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2 NC 다이노스

함부로 위대하게, 영구결번

역대급 스포츠 선수라면 이름뿐만 아니라 등 번호 또한 오래오래 기억됩니다.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에는 훌륭한 선수를 기리기 위해 해당 등 번호를 사용하지 않는 영구 결번이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다이노스 크리에이터 허정윤 과장이 들려주는  KBO 영구 결번 비하인드 스토리, 지금부터 만나 보실까요~?


다이노스 크리에이터 로고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하지만 당신이 스포츠 선수라면 이름 말고 하나를 더 남길 수도 있으니, 바로 등 번호이다.

안심하라, 등 번호를 남기기 위해 꼭 죽을 필요까지는 없다. 단지 당신 기록의 발자취는 다른 이들보다 위대해야 하며, 당신의 활약은 역대급이어야 하고, 당신은 우주적인 존재여야 한다.

…한 마디로 죽도록 잘하면 된다. 죽는 것 보다는 쉽지 않은가?  (´౪`)


히트다 히트! 영구 결번

영구 결번은  팀이나 전체 스포츠에 큰 공헌을 한 선수를 기념하여 해당 선수가 사용했던 특정 번호를 사용하지 않도록 지정하는 것이다.

항공기나 철도 등에서는 대형 사고를 초래한 항공편이나 기차편을 영구 결번 처리하기도 하지만, 스포츠에서만큼은 더할 나위 없는 명예와 영광의 상징 같은 숫자라고 할 수 있다.

fenway-facade

메이저리그 보스턴 안방 구장 펜웨이 파크에 내건 영구 결번 리스트

그렇기에 영구 결번의 주인공이 되는 선수들은 마치 추억의 과자 뽀빠이 속에서 별사탕을 찾아내는 것만큼이나 희소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선수들이 사용하는 동일한 숫자를, 한 사람만의 시그니처로 만드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KBO 별사탕, 어디어디 있나?

1986,년 당시 두산 베어스의 전신인 OB 베어스에는 유망주로 손꼽혔던 한 포수가 있었다. 그는 국가대표로 1984년 LA 올림픽에 출전하는 등 활약을 선보였지만, 프로 입단 후 경쟁에서 밀려 출전 기회를 점차 잃게 된다.

결국 성적 비관으로 인한 자살로 1986년 젊디 젊은 24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마는데, OB 베어스는 그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그의 등 번호인 54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였다.

故김영신, 그가 바로 안타까움으로 기억되는 KBO 첫 영구 결번의 주인공이다.

VV

KBO리그 최초의 영구 결번, OB베어스의 54번 김영신 

슬픔에서 비롯된 첫 영구 결번 사례 이후로는 영광의 얼굴들이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그 위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후 모두 7개 구단에서 11개의 별사탕이 더 발굴되었는데, 모두 레전드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故김영신(54번/OB), 김용수(41번/LG), 선동열(18번/해태), 송진우(21번/한화), 박경완(26번/SK), 박철순(21번/OB), 양준혁(10번/삼성), 이만수(22번/삼성), 이종범(7번/KIA), 장종훈(35번/한화), 정민철(23번/한화), 故최동원(11번/롯데)

소속 팀 기준으로는 한화이글스가 3명으로 가장 많고, 포지션 별로는 투수가 6명으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SS

영원한 맞수, 선동열과 故최동원 선수의 등 번호는 모두 영구 결번으로 지정됐다 

창단 역사가 길지 않은 아기공룡 NC 다이노스에는 아직 선수 등 번호를 기반으로 하는 영구 결번은 존재하지 않는다.

2013년 창단된 후 올해 7월 6일 손민한, 박명환, 이혜천 세 명의 레전드들에게 은퇴식을 선물하는 등 조금씩 다이노스만의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SSWW

지난 7월에 은퇴식을 한  ‘민한신’ 손민한 선수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KBO 전체에도 12명밖에 되지 않는 영구 결번이니, 다이노스에게는 아직 조금 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제일지도.

하지만 지금처럼만 거침없이 행진! 해준다면 NC다이노스만의 별사탕을 만나는 것도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주인 없는 숫자 둘

특정 선수를 기념하는 영구 결번은 없지만 대신 NC 다이노스에는 ‘주인 없는 숫자 둘’이 있다. 2015년 4월 15일 구단 공식 페이스북에는 “주인 없는 숫자 둘. 우리는 4와 16을 마음에 담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2015년 선수단 배번이 게재되었다.

1

NC 다이노스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선수단 배번 

4월 16일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의미로 4번과 16번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 당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내려진 다이노스의 결단은 조용히 많은 이들의 아픔을 치유해 주었다.

135135

<썰전>에서 언급된 다이노스의 결번 

말로 할 수 없는 위로가 담긴 이 결번은 숫자만으로 주는 의미가 있어 더욱 특별한 느낌이다.

잃어버린 퍼즐 때문에 채우지 못하는 빈 자리처럼, 등에 보이지 않는 두 개의 숫자를 떠올릴 때마다 우리는 아파하고, 또 위로 받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보이지 않기에 잊지 않을 것이다.


허정윤

허정윤

“내가 그래도 쟤보단 열심히 살지.”에서 ‘쟤’를 맡고 있는,
좋아하는 것, 재밌는 것이 너무 많아 24시간이 모자란,
다이노스의 승리보다 행복추구권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그런 지구별 여행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