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3 사운드

엔씨사운드 #1 들리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적막만이 가득한 사운드실… 들리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쿵! 당신이 듣는 한 음은 백만 번의 작업 끝에 탄생된다.

‘비틀즈’의 폴 메카트니, 영화 ‘인터스텔라’의 음악 감독 한스 짐머. 별도의 수식어가 필요 없을만큼 유명한 이들이 최근 게임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폴 메카트니는 FPS 게임 ‘데스티니’ 테마곡 제작에 참여했으며, 한스 짐머는 ‘크라이시스2’ 의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이제 더 이상 영화나 대중 음악의 전유물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죠.

최근에는 게임 그 자체보다도 음악과 음향으로 더 주목을 받게 되는 게임이 있을 정도로, 사운드는 게임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게임 사운드는 눈에 보이는 시각적 요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더욱 부각시키고, 감정을 극대화시켜 오디오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엔씨소프트의 사운드실 이야기에 지금부터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엔씨 사운드실 이야기, 첫 번째 순서는 송호근 실장이 직접 들려주는 사운드실 이야기입니다.


엔씨소프트 송호근 실장 인터뷰


Intro.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엔씨소프트 사운드실의 변화는 리니지, 리니지 2의 성공 전후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에는 각 개발 프로덕트 별 기획팀에 소수의 사운드 담당자들이 포함된 형태였다. 하지만 리니지 시리즈가 성공한 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프로젝트의 사운드를 수행하는 ‘사운드팀’ 형태로 변화했다.

이후 당시 DU(개발)본부장이었던 배재현 부사장님의 지시에 따라 사운드개발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2007~2010년 개발본부 산하 통합사운드팀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2010년 말 사운드실 조직으로 확장되었다.

엔씨사운드실의 역사는 게임사운드의 역할 혹은 트렌드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기본적인 게임사운드는 역할에 따라 크게 효과음향과 음악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시네마틱 영상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음악 연출과 함께 음향과 대사 등을 믹싱하는 작업도 중요해졌고, 전체 사운드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소스를 확보하는 레코딩 업무도 큰 과제가 되었다. 프로젝트의 개발 규모가 커지면서 유관팀들과의 프로세스 정비, 기타 업무 협의가 발생하였고, 이들 또한 사운드실의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블레이드 & 소울의 시네마틱 영상 중 ‘팔부기재의 희생’ (실제 게임 화면과는 다릅니다. 사운드 쪽을 감상해 주세요. :-))


track #1.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게임 스케일의 확대에 따라 사운드 수준 또한 상승해야 했고, 이를 위해 사운드실의 하드웨어 설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2010년 초, 판교사옥의 내부를 설계할 때부터 당시 건설관리팀(현 시설솔루션실)과 함께 사운드실 설계에 고려되어야 할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실제 입주하기 3년 전부터 준비한 셈이다.

사운드실 하드웨어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가장 큰 과제였다. 사운드 스튜디오의 공간문제, 장시간 헤드폰 작업으로 인한 작업자들의 청력저하 문제, 원활한 작업을 위한 개인 사운드 장비 및 다수의 개발 PC(엔씨 사운드실은 개인당 평균 7대의 PC를 사용) 확보 문제…그리고 그에 따른 개인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안과 협의가 계속 됐다.

그 중 개인방음실은 새로운 사운드실 시설의 핵심이었다. 이전에는 보통 개인용 헤드폰을 사용하여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장기적인 헤드폰 작업으로 청력이상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판교 R&D 센터로의 이전을 앞두고 김택진 대표님과 면담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표님이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을 흔쾌히 약속해주셨다.

사운드실의 개인 방음실

▲ 사운드실의 개인 방음실

먼저 헤드폰을 치우고 개인용 스피커를 지급받기로 했다. 국내 출시된 수십 개의 스피커를 놓고 테스트해 작업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정했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음시설 설립 계획을 세웠다. 내부 공간에 맞게 작업용 책상과 악기 등의 장비 수납함을 별도로 디자인하여 제작하였으며, 많은 PC를 사용하며 발생하는 내부발열과 소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에 별도 PC 수납장을 놓아 내부에는 모니터만 둘 수 있도록 설계하는 식이었다.

물론 모든 것이 사운드 직군을 위한 회사의 지원과 배려가 없었다면 운조차 떼지 못했을 일이었다. 최고 수준의 게임을 만드는 만큼 사운드와 사운드실의 환경 역시 그에 걸맞는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특히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다각도의 까다로운 요청을 드렸는데, 시설솔루션실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track #2. 3년 동안 쌓은 공든 탑, 실체를 보다.

계획은 크게 두 가지였다. 소형방음실 형태의 독자적인 개인업무공간과 레코딩 및 믹싱 용도에 특화된 전용 스튜디오를 확보하는 것이었으며, 그 외 구조-방음자재, 벽체 두께, 전력량, 방음을 고려한 공조시스템, 디스플레이 배치-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많은 이슈에 대해 고민했다.

서라운드 믹싱룸 작업 현장

 ▲ 서라운드 믹싱룸 작업 현장

이 과정에서 수도 없이 도면 수정이 이루어졌고, 특히 판교로 이전한 2013년에는 1월부터 8월까지 거의 매주 현장을 방문하여 공사진척사항에 대해 함께 점검했다. 의도한대로 구현되지 않은 요소들은 뜯고 고치고, 다시 뜯고 고치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사 후에 개인방음실 장비 세팅과 지하 스튜디오 세팅을 완벽히 마무리하기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더 걸렸다.

최종적으로 엔씨소프트의 사운드실은 개인방음실 40개, 방음회의실 1개, 서라운드 믹싱룸, 더빙 및 악기레코딩룸, 폴리레코딩룸을 갖추게 되었다. 3년의 고민 끝에 탄생한 현재의 사운드실은 게임오디오 분야에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조직구성과 개발환경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게임 오디오 개발 목적의 사운드 관련 조직이나 환경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곳중에는 엔씨 사운드실 출신의 인력이 포진해 있거나 엔씨 사운드실의 영향을 받은 곳들이 적지 않다.

실제 작업중인 개인방음실

실제 작업중인 개인방음실 ▼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는 개인방음실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5.1ch 사운드의 청음과 믹싱이 이루어지는 방음회의실
5.1ch 사운드의 청음과 믹싱이 이루어지는 서라운드 믹싱룸

▲ 5.1ch 사운드의 청음과 믹싱이 이루어지는 방음회의실과 서라운드 믹싱룸

사실 사운드실의 하드웨어를 이만큼 갖춰놓는다는 것은 단순한 사업논리로는 계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개인방음실을 자기 감성 가득한 작업공간으로 꾸며놓고 다양한 악기나 소품까지도 음악 작업에 활용하는 직원들을 보면,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음악을 들으면 지금 사운드실의 제작에 공을 들였던 것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공간에서 작업되어 나오는 결과물 하나하나가 엔씨소프트와 사운드실에게 큰 자부심으로 남을 것들이다. 결국 우리는, 사운드로 우리의 게임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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