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30 리니지

영자의 전성시대 #2 고객님은 사랑입니다


소싯적 리니지 서버를 맡아 운영하며, 선물과 욕메일(!)을 함께 받았던 리니지 운영자 출신들을 한데 모았습니다. GM보다는 ‘영자’라는 호칭이 더 친숙하다는 그들. 그들이 말하는  ‘영자의 전성시대’는 언제였을까요?

007처럼 신분을 숨겨야 했던 GM들의 고충과,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간담회 이야기를 다뤘던 영자의 전성시대 #1에 이어, 영자의 전성시대 #2에서는 영자로 살아가며 느꼈던 보람과 뿌듯함, 훈훈함을 전합니다.

첫 째도 고객, 둘 째도 고객이라는 GM 정신! 지금부터 만나 보실까요~?  😎



TJ
보다 GM

초창기 리니지 고객들에게 GM은 신적인 존재나 다름 없었다. 혹자는 ‘아이돌 인기 부럽지 않았다.’라고 당시 GM의 인기를 회상한다. 리니지에서 GM은 게임 내에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1급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존재였다.

GM들이 가장 많이 들은 질문(내지 부탁 내지 협박) 중 하나는 “아이템 좀 주세요.” 고객들은 GM이 아이템도 마음대로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전지전능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때로는 산타 할아버지 같고 때로는 슈퍼맨 같은 GM. 하지만 한편으로 GM은 언제나 고객과 눈을 맞추며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한신희 팀장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GM과 고객들이 정말 친했어요. 고객들의 고충도 들어 주고, 함께 놀기도 했죠. 이벤트도 뭔가 재미있고 특이하게 했었어요. 전형적이고 딱딱한 이벤트가 아니었죠.

예를 들면 게임 내에서 결혼한 사람들을 맵상의 비밀스러운 장소로 신혼여행을 보내주고 “이 순간을 즐기세요.” 하고 덕담을 날려 주는 식으로 같이 놀았죠. 당시 GM에게는 그런 권한도 있었으니까요.

당시 고객들 눈에 비친 GM은 어벤져스 같았다.당시 고객들 눈에 비친 GM은 이런 모습이었다

김영기 차장 실제로는 절대!!! 그렇지 않았는데, 일부 고객들은 운영자가 게임 안에서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템도 좋은 거 차고 다닐 거라 생각했고요. 실은 GM들 아이템이 더 보잘 것 없거든요(웃음).

게임이 잘 안 풀리는 날에는 채팅창에서 회사나 사장님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고객들도 있었는데(죄송^^),  GM을 대놓고 험담하는 고객들은 드물었거든요. 그 정도로 GM의 위상이 높았어요. 리니지 고객들에겐 사장님보다도 해당 서버의 GM이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었죠.

GM의 인기는 김택진 대표 못지 않았다 GM의 인기는 그 분 못지 않았다 

한신희 팀장 회사에서도 GM과 고객의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했잖아요? ‘친해지길 바라’ 같은 컨셉이었죠. 실제로 GM와 고객이 친해져야 게임의 시너지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GM 관련 게시판에 20문 20답이나 캐리커처가 올라오는 일도 흔했어요. 인기 있는 GM들은 고객들이 팬카페를 운영하기도 했죠. 업무가 바뀌어서 서버를 옮기면 고객들도 GM 따라 서버를 옮길 정도였어요.

정왕락 차장 GM 따라 서버 옮긴 고객 하니까 딱! 생각나는 게 있네요(웃음). 당시 인기가 엄청났던 여자 GM이 있었는데, 그 GM이 관리하던 서버를 제가 맡게 된 거예요. 그런데 그쪽 서버로는 글쎄, “누나,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메일부터 “누나 사랑해요.” 같은 내용의 메일이 오더라구요. 그때의 충격이란!

전 매일 아침마다 욕 메일 받았는데(웃음). 가끔 GM이 바뀐 것에 불만을 품은 고객들이 “우리 누나 돌려줘요!”라는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어요. 좋아하는 GM 때문에 게임을 계속했던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리니지 속 GM캐릭터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GM캐릭터 

이영미 과장  저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게 GM이 고객 결혼식 사회를 본 거예요. 어떤 남자 고객이 리니지를 함께 즐기던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됐는데, 자기 서버 GM을 실제 결혼식 사회자로 섭외하고 싶다고 ‘리니지 사랑의 메신저 게시판’에 글을 남긴 거예요. 그래서 고객의 요청대로 그 GM이 직접 결혼식 사회를 봤어요. 축가도 불렀고요(웃음).

