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9 게임과 뇌과학

하지현의 게임과 뇌과학 #6 게임은 집중력 조절 능력을 향상시킨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님과 함께 하는『게임과 뇌과학』!

게임이 우리 뇌에 참 좋은데…정말 좋은데…그중에서도 집중력 조절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 °∀°)゚+.゚

우리의 뇌를 바꾸는 신기방기한 게임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 ͡° ͜ʖ ͡°)


하지현의 게임과 뇌과학 #6 게임은 집중력 조절 능력을 향상시킨다

몇 년 전, 북해도에 여행을 가서 시골 경치도 구경할 겸 차를 렌트했다. 오른쪽에 운전대가 있는 일본차를 몰아보기는 처음이었다. 항상 왼쪽에 있던 중앙선이 오른쪽에 있다 보니, 거리를 가늠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일본을 비롯해 영국, 인도 등에서는 우핸들을 사용합니다

일본을 비롯해 영국, 인도 등에서는 우핸들을 사용합니다 

오른쪽 눈에서 볼 때 반대쪽에서 오는 차가 매우 가깝게 느껴져서, 의식적으로 중앙선과 거리를 두며 차를 몰았다. 그랬더니 조수석에 앉은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갓길도 없는 시골길인데, 차가 옆에 너무 바짝 붙어서 무섭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좌회전을 하려고 방향지시등을 켰는데, 윈도우 브러시가 움직였다. 핸들 방향이 바뀐 것처럼, 둘의 위치도 바뀌었는데 습관처럼 방향지시등이 왼쪽에 있을 거라 생각한 탓이었다.

덕분에 신호를 기다릴 때, 반대편 차의 윈도우 브러시가 움직이면  ‘아…저 차도 나처럼 한국 사람이 모는 렌트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오셨군요!?

한국에서 오셨군요!?

우리는 오랜 시간 익숙한 대로 방향감각을 찾고, 자동차와 같은 기계를 작동할 때도 그 익숙한 방식에 방향감각을 맞춘다.

그런데 위와 같이 환경이 바뀌면? 어떤 사람은 쉽게 적응하지만, 대부분은 잘 적응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곤 한다. 내 몸이 내 감각대로 반응을 할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허둥지둥하는 게 정상이에요 

허둥지둥하는 게 정상이에요 

인간은 왼쪽손을 움직여야할 때 왼쪽에 타겟이 있으면 더 빨리 반응하고, 오른쪽에 타겟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반응이 느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자극이 반응을 하는 위치와 같은 곳에 있을 때 반응의 정확도와 속도가 빠른 현상을 ‘사이먼 효과(Simon effect)’라고 한다.

이는 1963년 심리학자 J.R.Simon이 실험을 통해 입증했는데, 인간에게는 자극이 오는 곳에 그 내용과 상관없이 반응을 하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타겟의 위치와 손의 방향이 일치할 때 (왼쪽) | 타겟의 위치와 손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때(오른쪽)   -> 반응의 정확도와 속도는 왼쪽이 더 빠르다! 

타겟의 위치와 손의 방향이 일치할 때 (왼쪽) | 타겟의 위치와 손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때(오른쪽) 

-> 반응의 정확도와 속도는 왼쪽이 더 빠르다! 

일반적인 정보 처리 과정은 1) 자극을 확인하는 단계 2) 어떤 반응을 할지 결정하는 단계 3) 실행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사이먼 효과는 어떤 반응을 할지 결정하는 2단계에서 발생한다.

이는 뇌의 배외측전전두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DLPFC),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ACC)과 연관된 기능이다. 이 두 부분은 필요없는 자극은 걸러내고 필요한 정보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판단과 집중력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집중할 타겟을 잘 설정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능력은 개선할 수 없는 것일까? 타고난대로 그냥 반응을 늦게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그랬다가는 위험천만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주토피아_나무늘보

늦은 반응의 예.jpg

2차 세계 대전 중, 일부 비행기에서 같은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조종사가 착륙 직후, 보조날개 대신 바퀴를 집어넣는 실수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를 면밀히 조사해 본 한 조종사가 원인을 찾아냈다. 사고는  B-17과 B-25  두 기종에서만 일어났는데, 특이하게도 이 두 기종의 조종석에는 기능상으로 전혀 상관이 없는 바퀴 제어 조종간과 보조날개 제어 조종간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B-17(왼쪽)과 B-25(오른쪽)

B-17(왼쪽)과 B-25(오른쪽)

전혀 상관없는 조종간이 나란히 붙어 있으니, 급박한 상황에 둘을 혼동해서 조종하는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이 문제는 바퀴 제어 조종간에 작은 고무휠을 달아서 이게 바퀴 조종간이라는 걸 인식하게끔 하자 금세 해결됐다.

