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5 엔씨문화재단

집처럼 편안한 아이들의 천국, 웃는땅콩 #1

오전 8시 30분, 분주히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립니다. 회사 로비를 놀이터 삼아 뛰어다니는 아이들. 조금은 긴장돼 보이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의 표정은 해맑기 그지 없습니다. 아이들이 멈춰선 곳은 자작나무 문 앞. 겹겹이 조각된 두더지와 토끼가 동화 속에서 성큼 걸어 나와 두 팔 벌려 아이들을 맞이할 것만 같습니다. 회색 건물 속 아이들을 위한 공간. 바로 엔씨소프트 사내 어린이집  ‘웃는땅콩’입니다. ‘웃는땅콩’ 은 시설과 교육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위해 엔씨소프트 직원이라해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직원들과 직원들의 자녀를 위한 공간이기에 별도의 홍보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어린이집의 모범이 되리라 생각해서 우주 정복 블로그에서 ‘웃는땅콩’의 면면을 교육 전문 기자인 박성희 기자의 눈을 통해 공개합니다. 다른 어떤 시설보다 엔씨소프트 사옥에서 가장 공들여 지어진 곳. 그래서 ‘직장 내 어린이집은 이럴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깨뜨리는 곳.  시설부터 커리큘럼까지,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웃는땅콩’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린이집이 1층에 있는 이유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가 미국의 구글 사옥 못지 않은 ‘꿈의 사옥’이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카페, 도서관, 스파, 헬스장, 메디컬 센터 등 엔씨 건물을 방문하는 이들마다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복지 시설 중에는 어린이집 ‘웃는땅콩’도 있다.

웃는땅콩은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에서 가장 좋은 위치인 1,2층에 위치해 있다

웃는땅콩은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에서 가장 좋은 위치인 1,2층에 위치해 있다. 회사의 주요 시설을 채운 후 남은 공간 어디쯤 어린이집을 만든 게 아니라, 사옥이 세워질 때부터 가장 좋은 공간을 뚝 떼어 어린이집에 할애한 것. 1층과 2층을 터서 중층을 만들기 위해 건물 지하 기반 공사까지 다시 했다고 하니 공간에 쏟은 관심과 애정을 짐작할 만 하다. 웃는땅콩은 공간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아이들 공간을 전담할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건축가를 선정해 설계를 의뢰했다. 웃는땅콩을 둘러보면 ‘아이들의,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 웃는땅콩은 통유리창을 통해 어린이집 구석까지 햇살을 끌어들이고, 교실에서 뒷마당에 위치한 놀이터의 출입을 자유롭게 설계해 아이들의 활동 범위를 극대화했다.

그런데 왜 꼭 1층이어야만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1층은 아이들의 출입이 가장 자유로운 곳이기 때문. 웃는땅콩은 통유리창을 통해 어린이집 구석까지 햇살을 끌어들이고, 교실에서 뒷마당에 위치한 놀이터의 출입을 자유롭게 설계해 아이들의 활동 범위를 극대화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 안팎을 자유로이 오가며 바깥 공기를 충분히 마실 수 있고, 놀이터에 나갔다가도 누군가 데리러 가지 않아도 스스로 교실로 돌아올 수 있다.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1층이 주는 혜택은 크다. 아이들에게는 놀이의 자율성을 길러 주고, 교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보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웃는땅콩은 신발장 위치도 놀이터를 오가는 아이들의 동선을 고려해 배치했다.

웃는땅콩은 신발장 위치도 놀이터를 오가는 아이들의 동선을 고려해 배치했다. 이는 어린이집을 지을 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어린이집 주출입구에는 아이들이 등원할 때 신고 온 신발을 보관하는 신발장이 있고, 또 다른 신발장은 바깥 놀이터로 향하는 복도 아래 설치해 놓았다. 사소하지만 세심한 배려 덕분에 아이들은 신발을 들고 오가는 수고 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놀이터로 뛰어나가 신 나게 논다.

신발장을 지나 외부로 나가는 어린이 집 문

신발장을 지나 문을 열고 나오면 

어린이집 외부로 나오면 만날 수 있는 어린이 놀이터

짜잔~여기는 아이들만을 위한 놀이터! +ㅁ+

이처럼 웃는땅콩은 공간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기반으로 독특한 물리적 구조를 만들어 냈고, 이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자극이 돼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활동을 탄생시켰다.