저도 홍보팀 통해서 청첩장을 받았는데, 결혼식에 가서 보니 신부가 제 초등학교 동창이더라고요. 저에게  “영자님, 영자님” 했던 고객이 친구라니! 세상 참 좁구나 싶더라고요(웃음).


영자, 너의 의미

2000년대 중후반까지 리니지의  ‘영자’는 지금 게임의 ‘운영자’와는 다른 역할, 다른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친숙하지만 왠지 멋진, ‘우리동네 히어로’로서 고객들과 함께 리니지라는 놀이를 즐겼던 것이다. 왕년에 영자의 전성시대를 경험했던 이들이 말하는 영자와 고객 사이는 어떤 것이었을까.

정왕락 차장 당시에는 한 서버를 담당하는 GM이 잘 바뀌지 않았어요. 터줏대감처럼 해당 서버를 오래 관리하다 보니, 많은 걸 파악하고 있었죠. 주요 인물이나 혈맹 분포도, 세력도를 따로 그려서 관리하기도 했고요. 마치 가계도 그리는 것처럼요. 그땐 그런 일이 흔했어요.

게‘임’마스터임을 커밍아웃해 버린 전설짤 게‘임’마스터임을 커밍아웃해 버린 전설짤 

한신희 팀장 맞아요. 그땐 모든 게 ‘수동’이었죠. 지금이야 해당 서버에 어떤 인물이 있고 어떤 혈맹이 있는지 쯤은 로그 분석을 하면 쉽게 나오잖아요. 하지만 당시엔 그런 기술이 없었어요(웃음).

GM이 게임 안에서 고객들과 같이 놀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파악한 거죠. 그것도 GM의 역할이자 능력이었어요. 개입은 절대 하지 않지만, 파악은 반드시 해야 하는 성격의 일이었죠.

이영미 과장 그땐 GM 이미지도 지금같진 않았잖아요?(일동 끄덕) GM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이 있었죠. 주로 저희가 질문을 받는 입장이긴 했지만, 간혹 저희가 고객들에게 질문을 하면 대부분 친절히 답해 주셨고요. 누군가 GM을 욕하면 “우리 영자님 욕하지 마세요!” 하며 적극적으로 편을 들어 주는 고객들도 있었어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죠. GM이 예전처럼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팬미팅 등을 통해 고객들과 어울리는 일도 줄었으니까요. 예전 영자 시절을 기억하는 고객들에겐 GM이 하는 일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GM의 친근한 이미지를 살린 캐리커쳐 GM의 친근한 이미지를 살린 캐리커쳐 

김영기 차장 우리 너무 옛날 사람들 같은데?(웃음) 하긴 그때는 낭만이 있었어요. 고객들이 GM에게, GM이 고객에게 감동을 주었고요. GM이 회사와 고객들 사이에 접점을 만들어서 서로 소통하면서 만들어 낸 감동이었죠. 그나저나, “요즘도 GM이 있어요?”라는 질문 가끔 듣지 않아요?

한신희 팀장 그러게요. 지금도 GM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운영하고 있어요. 하지만 업무 성격이 바뀌었죠. 리니지라는 게임 자체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진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거예요. 이제는 이 거대한 가상 세계의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해졌으니까요.

아무래도 관리에 대한 원칙이 필요해지고 업무가 메뉴얼화 되다 보니 예전처럼 GM이 개인적인 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게임 운영의 관점이 달라진 거죠. 고객들과 밤새 게임 안에서 놀다가 사무실 2층 침대에서 자고, 주말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출근했던 예전이 가끔은 그리워요. 일이 곧 노는 거고 노는 게 곧 일이었던, 꿈같은 시절이었죠(웃음).


영자의 전성시대 #2 재미있게 보셨나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게임답게 리니지에 얽힌 추억담도 가지각색입니다.

늘 발전하고 진화하는 게임이니만큼,  ‘지금’의 리니지도 누군가의 추억이 되겠죠?

현재진행형 MMORPG 리니지가 써 나갈 새로운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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