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3 게임과 뇌과학

하지현의 게임과 뇌과학 #7 게임이 치매를 예방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님과 함께 하는『게임과 뇌과학』!

게임이 우리 뇌에 참 좋은데…정말 좋은데…심지어 치매 예방에도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 °∀°)゚+.゚

우리의 뇌를 바꾸는 신기방기한 게임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 ͡° ͜ʖ ͡°)


하지현의 게임과 뇌과학 #7 게임이 치매를 예방한다?

“혹시 치매가 아닐까요?” 60대 이상의 분들이 자주 호소하는 고민이다. 특히 고학력자들에게서 흔하다. 검사를 해 보면, 정말 인지기능이 떨어진 경우도 있지만 95퍼센트 이상이 정상이다.

정상이라고 설명을 해 드려도 당사자는 만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기억력이 예전보다 현저히 떨어졌음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전화번호 하나를 외우는 것도 힘들고, 중요한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하다. 냉장고 문을 왜 열었는지 기억이 안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치매 진단이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내 머릿속에...지우개가 있다? 

내 머릿속에…지우개가 있다? 

시험 점수로 비유하면 항상 90점 이상을 받던 사람이 80점대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하는 인지기능 검사는 60점 이하, 심할 때는 40점 이하를  ‘비정상’이라고 판정한다.

평소보다 10퍼센트 이상 기능이 떨어지면 당사자는 곤란함과 불편을 느끼지만, 의학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정상 범위인 것이다.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수준은 ‘일상생활에 분명한 문제가 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책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제가 그래서 이런 책을 썼습니다 

평균 수명이 80대 중반까지 늘어난 지금, 의학의 발전으로 신체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오래 사는 것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덕분에 인간의 유전자 시스템에서는 자연 선택으로 건강한 뇌만 남아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른 신체 기관이 노화하는 것처럼, 뇌의 노화 역시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된 것이다.

뇌라고 해서 노화를 피해갈 순 없죠 

뇌라고 해서 노화를 피해갈 순 없죠 

30세를 넘긴 다음부터는 고학력자이건 그렇지 않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공통적으로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 능력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 뇌를 포함한 신경계는 다른 조직과 달리, 한 번 손상되거나 노화가 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뇌구조가 이렇게 심플하면 노화를 피해갈 수 있을 지도...?

뇌구조가 이렇게 심플하면 노화를 피해갈 수 있을 지도…?

그렇다면 손을 놓고만 있어야 할까? 그저 술 덜 마시고, 운동 열심히 하고, 뇌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으면서 노화를 늦추는 것만이 해결책일까?

물론 노화 방지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물론 노화 방지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컴퓨터 게임은 소위 디지털 세대로 불리는 젊은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하루 한 시간 정도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는 것이 인지기능의 노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증거를 밝혀 낸 연구진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 정신과 및 신경과 교수인 신경과학자 아담 개즐리(Adam Gazzaley)다. 그는 ‘뉴로레이서(neuroracer)’라는 운전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노인 집단에게 훈련시킨 후, 인지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입증했다.

그리고 그 연구 결과는 2013년, 무려 세계 3대 과학저널(Cell / Nature / Science)로 꼽히는  네이처(Nature) 지에 실렸다.

제 연구 결과가 무려 네이처 지에 실렸답니다 #가문의영광 #자랑

제 연구 결과가 무려 네이처 지에 실렸답니다 #가문의영광 #자랑

논문 제목은 ‘비디오 게임 훈련이 노인의 인지조절을 향상시킨다(Video game training enhances cognitive control in older adults)’이다.

‘비디오 게임 훈련이 노인의 인지조절을 향상시킨다(Video game training enhances cognitive control in older adults)’

자자 보기보다 복잡하지 않아요 ‘ㅁ’

연구진은 위의 그림과 같은 아주 단순한 운전 게임을 만들었다. 그림 왼쪽 상단의  ‘Drive only’는 가운데 줄에 맞춰서 잘 운전을 하고, 가장자리의 노랑/빨강 선을 밟지 않으면 된다. 운전 중에 몇 퍼센트 정도를 정확하게 운전했는지 측정한다.

