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4 게임과 뇌과학

하지현의 게임과 뇌과학 #4 게임을 하면 눈이 좋아진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님과 함께 하는 『게임과 뇌과학』!

흔히 게임을 많이 하면 눈이 나빠질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요, 이런 생각을 뒤집는 언빌리버블한(!)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뇌를 바꾸는 신기방기한 게임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 ͡° ͜ʖ ͡°)


하지현의 게임과 뇌과학 #4 게임을 하면 눈이 좋아진다?

어릴 때부터 안경을 써 왔고, 요 몇 년 사이 시력이 더이상 나빠지지 않아 안심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황혼이 어스름하게 질 무렵이나, 구름이 짙게 낀 날이면 전보다 부쩍 눈이 침침한 게 느껴지곤 했다.

특히 운전을 할 때 눈앞이 선명하지 않고, 비오는 밤이면 상태는 더 심각해졌다. 반대편에서 비추는 전조등 불빛이 눈을 자극하는 느낌을 받자, 덜컥 겁이 날 정도였다.

책을 읽을 때도 누리끼리한 종이에 인쇄된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  짜증이 나기도 했다.

책을 봐야 하는데, 초점이 안 맞네 

책을 봐야 하는데, 초점이 안 맞네 

 ‘스마트폰을 몇 년 썼더니 확실히 눈이 나빠졌군.’ 자연스레 든 생각이었다. 나이를 먹어 시력이 떨어졌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지만, 전자기기를 많이 쓰면 눈이 나빠진다는 세상의 통념에 괜한 죄책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실제로 뉴스를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눈이 나빠진 이유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꼽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디지털 시대에 컴퓨터를 끄고 스마트폰을 멀리한 채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불을 끈채로 테블릿을 바라보는 아이이걸 안 보고 살 수도 없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눈이 나빠져 안경을 쓰게 되면 속상해 하며 이렇게 말한다. “게임을 그렇게 많이 하니까 눈이 나빠졌지!”

숙제하느라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하거나 워드로 숙제를 하는 시간은 온데간데 없고, 머리를 식힐 겸 게임을 즐긴 게 아이의 눈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게임을 하면 아무래도 화면에서 번쩍이는 섬광도 나오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물체를 쫓아가야 하니 이것이 시력이 좋게 느껴지진 않았으리라. 그런데, 정말 게임은 시력에 나쁠까?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_그것이 알고 싶다_김상중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놀랍게도, 컴퓨터 게임을 하면 도리어 시력이 좋아진다는 반전 있는 연구 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로체스터 대학의 다프네 바벨리어(Daphne Bavelier) 박사 연구팀이 2009년 에 발표한  ‘액션 비디오 게임 훈련으로 대비민감도함수의 향상(Enhancing the contrast sensitivity through action video game training)’이다.

대비민감도란 ‘두 밀접한 지역의 명도 차이에 대한 민감도’를 뜻하는 것으로, 다음의 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비민감도란 ‘두 밀접한 지역의 명도 차이에 대한 민감도’를 뜻하는 것으로, 다음의 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시력점검표는 맨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글씨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 그러나 대비민감도검사는 배경과 대비되는 진한 색 글씨의 농도를 점점 묽게 해서 배경색과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까지 서서히 줄여 나간다.

그 차이를 어디까지 섬세하게 인식하는 지 구별하는 능력이 시력의 중요한 기능 준 하나. 특히 약시인 사람들이 이 구별에 약하고, 흐린 날에 운전을 할 때 부쩍 시야가 흐리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대비민감도가 낮아진 결과다.

흐린 날에 운전을 할 때 부쩍 시야가 흐리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대비민감도가 낮아진 결과다.

보일듯이~보일듯이~보이지 않는 – _-; 시츄에이숀

지금까지 대비민감도는 안경이나 콘텍트 렌즈, 혹은 수술을 하지 않고는 개선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평소 게임을 즐기는 사람 10명과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 10명을 모집해  ‘대비민감도’를 계속 바꿔가면서 그 차이를 찾아내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공간주파수(spatial frequency)’가 높아질수록 게임을 즐기는 집단의 대비민감도 정확도가 높았다.

그 결과 ‘공간주파수(spatial frequency)’가 높아질수록 게임을 즐기는 집단의 대비민감도 정확도가 높았다.  공간주파수는 영상에서 좌와 우로 화소값이 변화는 비율이다.  A와 B중에서 공간주파수가 높은 것은 A이다.

공간주파수는 영상에서 좌와 우로 화소값이 변화는 비율이다.  A와 B중에서 공간주파수가 높은 것은 A이다.

이들이 원래 시력이 좋은 집단이 아니었고 게임을 즐긴 결과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게임을 안 하던 집단을 대상으로 9주간 50시간 이상 게임을 하도록 했다.

이들을 또 두 집단으로 나눴는데, 한 집단은 ‘언리얼 토너먼트 2004’와 ‘콜 오브 듀티2’ 라는 액션 게임을, 다른 집단은 ‘심즈2’ 라는 비액션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도록 했다.

언리얼 토너먼트 2004의 한 장면

언리얼 토너먼트 2004의 한 장면

훈련을 하기 전과 후의 대비민감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결과, 액션 게임을 한 집단이 비액션 게임을 한 집단에 비해 대비민감도가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대비민감도의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 또한 상대적으로 빠르게 측정됐다. 게다가 이 훈련의 결과는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액션 게임 속 화면이런 게임을 하면 눈이 좋아진다는 말씀? ( ゚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화면을 쫓아가며 반응을 하는 게임을 하는 것이 시력을 나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비민감도라는 시력의 한 요소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는 뇌의 가소성(plasticity)에 의해 뇌가 충분히 자란 성인기 이후에도 자극을 받는 방향에 따라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시력을 향상시키는 중입니다 지금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시력을 향상시키는 중입니다 

물론 게임을 너무 오랫동안 하면 번쩍이는 강한 빛에 자극을 받아 눈이 피로해지고 뻑뻑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잠시 쉬고 나면 회복이 된다.

평소 시력에 비해 배경 위의 흐린 그림이나 글씨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안경 돗수를 올리기에 앞서 신나는 액션 게임을 해 보면 어떨까? 일주일에 몇 시간만 투자해도, 석달 여 만에 전보다 훨씬 잘 구별해 내는 능력이 생길 거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출처) Renjie Li, Uri Polat, Walter Makous and Daphne Bavelier. Enhancing the contrast sensitivity function through action video game training Nat Neurosci. 2009 May; 12(5): 549?551.


하지현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주는 글솜씨로 칼럼을 연재 중이며
『정신의학의 탄생』 등 10여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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