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2 게임과 뇌과학

하지현의 게임과 뇌과학 #10 비액션 게임도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님과 함께 하는『게임과 뇌과학』!

게임이 우리 뇌에 참 좋은데…정말 좋은데…슈팅 게임을 비롯한 액션 게임 외에, 단순하고 반복적인 비액션 게임을 하는 것도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ʅ(´◔౪◔)ʃ

우리의 뇌를 바꾸는 신기방기한 게임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 ͡° ͜ʖ ͡°)


하지현의 게임과 뇌과학 #10 비액션 게임도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

그동안 ‘게임과 뇌과학’에서 소개한 연구들은 대부분 1인칭 슈팅 게임이나 액션 게임이 뇌기능에 비치는 영향을 다룬 것이었다.

연구 결과를 통해, 선택적 집중력과 시지각 변화, 시각기억력, 시각 인식 능력 등의 다양한 인지기능이 게임을 통해 향상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인지기능의 향상은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고무적인 연구 결과도 있었다.

액션 게임은 인지기능 향상의 1등공신!  ( ͡° ͜ʖ ͡°)

액션 게임은 인지기능 향상의 1등공신!  ( ͡° ͜ʖ ͡°)

슈팅 게임을 비롯한 액션 게임은 전개가 빠르고, 시각적 자극이 매우 많으며, 적과 아군을 구분하며 전략을 짜고 바로 실행하는 멀티태스킹 과정이 반복된다.

일상 생활을 할 때보다 인지적인 부담이 매우 커지므로, 액션 게임을 할 때는 타 장르의 게임을 할 때보다 자연스레 뇌 인지기능의 빠른 변화가 기대되는 것이다.

때문에 게임과 뇌의 연관성을 다루는 다수의 연구들이 액션 게임을 소재로 이루어졌다.

폭발에 탈출하는 남자

지금 탈출…아니 매우 큰 인지적 부담을 겪는 중입니다 

테트리스와 슈퍼마리오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액션 게임과 관련된 연구 결과만 소개했는데, 그러다보니  “나는 뭐 게임아닌가?”, “나도 사람들이 즐겨한다고!”  같은 소외된 게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또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난  전략게임을 좋아하는데 이건 뇌에 도움이 안 되나?” 내지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게임을 하는 것은 인생 낭비란 말인가?” 이런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다.

게임 화면

이게 어찌 인생의 낭비란 말입니까 #늪처럼_빠져든다 

그렇다면 비액션 게임을 즐기는 경우에도 뇌에 변화가 생길까?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주는 연구를 소개한다.

2013년, 미국의 과학 저널 <PLOS one>에 Adam Oei와 Michael Patterson이 발표한 “비디오 게임의 인지 향상: 다중 게임 훈련 연구(Enhancing Cognition with Video Games: A Multiple Game Training Study)”다.

연구진은 싱가포르 난양 대학에 재학 중인 평균 연령 21세의 대학생 75명을 모집한 뒤, 10여 명 씩 5개의 집단으로 나눠 아이패드와 아이폰으로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하루 최소 1시간씩, 4주 동안 플레이하도록 했다.

이들은 이전에는 하루 한 시간 이상 게임을 해본 적 없는 사람들로, 게임을 플레이한 시간은 온라인으로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연구를 진행한 Adam Oei와 Michael Patterson

연구를 진행한 Adam Oei와 Michael Patterson

연구진은 이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하기 전과 후, 두 번에 걸쳐 집중력과 시각 기억을 포함한 4가지 종류의 인지기능 검사를 진행해 그 차이를 비교했다. 그리고 각 게임 간의 차이도 비교했다.

참여자들은 연구실에 모여서 인지기능 검사를 한 뒤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했다. 그러고나서 다시 검사를 한 후, 즉각적인 변화를 비교했다.

5개의 집단에서 플레이한 게임은 각각 다음과 같았다.

1) 모던 컴뱃: 샌드스톰

1) 모던 컴뱃: 샌드스톰

2) 심스3

2) 심스3

3) 맷치3

3) 맷치3

4) 메모리 매트릭스 1.0

4) 메모리 매트릭스 1.0

5) 숨은 물건 찾기(hidden expedition Everest, Big fish game)

5) 숨은 물건 찾기(hidden expedition Everest, Big fish game)

첫 번째 실험은 회색 바탕의 카드에서 검은 글자를 보다가 갑자기 흰 글자가 200~500 밀리세컨드 후에 나올 경우, 그 글자를 놓치는 경향인 ‘블링크 오류(attentional blink)’를 평가하는 것이었다.

