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9 엔씨북스

허남웅의 더블플레이 #5 메이저리그에 등번호 ’42’가 없는 까닭은?

메이저리그에 흑인 선수가 한 명도 없던 1940년대, 혜성처럼 나타나 ‘슈퍼 휴먼’으로 불렸던 재키 로빈슨을 아시나요?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은 그의 등번호 42번이 모든 팀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또한 그가 데뷔한 4월 15일은 메이저리그에서 ‘재키 로빈슨 데이’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죠.

이번 시간에 소개할 영화는 바로 등번호  ‘42’의 주인공, 재키 로빈슨의 실화를 다룬  <42>입니다. 재키 로빈슨은 어떻게 ‘아메리칸 레전드’가 되었을까요?  ( ͡° ͜ʖ ͡°)


42(2013)  |  128분 | 감독 브라이언 헬겔랜드 |  출연 해리슨 포드, 존 C. 맥긴리, 채드윅 보스만

42(2013)  |  128분 | 감독 브라이언 헬겔랜드 |  출연 해리슨 포드, 존 C. 맥긴리, 채드윅 보스만


1  Show me the money! 저 돈들이 보이나? 

때는 1947년, 세계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호시절을 누립니다. 뉴욕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드 윌리엄스 등 어마어마한 선수들이 야구장으로 돌아오면서 메이저리그는 구름 관중으로 들썩이죠.

이는 구단주에게 모다? 천문학적인 돈이 굴러 들어오는 시즌입니다. 이때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의 브랜치 리키(해리슨 포드) 단장은 감히 그 누구도 실행하지 못했던 발상으로 주변을 경악케 합니다.

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의 브랜치 리키(해리슨 포드) 단장은 감히 그 누구도 실행하지 못했던 발상으로 주변을 경악케 합니다.

아이고 저 관중(=돈)들 좀 봐, 좋아 죽겠네  (´౪`)


2  백인 선수 400명에 흑인 선수 0명 

브랜치 리치 왈, “흑인 선수를 메이저리그로 올릴 생각이네!”  아래 직원들이 들고 일어난 건 당연했죠. 당시 메이저리그의 백인 선수는 400명, 흑인은 0명이었으니까요.

화장실 마저도 백인(White Only)과 유색 인종(Colored) 이 따로 있었던 당시 시대상을 고려할 때, 브랜키 리치의 발상은 수류탄에서 안전핀을 제거한 뒤 손에 들고 있는 상황과 다를 바 없었죠. 한마디로  미친 짓이었다 이겁니다. 이에 대해 브랜키 리치는 다음과 같은 일성으로 기염을 토합니다.  “뉴욕에는 흑인 야구팬이 엄청나. 달러는 녹색이지 않나.”

 “뉴욕에는 흑인 야구팬이 엄청나. 달러는 녹색이지 않나.”

단장님, 미쳤어요? / 달러는 녹색~나는 녹색이 제일 좋아~ 


3  브루클린 다저스가 주목한 재키 로빈슨 

브랜키 리치가 주목한 인물이 바로 재키 로빈슨입니다. 당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없었던 흑인 선수들은 마이너 격에 해당하는 ‘니그로 리그’에서 그들만의 경기를 펼쳤죠. 그중 재키 로빈슨은 20대 초반의 창창한 나이에 지금으로 치면 5툴 선수,  즉 타격의 정확도와 장타 생산 능력, 빠른 발과 뛰어난 수비 능력에 강한 어깨까지 갖춘, 1천 억 원의 연봉도 아깝지 않은 선수였습니다.

브랜키 리치는 곧장 재키 로빈슨을 사무실로 불러 들여 파격적인 제안을 하죠.  “자네, 메이저리그에서 뛸 생각 없나?”

브랜키 리치는 곧장 재키 로빈슨을 사무실로 불러 들여 파격적인 제안을 하죠.  “자네, 메이저리그에서 뛸 생각 없나?”

나와 함께 메이저리그를 뒤집어 보자고! 


