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9 게임과 뇌과학

하지현의 게임과 뇌과학 #3 슈퍼 마리오가 뇌를 바꾼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님과 함께 하는 『게임과 뇌과학』!

지독한 ‘길치’에는 ‘슈퍼 마리오’가 특효약? 우리의 뇌를 바꾸는 신기방기한 게임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o´∀`o)ノ


하지현 교수의 게임과 뇌과학

현대사회에서 게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다. 제인 맥고니걸은 ‘누구나 게임을 한다’는 책에서 보통 사람이 어릴 때부터 일반적인 수준으로 게임을 하면 21살이 되었을 때 1만 시간 정도를 한 셈이 되고, 이는 대학을 졸업하는데 들이는 학습량의 두 배 정도라고 했다.

‘1만시간’, 뭔가 떠오르는 게 있지 않나? 바로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1만 시간의 법칙 말이다. 그는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뭐라도 한 가지를 파기 시작해서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틀즈가 무명시절 독일 함부르크의 바에서 연주를 하면서 1만 시간의 내공을 쌓은 덕분에 혁신적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참 힘들고.. 긴 시간이었지...

1만 시간이라니….

다시 제인 맥고니걸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전세계 젊은이 대부분은 게임을 하면서 1만 시간을 보내고 성인이 되었다. 과연 이 시간은 허공에 날아가 버린 쓸데없는 시간에 불과할까? 아니면 모두가 프로게이머로 거듭나야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게임이 뇌에 어떤 영향을 줬고, 무엇을 숙련시켰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영국 런던에는 중심가에만 약 2만 5천개의 거리와 관광지가 있다. 런던에서 택시기사 면허를 받으려면 거미줄같이 얽히고 설킨 런던의 모든 지명과 수백 년 역사 속에 복잡하게 이어진 도로들을 모두 외우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면허를 따는 데 무려 4년 간의 교육과 실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런던에서 택시기사 면허를 받으려면 거미줄같이 얽히고 설킨 런던의 모든 지명과 수백 년 역사 속에 복잡하게 이어진 도로들을 모두 외우고 있어야만 한다.

이걸 다 외워야 택시기사가 될 수 있…

엘리너 매과이어 영국 런던대(UCL) 교수가 영국의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뇌의 변화를 측정해보았더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뒷부분이 일반인보다 대부분 더 크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매과이어 교수는 이 사실을 2000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미 성인이 된 이들이라 뇌가 굳어져 있을 것 같지만, 훈련에 의해 여전히 뇌가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신경가소성(neural plasticity)이라고 한다.

해마 뒷부분은 내가 셜록보다 더 클지도.

해마 뒷부분은 내가 셜록보다 더 클지도…??

택시기사들에게서 더 발달돼 있던 해마의 뒷부분은 위치정보를 담당하는 구역이다. 몇십 년 전 연구자들은 쥐를 통해 특정 장소마다 흥분하는 신경세포가 각기 다른 것을 발견했다. 신경과학자 존 오키프 교수와 마이 브리트 모저, 에드바르 모저 교수는 이 특정 지역마다 흥분하는 신경세포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조직 특정지역에 몰려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공로로 2014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인간 역시 쥐와 마찬가지로 해마의 뒷부분은 위치정보와 관련한 세포가 집중적으로 존재하는 곳이다. 뒷배경은 여기까지만 알면 된다. 이제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필요한 만큼은 보여 줬다. 이 이상은 보여주지 않는다.

배경 지식 설명은 여기까지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베를린 차리테 대학의 퀸(Kühn) 박사 연구팀이 2014년 분자정신학(Molecular Psychiatry)에 이런 제목의 연구를 발표했다. 제목부터 섹시하다. “슈퍼마리오 게임이 뇌의 구조적 가소성을 유도하는가(Playing Super Mario induces structural brain plasticity: gray matter changes resulting from training with a commercial video game)”

슈퍼마리오 게임이 뇌의 구조적 가소성을 유도하는가

딴~ 딴~ 딴~ 딴 딴따라~

연구진은 인터넷과 광고를 통해 평소 비디오게임을 거의 한 적 없는 사람을 모집했다. 모집된 사람들은 평균 나이 23세로, 여성 17명과 남성 6명. 연구진은 이 23명의 사람들에게 닌텐도DS를 주고 2달 동안 최소 하루 30분 이상 슈퍼마리오64 DS 게임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같은 수의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수퍼마리오64 DS는 너무나 유명한 게임인데, 닌텐도의 특성에 따라 게임 화면이 위/아래 두 개의 창으로 나눠져 있었다. 윗창은 3인칭 시점으로 슈퍼마리오를 쫓아가면서 게임을 하고, 동시에 밑의 창에서는 버드아이뷰(bird-eye view)로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전체적인 방향을 잡고, 목표물의 위치를 확인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수퍼마리오64 DS는 너무나 유명한 게임인데, 닌텐도의 특성에 따라 게임 화면이 위/아래 두 개의 창으로 나눠져 있었다.