두 번째  ‘Sign only’는 위의 둥근 녹색 등이 떴을 때만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와 같은 기구로 조종을 하다가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 두 케이스는 한 가지 수행 과제만 주어지는  ‘단순과제(single task)’이다.

노랑/빨강 선만 밟지 않으면 OK! 

노랑/빨강 선만 밟지 않으면 OK! 

그림 오른쪽 상단의 세 번째 미션은 조금 복잡하다. 운전을 하면서 동시에 둥근 녹색등이 떴을 때 버튼을 누르고, 빨간색 둥근 등이나 녹색 오각형 등이 나올 땐 반응하면 안 된다. 이처럼 복잡한 임무를 ‘복합과제(multi task)’라 부른다.

연구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를 10년 단위로 나눠서 총 6개의 연구 집단을 모집한 것이었다. 총 174명에게 단일과제와 복합과제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아무래도 단순과제보다 복합과제가 어려우므로, 단순과제 정확도에서 복합과제 정확도를 뺀 값을  ‘비용지표(cost index)’로 계산했다. 어려운 과제를 수행한 것을 뇌가 지불한 비용으로 본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 왼쪽의 표를 보면, 20대 역시 복합과제를 수행할 때는 단순과제를 수행할 때에 비해 정확도가 26.7퍼센트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그림에서 왼쪽의 표를 보면, 20대 역시 복합과제를 수행할 때는 단순과제를 수행할 때에 비해 정확도가 26.7퍼센트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연령대가 올라갈 수록 점점 떨어져서, 70대에는 복합과제 수행률이 단순과제 수행률에 비해 64.2퍼센트나 떨어졌다. 그만큼 나이가 들면 들수록 복잡한 일을 한 번에 두 가지씩 처리하는 게 힘들어지는 것이다.

멀티태스킹

멀티태스킹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연구진은 노화에 의한 인지조절 능력의 저하가 있음을 증명한 뒤, 이번에는 평균연령 67세의 노인집단 46명을 선발했다. 이들을 아무것도 안 하는 집단, 단순과제 집단, 복합과제 집단 이렇게 세 집단으로 나누어서 하루에 한 시간, 주 3회씩 한 달 간 집에서 뉴로레이서 게임을 하라고 시켰다.

한 달이 지난 후 인지조절을 측정하고, 게임을 더 하지 않은 채 5개월이 지닌 다음, 즉 6개월차가 되는 시점에 다시 측정해서 단순과제와 복합과제의 차이인 비용지표를 살펴 보았다. 그랬더니 단순과제를 한 집단은 첫 번째 측정에서는 약간 호전된 듯 하나, 6개월 차에는 아무것도 안 한 집단과 같았다.

그에 반해 복합과제 집단은 매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단순과제를 할 때에 비해 16.2퍼센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것이다(이는 20대가 하는 것보다 잘한 것이다).

이 효과는  6개월째에도 유지되어 21.9퍼센트로, 처음의 64퍼센트에 비하면 확연히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임 패드

심리검사를 해보니 집중을 유지하는 능력, 작업 기억, 집중을 나눠서 하는 능력 등이 고루 향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단순과제를 한 집단은 능력이 좋아지더라도 오래 유지되지 않고, 복합과제를 한 집단은 그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된 것일까?

이에 대해 연구진은 난이도가 상당해서 도전할만하다고 여기고, 여러 가지 방해가 될 만한 것들이 함께 있는 그런 과제를 일정 시간 지속할 때 단단하던 신경망의 족쇄가 풀리면서 인지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았다.