이렇듯 빠른 반응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당황해서 실수를 할 위험성이 크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 그쪽으로만 향하려고 하지,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까지는 파악하지 않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국의 라이체스터 대학 심리학과의 클레어 허친슨(Claire Hutchinson) 등은 2016년 Psychonomic Bulletin & Review라는 학술지에 ‘비디오 게임 훈련이 사이먼 효과를 감소시킨다(Action video game training reduces the Simon Effect)’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비디오 게임을 하면 사이먼 효과가 감소된다...?

비디오 게임을 하면 사이먼 효과가 감소된다…?

이들은 살면서 단 한 번도(!) 비디오 게임을 해본 적 없는 60명의 실험자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모두 18~25세 사이였고, 흥미롭게도 84퍼센트가 여성이었다.

15명씩 네 집단으로 나눠서 매일 1시간씩 열흘 간 게임을 하도록 했는데, a집단은 콜 오브 듀티를 XBox로, b집단은 같은 게임을 닌텐도DS로, c집단은 닌텐도DS로 시각 훈련을, d집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훈련을 하기 전, 이들의 사이먼 효과를 테스트 해보았다.

빨간 점이 나오면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고, 녹색 점이 나오면 왼쪽을 누르게 했다. 총 160번을 반복했는데, 점은 왼쪽과 오른쪽에 번갈아 등장했다.

사이먼 효과 테스트 결과 

사이먼 효과 테스트 결과 

위의 이미지 하단의 ‘조화(congruent)’는 빨간점이 오른쪽, 녹색점이 왼쪽에 나왔을 때의 반응이다.  ‘부조화(incongruent)’는 손의 반응과 반대 방향으로 빨간점이 왼쪽, 녹색점이 오른쪽에 나온 경우로, 확실히 부조화일 때의 반응 속도가 조화일 때에 비해 늦었다.

1차 테스트를 통해 사이먼 효과가 60명 모두에게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열흘 동안 비디오 게임을 하도록 한 후, 다시 2차 테스트를 실시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비디오 게임 이후, 사이먼 효과는? 

비디오 게임 이후, 사이먼 효과는? 

XBox(a)와 닌텐도DS(b)로 콜 오브 듀티를 한 집단은 2차 테스트에서 확연히 반응 속도가 빨라졌고, 특히 부조화 자극에 대한 반응 속도의 향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반해 일반 시각 훈련을 한 집단(c)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집단(d)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각 집단 별 사이먼 효과의 변화 

각 집단 별 사이먼 효과의 변화 

평소 게임을 거의 해보지 않았던 20대 여성들이 열흘 간 매일 1시간씩 콜 오브 듀티를 갖고 놀았을 뿐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사방에서 날아오는 다양한 정보를 인식하고 어떻게 반응할지를 반복해서 훈련하게 된다.

이로 인해 본능이라 할 만한 사이먼 효과로 인해 부적절한 공간 정보가 주는 자극에 몸이 먼저 반응하려는 것을 막고, 적절한 운동 반응을 빠른 속도로 해내는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이렇게 놀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이렇게 놀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게임 내에서 적절한 타겟을 확인하고 선택해서 반응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탑-다운 방식의 집중력 조절 능력이 좋아진다.

이는 실행 능력과 조절과 인지자원의 역동적 배분을 관장하는 전두엽-두정엽 네트워크의 활성화에 영향을 준 덕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뇌는 이렇게 4개의 엽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대뇌는 이렇게 4개의 엽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요즘 아들과 XBox로 ‘배틀 필드’나 ‘스타워즈’ 같은 게임을 하곤 한다. 그런데 자주 하는 게 아니다 보니 XBox컨트롤러의 왼쪽 스틱은 나의 동작을 조종하고, 오른쪽 버튼은 총의 움직임과 시선을 조종하는 게 쉽지 않아 다소 버벅거리곤 한다.

허허...이게 왜 내 맘처럼 조작이 안 될까 

허허…이게 왜 내 맘처럼 조작이 안 될까 

옆에서 지켜보는 아들은 ‘왜 저렇게 못하지?’ 싶은 표정이다(아들아, 아빠가 어릴 땐 이런 컨트롤러가 없었단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컨트롤러와 나를 물아일체 시키는 그날이 온다면, 언젠가 다시 가볼 일본 여행에서 차를 운전하기가 훨씬 수월해지지 않을까?

참고 문헌)

Claire V. Hutchinson, Doug J. K. Barrett, Aleksander Nitka, Kerry Raynes Action video game training reduces the Simon Effect Psychonomic Bulletin & Review April 2016, Volume 23, Issue 2, pp 587–592


하지현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주는 글솜씨로 칼럼을 연재 중이며
『정신의학의 탄생』 등 10여 권의 책을 펴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