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2 게임과 뇌과학

하지현의 게임과 뇌과학 #2 게임이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

게임이 우리의 두뇌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파헤쳐보는 『게임과 뇌과학』!

오늘 살펴볼 이야기는 게임이 학습 능력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게임을 하면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라는 주장과 “게임을 많이 하면 바보가 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님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o´∀`o)ノ


하지현 교수의 게임과 뇌과학

컴퓨터 게임에 얽힌 큰 오해 중 하나가 “게임을 많이 하면 바보가 된다.”는 것이다. 이걸 진실이라고 믿는 엄마, 아빠들도 굉장히 많다.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는 “정신과에 다니면 기업에서 다 알아내서 취업이 안 된다.”는 말 만큼이나 당황스러운 도시괴담이지만, 문제는 이 이야기가 꽤 잘 먹힌다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에 얽힌 큰 오해 중 하나가 “게임을 많이 하면 바보가 된다.”는 것이다.엄마의 등짝 스매시 3초 전…

게임하면 바보된다는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이론은 “자극적인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면 뇌가 발달을 멈추거나 퇴화한다”는 논리다. 그중에서도 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전두엽은 인간의 뇌에서 20%를 차지하는데, 특히 인간이 인간다운 행동을 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는 부분이다. 유연성, 집중력, 융통성, 실행능력, 억제능력, 추상적 사고능력 등과 관련이 있다. 이토록 중요한 부분이 망가지거나 발달을 멈춘다고 하니, 사람들이 경악할 수밖에.

엄청난 설득력이다!!_인터넷 짤하지만 믿고 싶지 않아!

하지만 과연 그게 사실일까?

물론, 게임이 전두엽의 발달을 저해한다는 연구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된 뉴스 보도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수백만 편의 논문들이 있고, 그중에는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것들도 적지 않다. 또, 뉴스에서 보도가 되었다고 해서 다 사실이라고 볼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게 설계된 연구인지, 비슷한 결과가 반복해서 재현이 되는지, 해당 논문이 어떤 학술잡지의 리뷰를 통과했는지다.

이런 기준으로 위의 논리를 반박할 이야기를 찾아보던 중, 게임과 학습능력에 관해 흥미로운 실험결과를 다룬 신뢰할만한 논문을 한 편 찾아냈다.

송혝에게 그 어려운 걸 해냈다고 말하는 송중기그 어려운 걸 또 해냅니다, 내가

미국 뉴욕 로체스터 대학의 뇌/인지과학과 및 프린스턴 대학 프린스턴 신경과학 연구소에 소속된 비크라스 베잔키(Vikranth Bejjanki)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 Proc Natl Acad Sci USA)에 2014년에 발표한 “Action video game play facilitate the development of better perceptual templates(액션비디오게임이 더 나은 지각 형식 발달을 가능케 한다)”라는 논문이다. 간단히 말해, 액션비디오게임을 하면 지각학습의 발달이 촉진된다는 이야기다.

앗싸! 신나는구나!여기 신나는 분들 많지 말입니다 

학습이란 ‘경험이 신경계를 변화시켜 행동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지각학습(perceptual learning)’이란 빠르고 정확하게 보고 듣고 반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사물이 안전한지 위험한지 구별하고, 주변 상황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똥인지 된장인지 빨리 알아차리고 이에 따라 반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부를 할 때에도 ‘지각 학습’은 중요하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잘 구별해서 머리에 넣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니겠는가.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반응해야 한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반응해야 한다

성공적인 학습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하나는 신호-소음 비율을 증가시켜서 쓸데없는 소음을 최소화하고 영양가있는 정보를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업을 들을 때 웃어 넘길 농담과 암기해야 할 중요한 부분을 잘 구분해내는 능력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두 번째는 내외부에서 주의집중을 못하게 산만하게 자극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배가 고파도 잘 참고, 주변에서 아이들이 아무리 떠들고 밖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고 해도 선생님 말씀은 쏙쏙 귀에 집어넣는 것이 모범생의 나아갈 바가 아닌가.

WHAT?!_인터넷 짤그.. 그런 거였어?

연구자는 게임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 이 두 가지 능력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비교했다. 빨리 휙휙 지나가는 정보들 사이에서 지정된 타겟을 잘 찾아내고, 집중을 오랜 시간 유지하는 능력을 본 것이다.

실험에 참여한 집단은 평균 22세 정도의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평소 ‘언리얼 토너먼트(Unreal Tournament)’나  ‘콜 오브 듀티2 (Call of Duty2)’와 같은 슈팅 게임들을 플레이해온 사람들로, 빠른 속도로 점멸하는 화면 속에서 지정된 숫자나 알파벳을 찾아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여기에는 지정된 비율로 의미 없는 정보들이 소음으로 포함되었다.