게임만큼 도전욕과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죠 

게임만큼 도전욕과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죠 

더 나아가 이런 노력을 지속하면 순간적인 인지 능력의 상승뿐 아니라, 뇌 신경망의 재구조화도 일어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오랜 기간 지속되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게임을 할 때 뇌의 기능이 변화하는 것을 보기 위해 뇌파를 촬영했다. 그랬더니 복합과제를 할 때 뇌 정중앙 전두엽 부위의 쎄타파형이 확실히 증가하고, 장기간 쎄타파의 통합성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뇌파를 찍어 보니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네요 

뇌파를 찍어 보니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네요 

어려운 복합과제를 할 때 자극을 받는 이 파형이 바로 인지조절 과정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신경망이다. 이런 뇌기능의 변화를 보고,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유추를 했다.

‘내측전전두엽활동도(medial prefrontal cortical activity)’는 대뇌 활동의 ‘기본활동 네트워크(default network)’와 연관돼 있는데, 정중앙 전두엽 쎄타파는 이 내측전전두엽활동도를 감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들수록 기본활동 네트워크가 강해진다. 기본을 위주로 살면 매 단계보다 복잡하게 선택을 할 필요가 없어 에너지가 덜 든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양치를 하는 과정은 새롭지 않다. 이 과정은 기본활동 네트워크가 관장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세트 메뉴로 만들어 놓은 대로 세수를 하고, 순서대로 양치질을 하는 것이다.

매일하는 건데...오늘은 어떻게 양치를 할까 고민하는 사람은 없겠죠? 

매일하는 건데…오늘은 어떻게 양치를 할까 고민하는 사람은 없겠죠?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런 기본 세트들이 늘어난다. 이는 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하나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세트대로 하면 고민을 덜해도 되고, 에너지도 덜 든다.

다만 이로 인해 환경의 변화에 저항하거나, 융통성이 떨어지고 완고해지는 것은 부작용이라 볼 수 있다. 노화에 의해 기본 네트워크가 주류로 작동하는 것은 쉽게 해제할 수 없다. 세트로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마치 세트 메뉴를 시키면 가격이 싸지는 경제적 원리와 유사하고, 그 세트를 풀어서 하나하나 따로 주문하는 것은 판매자가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

세트보다 단품이 비싸다는 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세트보다 단품이 비싸다는 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그런데 복합과제와 같은 꽤 어려운 게임에 도전하면 정중앙 전두엽 쎄타파가 활성화된다. 쎄타파가 강해질수록 기본활동 네트워크 기능의 활동이 떨어지면서, 비로소 새로운 신경 네트워크를 실험해 볼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연구진은 뉴로레이서로 게임을 반복하면서 이런 신경망의 변화를 가져올 틈새를 만들었고, 이를 한 달간 반복하면서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인지능력의 향상되었던 것이다.

복잡한 게임 덕분에 세트 메뉴를 다 풀어서 낡은 세트 메뉴에서 필요없는 것들을 제거하고, 새 요소를 집어넣어 새로운 신제품 세트 메뉴가 뇌에 장착된 것이다.

새로운 세트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새로운 세트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나이가 들수록 융통성이 점점 사라지며  “건드리지마. 나 그냥 이렇게 살다 죽을래.” 하는 마음이 강해지기 쉽다.

이는 노화에 의한 결과물이고, 뇌의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살기 위해 먹던 것만 먹고, 입던 것만 입고, 판단하던 대로만 판단하려는 마음이 세팅된 결과다.

여보, 부모님 댁에 플레이스테이션 한 대 놔드려야겠어요 

여보, 부모님 댁에 플레이스테이션 한 대 놔드려야겠어요 

연구진은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가 컴퓨터 게임이라고 제안한 것이다. 그것도 단순한 게임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꽤 복잡하게 집중을 분산시키고, 한번에 두 가지 과제를 해내야 하는 게임을 해야 한다.

부모님의 고집이 점점 세지고, 기억력도 떨어지면서 멍한 채로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면, 컴퓨터 게임을 함께 하자고 권해 보면 어떨까? 그것도 꽤 정신없어 보이고, 단순하지만은 않은 어려운 게임으로.


하지현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주는 글솜씨로 칼럼을 연재 중이며
『정신의학의 탄생』 등 10여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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