집중력과 시각 변별력이 좋아지면, 아래 그림과 같이 블링크 오류가 줄어든다.

첫 번째 실험은 회색 바탕의 카드에서 검은 글자를 보다가 갑자기 흰 글자가 200~500 밀리세컨드 후에 나올 경우, 그 글자를 놓치는 경향인 ‘블링크 오류(attentional blink)’를 평가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실험은 ‘필터 태스크(filter task)’로, 이는 여러 방향으로 흩어진 막대기 8개 중에 타겟이 되는 색깔의 막대기 수가 매번 달라지면서 100 밀리세컨드 동안 보이고 900 밀리세컨드 동안 사라지는데, 이후 아주 잠깐 타겟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감지하는 실험이다.

아래의 이미지와 같은 실험을 통해 여러 개의 시각 자극을 동시에 따라가고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을 알아낼 수 있다.

막대기의 위치가 변화한 것을 감지하는 실험 

막대기의 위치가 변화한 것을 감지하는 실험 

세 번째 실험은 시각 탐색과 공간 기억 실험이고, 네 번째 실험은 산수 문제를 풀면서 눈앞의 화면에 나온 6가지의 숫자나 문자를 기억해 내는 복합 과제였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액션 게임인 모던 컴뱃을 한 집단의 블링크 오류가 확연히 줄어들었는데, 몇 번 반복하면서 서서히 다른 집단들도 오류가 줄어들었다.

두 번째 실험은 다중 물체 감지와 인지 조절을 측정하는데, 심스3를 한 집단을 제외한 나머지 집단에서 변화를 감지하는 민감도가 증가했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아이

미세한 변화를 잘 감지할 수 있게 된 건 다 게임 덕? 

세 번째 실험에서는 매치3를 한 집단에서 시각 탐색 정확도가  증가했고, 반응 속도는 매치3, 숨은물건찾기, 메모리 매트릭스를 한  집단에서 빨라진 것이 관찰됐다.

네 번째 복합 과제에서는 매치3, 액션게임 두 집단에서 정확도가 증가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액션 게임 외에  비액션 게임을 하는 경우에도 다양한 종류의 인지기능이 향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최근의 모바일 게임 환경을 반영해,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더라도 충분히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있는 사람

이제 언제 어디서든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빠른 움직임과 순발력이 필요한 액션 게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면 집중력, 시각 기억, 복합 과제 능력 등이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들은 게임을 통해 작업 기억을 많이 활용하게 되고, 많은 감각 정보를 통합해 처리해야 하므로 이로 인해 여러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므로 꼭 액션 게임만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 각각의 게임의 특성에 따라 인지기능과 뇌를 변화시키는 원리는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RESTART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여담이지만, 현실에서 위와 같은 질문에 선뜻 “네”라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지독한 경쟁이 밑바탕에 깔린 현대 사회에서는 한 번의 실패가 곧 완전한 아웃을 의미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 쉽게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지고 또 진 다음에도 끝까지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취업, 연애, 결혼...경쟁에 지면 바로 out인 현실 

취업, 연애, 결혼…경쟁에 지면 바로 out인 현실 

게임의 순기능 중 하나는 바로 이처럼 낙관적 기대를 품게 한다는 것 아닐까.

게임 내에서의 패배는 영원한 아웃이 아니라  ‘‘Game over. Continue,  Yes or No?’’의 즐거운 실패다. 실패하고도 유쾌할 수 있다.

게임이 끝나도,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다는 게 게임의 매력! 

게임이 끝나도,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다는 게 게임의 매력! 

게임을 통해 실패의 경험에 익숙해지고, 이를 통해 낙관적인 태도를 갖게 된 사람은 현실의 긴박한 상황에서도 낙관의 상태에 오래 머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게임을 현실을 도피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여기며 죄책감을 갖고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

게임의 순기능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들을 통해 충분히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게임은 정말 #좋아요 #옳아요 #최고예요

게임은 정말 #좋아요 #옳아요 #최고예요

지금까지 소개한 10편의 연구들도 연구자 본인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 덕후’이기에 게임의 순기능을 입증하려는 덕심과 잉여력이 대폭발한 결과물은 아니었을까?

게임을 즐기면서 석연찮은 마음이나 망설임을 품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면서 말이다.


하지현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주는 글솜씨로 칼럼을 연재 중이며
『정신의학의 탄생』 등 10여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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