위/아래 창을 함께 보면서 플레이 해야 한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과 후에 게임을 하는 집단과 대조군 모두 MRI로 뇌를 찍었다. 그리고 뇌 부분별 미세한 조직의 구조적 크기의 변화를 VBM(voxel-based morphometry)으로 평가해서 비교했다. (VBM이란 국소적인 뇌의 변형을 통계적으로 측정하여 3차원 공간에 투영하는 뇌영상 분석 기술이다. – 출처:위키백과)

게임을 한 집단은 두 달동안 약 50시간 정도 플레이 했다고 보고를 했고, 이들과 대조집단의 MRI를 비교해보니 세 곳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바로 우측 해마(HC), 우측 배외측전전두피질(DLPFC), 그리고 소뇌(cerebellum)였다.

실제 논문 상에 포함된 뇌 촬영 이미지

실제 논문 상에 포함된 뇌 촬영 이미지

먼저 우측 해마는 특히 뒷부분이 대조집단에 비해서 커져있는 것이 관찰되었다. 런던 택시 기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 부분은 공간지각력 및 위치추적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일종의 마음속의 네비게이션이다. 슈퍼마리오 게임을 하는 동안 아래창을 보면서 어디로 갈지를 정하고, 윗창으로 목표물을 찾아가는 것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해마에 변화가 온 것이다.

해마는 일반적으로 기억과 연관되어있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기억은 좌측뇌와 관련이 더 많고, 우측뇌는 공간정보와 위치추적과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이 연구에서도 특히 우측 해마의 변화가 뚜렷했다.

우측 해마는 공간정보와 위치추적을 담당한다

우측 해마는 공간정보와 위치추적을 담당한다

두 번째 배외측전전두피질(DLPFC)은 들어온 정보를 통합하고, 규칙과 보상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는 기능을 하는 부위다. 게임에서 목표물을 찾아가면서 어디로 갈지 정하고, 방해물을 피하고, 적에 대응하면서 행동을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이 부분의 증가가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 부분은 도파민과 관련이 되어있는데, 이 신경전달물질은 보상과 관련되어 원하는 행동을 반복하도록 하는 동기부여를 돕는다. 그래서 그런지 DLPFC의 변화는 두 달 중에 첫 달에 특히 두드러지게 관찰되었다. 처음 게임을 하면서 더 잘하고 싶어하고, 재미를 느끼면서 더 열중하게 되는 과정에 이 부분의 변화가 집중되었던 것이다.

침착해 목표를 센터에

동기부여!

세 번째, 소뇌는 일반적으로는 균형을 담당하는데 인지과제에서는 운동조절, 자동화, 학습, 운동기술의 습득과 연관되어있다. 두 달 동안 게임을 하고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면서 변화가 온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가 깜짝 놀라는 인터넷 짤

조… 좋은데?

정리하자면 두 달동안 닌텐도DS로 수퍼마리오64라는 간단한 게임을 하루 30분-1시간 정도 하는 만으로 20대 젊은이들의 뇌에서 공간지각을 담당하는 부분과 정보를 통합하고 판단하는 부분이 단순히 활성화되는 것을 넘어서 통계적으로 차이가 날 정도로 뇌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4년동안 런던의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길을 외운 런던의 택시기사만큼 오랜 노력을 하지 않고도 비슷한 맥락의 변화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훨씬 복잡한 수준의 맵을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하는 MMORPG나 FPS와 같은 게임을 반복하는 것은 더 확실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천잰데?

드디어… 길치 탈출

이 결과를 실생활에 응용해 보자. 평소 길치라 여길 정도로 공간지각력이나 위치정보력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게임을 하루에 30분정도라도 꾸준히 해보는 것이다. 간단한 게임레벨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재미를 붙이면서 보상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고, 두세 달 몰입하다보면 단순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뚜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길치에서 벗어나서 향상된 공간지각력과 판단력으로 지도를 보면서 갈 곳을 잘 찾고, 모르는 곳도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가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Kühn S, Gleich T, Lorenz RC, Lindenberger U, Gallinat J. Playing Super Mario induces structural brain plasticity: gray matter changes resulting from training with a commercial video game. Mol Psychiatry. 2014 Feb;19(2):265-71


하지현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주는 글솜씨로 칼럼을 연재 중이며
『정신의학의 탄생』 등 10여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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