웃는땅콩에서는 공간과 공간의 소통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며, 아이들과 교사 모두 오픈된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생각의 틀에 갇혀서는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어 내기 힘든 법. 웃는땅콩에서는 ‘계단은 위험하다.’, ‘교실의 통유리창은 교사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등 어린이집 환경에 대한 고정관념을 찾아볼 수 없다. 교실이 노출되면 교사 입장에서는 외부 시선이 신경 쓰이고, 아이들도 활동에 집중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에 갇혔다면 누리기 힘들었을 환경이다.  웃는땅콩에서는 공간과 공간의 소통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며, 아이들과 교사 모두 오픈된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공간지각력을 키워 주는 환경 

한눈에 봐도 회사가 어린이집 설계는 물론 내부 디자인까지 꽤나 깐깐하게 주문했겠다 싶다. 하지만 좋은 자재를 쓰고 특이한 구조로 설계해 그저 보기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었다는 평가로는 웃는땅콩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웃는땅콩을 설계하며 건축가에게 요구했던 건 ,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공간지각력을 높였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단다. 그렇게 주문한 건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CSO)였다. 유아 교육에서 공간에 대한 중요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발도르프 교육은 ‘공간은 아이의 사고를 결정한다.’고 했고, 이탈리아에서 태동한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은 ‘공간은 제3의 교사’라고 했다. ‘유아 아동기에 공간 인지능력의 정도가 뛰어났던 사람들이 창조성과 학문적 성취도가 높았다.’는 미국 심리과학학회의 연구 결과도 있다.

식당 맞은편 교실, 여자아이 둘이 알록달록한 천을 들고 신 나게 춤을 추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식당 맞은편 교실, 여자아이 둘이 알록달록한 천을 들고 신 나게 춤을 추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딛고 선 바닥이 교실의 다른 곳보다 높다. 일부러 단 차이를 내서 아이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 속의 공간’을 만든 것. 덕분에 아이들은 놀다가도 무대에 올라 작은 발표회를 여는 경험을 만끽하곤 한단다. 바닥의 높이 차이가 공간지각력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된 것.

같은 맥락으로 1층 만 1~2세 반에는 교실 안에 또 다른 집을 세워 공간을 나눠 놨다.

같은 맥락으로 1층 만 1~2세 반에는 교실 안에 또 다른 집을 세워 공간을 나눠 놨다. 이는 한 교실에서도 다른 장소에 있는 듯 신선한 즐거움을, 마치 우리집에 들어가는 듯 아늑함을 아이들에게 선사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은 이런 공간을 무척 좋아한다.


어린이집은 신 나는 곳

출근하는 엄마,아빠와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를 따라 어린이집에 들어섰다. 치즈 덩어리를 반으로 잘라 쌓은 것 같은 자작나무 블록 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무 블록을 바닥부터 쌓아 올려 원무실 벽을 이룬 그 자체가 거대한 조각 같다.

. 치즈 덩어리를 반으로 잘라 쌓은 것 같은 자작나무 블록 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무 블록을 바닥부터 쌓아 올려 원무실 벽을 이룬 그 자체가 거대한 조각 같다.

벽을 따라 도니 왼쪽엔 투명 유리로 둘러싼 교실이 이어지고, 오른쪽엔 2층으로 올라가는 넓은 계단과 놀이 공간, 도서관이 함께 있는 메인 홀이 나온다.

벽을 따라 도니 왼쪽엔 투명 유리로 둘러싼 교실이 이어지고, 오른쪽엔 2층으로 올라가는 넓은 계단과 놀이 공간, 도서관이 함께 있는 메인 홀이 나온다.

별다른 놀이 시설 없이 탁 트인 이곳에서 모든 연령의 아이들이 어울려 놀고 있다. 다소 빈 듯 너른 공간에서 아이들은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함께 놀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스스로 배운다.

놀이 공간 한쪽 벽에는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다. 계단과 중층을 만들면서 생긴 쓸모없는 공간인데 이를 버려두지 않고 터널로 만든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놀이 공간 한쪽 벽에는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다. 계단과 중층을 만들면서 생긴 쓸모없는 공간인데 이를 버려두지 않고 터널로 만든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아이들에겐 이보다 좋은 놀이터가 없다. 책을 읽거나 친구와 뛰어 놀던 아이들은 집에 갈 시간이 되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엄마, 아빠를 만나러 2미터 가량의 터널을 신 나게 통과하곤 한다.

천장에 위치한 거대 그물로 이동할 수 있는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비밀의 책장 통로

터널에 뺏겼던 시선이 자연스레 천장을 향했다. 천장에 웬 거대 그물? 중층 바닥에 만들어진 그물 놀이터다. 놀이 공간에서 나와 계단을 오르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물 놀이터로 들어가는 입구가 없다. 기자가 당황해 하자 동행한 교사가 웃으며 가로막힌 책장을 민다. 판타지 영화의 비밀스러운 공간처럼 문이 옆으로 스르륵 밀린다.

