉬움도 마처 채워지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소는 뮤지컬 무대에 잘 어울렸다. 예상한, 혹은 걱정한 것 이상의 완성도와 흡인력을 보여줬다. 무대에서 구현 가능한 의상, 소품, 분장의 디테일은 실제 게임의 그것과 싱크로율 100퍼센트였다. 무공, 스킬 등 게임적 요소들은 뮤지컬의 극적 요소로 변환시켜 더 잘 어우러졌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시도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낯선 시도와 파격,  ‘경계 걷는 공연

1시간 여의 공연 중 앞선 40분이 기존 뮤지컬의 공식에 충실했다면, 후반부에는 완전히 새로운 그 무엇이 펼쳐졌다. 마지막 대결을 앞둔 세 사람이 등장하는 오프닝, 이후 과거로 돌아가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보여준 뒤 다시 오프닝 장면으로 돌아가는 설정. 게임이라면 최종 보스 공략을 위해 파티를 구성하고 각종 스킬을 구사해야 할 타이밍이다.

이때 무대 위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e스포츠 전문 캐스터와 해설자들이다. 진서연과 막내의 최종 대결을 관객들에게 생중계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온 것이다. 이어 사물놀이패와 탭댄서들이 등장하고 마샬아츠와 현대무용까지 더해진다. 다양한 직업, 다양한 캐릭터들이 어우러지는 ‘댄스 배틀’이다.
낯선 시도와 파격,  ‘경계’를 걷는 공연

탭댄서들과 대결구도를 형성한 사물놀이패 

인기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의 트루디와 헤이즈의 등장은 화룡 점정이다. 장르가 다른 춤사위의 어색한 듯 신선한 어우러짐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관객들도 친숙한 래퍼들의 랩에 흥겨워했다. 뮤지컬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그제서야 눈치를 챈 듯 했다.  기존 뮤지컬과 다르면서 게임을 그대로 옮기는 것도 아닌,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엔씨소프트의 고민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관객들의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킨 헤이즈 & 트루디 

관객들의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킨 헤이즈 & 트루디 

게임 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무공 대결을 어떻게 무대 위에 연출할 수 있을까. CG로 표현할 수도 있고, 배우들의 액션 연기로도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혹은 뮤지컬의 기존 화법과는 다른 새로운 선택을 엔씨는 원했다. 예상 가능한 정답보다는 모험을 말이다.

뮤지컬 팬과 게임 마니아들 사이의 공통 분모를 찾기란 쉽지 않다. ‘묵화마녀 진서연’은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두 세계의 경계를 걷는 공연이었다. 무모해 보일 만큼 도전적인 이 공연, 그래서 찾은 이가 예술감독 남경주 아니었을까. 뮤지컬을 본 적 없는 사람도 그 이름은 알 만큼 ‘국민 뮤지컬 배우’로 꼽히는 남경주, 베테랑인 그에게도 예술감독은 첫 경험이었다.

신예 예술감독 남경주와 ‘1회성 특별 이벤트’라는 단서를 달고 공연제작사로 나선 엔씨소프트, 궁합이 잘 맞았다. 이 공연이 한 번으로 그친다면 아쉬움이 클 것 같다. <묵화마녀 진서연>을 극장에서 공연한다면 블소 OST를 활용한 좀 더 많은 노래와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묵화마녀 진서연>을 극장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규창
이규창 엘르, 머니투데이, MTN, 피키캐스트 등 사람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미디어에서 글과 말로 먹고 살았습니다.21세기에는 게임과 웹툰이 신문보다 더 강력한 미디어라 믿는 이단아입니다. 요즘은 모바일, 그 다음 세상을 지배할 ‘Content’ 와 ‘Context’를 연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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