이들은 평소 ‘언리얼 토너먼트(Unreal Tournament)’나  ‘콜 오브 듀티2 (Call of Duty2)’와 같은 슈팅 게임들을 플레이해온 사람들로, 빠른 속도로 점멸하는 화면 속에서 지정된 숫자나 알파벳을 찾아내라는 지시를 받았다.이런 게임을 해온 사람들이지 말입니다 

90분에 걸쳐서 지겨울 정도로 오래 실험을 했는데, 결과는 게이머들이 게임을 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쓸모없는 소음을 많이 넣어서 신호를 찾아내기 어렵게 만들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게임을 많이 한 사람들은 주어진 자극이 무엇인지 지시를 받고 나면 매우 수월하게 집중을 하고, 빠른 속도로 인식 했으며, 내외부에서 산만하게 할 자극을 주더라도 집중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얘들아 집중하자!

아, 집중 하라고!

실험 결과를 두고, “원래 그런 걸 잘 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실험을 한 게 아닌가” 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다. 연구자들은 이런 비판을 막기 위한 두 번째 실험을 시도했다. 한 번도 게임을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을 모아서 일주일에 5~6 시간 동안 9주에 걸쳐 액션게임을 빡세게 하게 만들었다.

이후 게임을 하기 전과 한 후의 학습 능력을 비교해보았다. 또, 액션게임이 아닌 ‘심스2(The Sims2)’나 ‘레스토랑 엠파이어(Restaurant Empire)’와 같은 비액션게임을 대조군에게 훈련시킨 후에 비교를 해보기도 했다.

심즈하는 남자 분들 드러내고 삽시다 괜찮아요 심즈하는 남자 분들 드러내고 삽시다 괜찮아요 

9주가 지난 후, 액션게임을 빡세게 한 집단은 게임을 하기 전에 비해 지각학습능력이 상승되었고, 비액션게임을 한 집단에 비해서도 우월하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한 번도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두 달 정도 재미있게 게임을 하고 나니 학습능력이 상승된 것이다.

내가 게임을 한 건 학습능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내가 게임을 한 건 학습능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자, 이번에는 “이건 일시적인 반짝 현상이다. 군대 갔다와도 잠깐 정신 바짝 차린다. 하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개판이 되더라.”라는 비판을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연구자들은 대비를 했다. 진짜 똘똘한 연구자의 자세가 이런 것이다. 집요하고 물샐 틈이 없다.

연구자들은 적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이 지난 후에 실험 대상자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시간이 꽤나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처음 훈련을 받기 전에 비해서 여전히 좋은 실력을 보였고, 비액션게임 집단에 비해서도 좋은 학습능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두 달 정도의 액션게임 경험은 학습에서 주요한 부분인 ‘지각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그 효과는 최소 몇 달에서 일 년까지도 지속되었다.

(아… 그래서 홍진호가 프로게이머를 그만둔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지니어스’처럼 순발력을 요구하고, 작은 단서를 찾아서 실마리를 푸는 문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인가 보다.)

그랬구나... 2등만 해도 되는 거였구나...그랬구나… 2등만 해도 되는 거였구나…

이는 게임과 관련한 영역에만 국한된 직접적 효과가 아니었다. 지각학습모델은 일반적인 학습능력과 연관성이 있고, 총을 쏘거나 몸을 움직이는 반사능력처럼 꼭 게임과 직접 연관된 능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쓸모없는 자극을 억제하거나 무시하고, 주어진 타겟 자극에 오랫동안 집중을 해내면서 자기 것으로 소화해내고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신경망이 재편되었던 것이다.

연구 결과는 이와 같이 게임을 하는 것은 바보가 되는 지름길이 아니라, 빠릿빠릿하게 주어진 과제를 찾아내서, 필요한 것과 쓸모없는 것을 구별해내고, 주변의 소음과 산만하게 만들 자극에도 불구하고 집중을 유지해내는 기본적인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도구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게임 정말 훌륭하지 말입니다 게임 정말 훌륭하지 말입니다 

그렇다면, 액션게임말고 다른 게임은 쓸모가 없을까? 놀랍게도 한국의 연구자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이와 비슷한 연구를 한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울산의대 신경과 강동화 교수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지각학습모델로 실험을 해서 게이머들이 비게이머들에 비해서 시지각학습능력이 우월하다는 것을 밝혀 2015년 신경과학회지에 발표한 바 있다.

이제 “게임 많이 하면 바보된다” “전두엽에 영구적 손상이 온다.”는 말을 듣는다면 이런 멋진 연구결과를 들이밀어 보면 어떨까?

굳이 이러고 싸울 필요가 없다는!굳이 이러고 싸울 필요가 없다는!

참고 문헌

  1. Bejjanki VR, Zhang R, Li R, Pouget A, Green CS, Lu ZL, Bavelier D. Action video game play facilitates the development of better perceptual templates. Proc Natl Acad Sci U S A. 2014 Nov 25;111(47):16961-6.
  1. Kim YH1, Kang DW2, Kim D3, Kim HJ1, Sasaki Y3, Watanabe T3.Real-Time Strategy Video Game Experience and Visual Perceptual Learning. J Neurosci. 2015 Jul 22;35(29):10485-92.

하지현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주는 글솜씨로 칼럼을 연재 중이며
『정신의학의 탄생』 등 10여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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