천장에 위치한 거대 그물

대저택의 어두운 서재 안,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을 밀면 등장하는 비밀 공간처럼 말이다. 세 겹으로 튼튼히 걸린 그물은 어른이 다리를 뻗고 누워도 될 정도로 넓다. 그물 주변은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들어 놨다. 취재를 나온 게 아니라면 그물에 몸도 던져보고 계단에 앉아 책도 꺼내 읽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물 놀이터를 나오니 맞은편은 나지막한 다락방 도서관이다.

그물 놀이터를 나오니 맞은편은 나지막한 다락방 도서관이다. 도서관 아래가 바로 원무실인데 원무실 층고를 조금 낮춘 덕에 마치 아지트 같은 공간이 탄생했다. 어른은 허리를 펴고 설 수 없지만 아이들은 낮은 천장이 주는 안락함을 느끼기에 충분해 보인다.


아이들의 생각이 반영된 환경 

다락방을 뒤로 하고 2층으로 향하니 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원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식당이 보인다. 5~7세(만 3~5세) 아이들이 사용하는 곳인데, 작은 박공지붕이 이어진 천장과 매립 조명, 탄탄한 원목 테이블이 풍기는 분위기가 소박하면서도 포근하다. 이곳에선 제 아무리 장난꾸러기라 해도 바르게 앉아 오물오물 밥을 먹겠거니 싶다.

작은 박공지붕이 이어진 천장과 매립 조명, 탄탄한 원목 테이블이 풍기는 분위기가 소박하면서도 포근하다.

식당 한쪽 구석, 작은 책장과 의자가 쪼르륵 놓여 있다. 어린이집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책장이 눈에 띄었지만, 식당 안까지 독서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런데 식당에 작은 도서관을 만든 건 다름아니 아이들이란다.

어린이집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책장이 눈에 띄었지만, 식당 안까지 독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밥을 먹는 속도가 저마다 다르다 보니 먼저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친구들을 기다리며 책을 갖다 읽기 시작한 것.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때로는 어른보다 더 큰 생각을 한다.


집같이 따뜻하고 포근한 공간 

웃는땅콩의 아이들은 실제로 머물 수 있는 공간보다 더 넓은 공간을 누린다. 벽 전체를 유리로 만든 구조 덕분이다. 웃는땅콩은 남향인 1층 정원과 인접해 하루 종일 밝고 따뜻한 빛이 들어온다. 아직 바깥에 자유롭게 나갈 수 없는 1~2세 아이들도 유리창을 통해 밝은 햇살을 마음껏 누리고 ‘후드득’ 내리는 빗방울 소리를 느낀다. 바깥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시선도 교실과 놀이 공간에 있는 아이들에게까지 확장된다.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서로를 인지할 수 있는 것. 태어나자마자 아파트 생활에 길들여지는 아이들에게 ‘마당 있는 집’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독특한 경험도 안겨 준다.

웃는 땅콩 아이들이 키우는 방울 토마토 화분

웃는땅콩을 다녀간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아이들을 위한 완벽한 공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국 건축 전문가들도 이곳만큼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처음 계획부터 시공 마무리까지 섬세하게 완성한 어린이집은 드물다고 평가한다. 다년간 국내외 교육 전문 기간을 취재해 온 기자 입장에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웃는땅콩의 임효미 원장은 웃는땅콩의 환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유아교육에 오랫동안 몸 담았지만 웃는땅콩 같은 환경을 찾기는 힘들어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환경을 평소 매우 꼼꼼히 관리한다는 것도 웃는땅콩의 장점이에요. 어린이집 시설에 문제가 생겨서 회사 시설 팀에 연락하면 정말 빨리 달려 오시거든요. 그럴 때마다 회사가 우리 아이들에게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책임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거죠.”

웃는 땅콩 어린이집 풍경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 그것을 알고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선 직원 개개인에게 육아가 어떤 의미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아이를 돌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한 깊은 공감이 없었다면, 그래서 어떻게 어린이집을 운영해야 하는 지 고민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웃는땅콩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이집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아이들이 ‘웃는땅콩’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아이들의 표정이야말로 어린이집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가 아닐까. 굳이 전문가의 의견을 빌리지 않아도 말이다.

  아이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 기존 방침대로 견학 및 취재 요청은 제한되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박성희 기자 일도 육아도 당차게 해 내겠다는 각오로 경제지에서 전업기자 생활을 하다 ‘엄마가 필요하다.’는 큰 아들의 눈물에 회사를 접었다. 두 아들의 엄마이자 지금은 중앙일보 매거진 ‘키자니아’ 등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영유아, 초등학생 교육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어린이집부터 영어 유치원, 숲 유치원, 국·공·사립 초등학교는 물론 영어뮤지컬 극단, 영재 수학학원, 키즈스피치까지 대한민국의 핫한 교육 트렌드를 찾아 다니는 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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