4  마이너리그에서부터 시작된 수모 

브랜키 리치는 재키 로빈슨에게 브룩클린 다저스 바로 밑 마이너리그의 몬트리올 팀부터 거칠 것을 제안합니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단지 그대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 선수들과 관중으로부터 떨어질 십자 포화에 가까운 비난과 야유를 견딜 배짱을 기르라는 것이었죠.

아니다 다를까, 재키 로빈슨의 뛰어난 실력을 눈으로 확인한 몬트리올 감독은 감탄사 대신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 봤자 흑인일 뿐이지.” 아니, 이런 개념 말아잡순 발언 좀 보게나! 하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단지 그대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 선수들과 관중으로부터 떨어질 십자 포화에 가까운 비난과 야유를 견딜 배짱을 기르라는 것이었죠.

단장 앞이니 악수는 하겠다만 난 네가 싫어^^ 


5  로빈슨, 너네 별로 돌아가! 

재키 로빈슨이 경기장에 나서자 여기저기서 입에 썩은 걸레를 문 말들이 쏟아집니다. 관중석에는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의 주어와 목적어만 바꾼 “백로가 노는 곳에 까마귀가 웬 말이냐”, 상대 팀 더그아웃에서는 “원숭이 같은 놈, 니네 동네로 돌아가”와 같은 폭언이 난무하죠.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재키 로빈슨이 타석에 들어서자, 마운드의 투수는  ‘너에게는 포볼도 아깝다’는 비웃음과 함께 머리를 향해 위협구를 던집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야로 공을 쳐 낸 재키 로빈슨이 빠른 발을 이용해 공보다 먼저 1루에 들어가도 ‘백인’ 심판은 노골적으로 아웃을 선언해 버리죠.

재키 로빈슨이 경기장에 나서자 여기저기서 입에 썩은 걸레를 문 말들이 쏟아집니다.

…누가  까마귀고 누가 백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6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   

재키 로빈슨은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긴장을 즐길 줄 아는 강심장을 지닌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면 앞에서는 위협구, 양옆에서는 야유, 뒤에서는 비난이 쇄도하니 평정심 따윈 개나 주고 싶었겠죠. 이 모든 수난을 감수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선 재키 로빈슨은 배트를 벽에 내리쳐 두 동강을 내며 오열합니다.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T^T)

“할 수 없는 게 왜 없어.” 단장 브랜키 리치는 재키 로빈슨에게 힘이 되는 얘기를 해 줍니다. “지금 당장 나가서 안타를 쳐. 그리고 2루와 3루로 도루를 해. 그렇게 홈까지 들어와 득점해서 승리에 도움을 주면 되는 거야. 자넨 우리 팀의 명약이야.”

 “지금 당장 나가서 안타를 쳐. 그리고 2루와 3루로 도루를 해. 그렇게 홈까지 들어와 득점해서 승리에 도움을 주면 되는 거야. 자넨 우리 팀의 명약이야.”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나가서 안타를 치고 팀을 승리로 이끌어 


7  야유에 대처하는 멋남의 자세 

뉴욕 양키스와 엎치락뒤치락 선두 싸움을 벌이던 브루클린 다저스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에 바짝 다가갑니다. 역시나 브루클린 다저스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서자, 예의 그 비난과 야유와 욕지거리가 써라운드 사운드로 울려 퍼지죠. 재키 로빈슨과 관중석의 흑인들은 이를 묵묵히 이겨냅니다.

그때, 다저스의 캡틴이자 유격수인 피위리즈가 재키 로빈슨에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합니다. 이를 본 신시내티 레즈 경기장의 백인 관중들은 일제히 “우~”하고 유치한 야유를 퍼붓죠. 피위 리즈 왈, “신경 쓰지 마. 자네는 흑인이 아니라 그냥 우리 동료일 뿐이야.”

피위 리즈 왈, “신경 쓰지 마. 자네는 흑인이 아니라 그냥 우리 동료일 뿐이야.”

어딜 가나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기 마련입니다 


8 슈퍼 휴먼, 재키 로빈슨 

재키 로빈슨에 대한 선수로서의 평가는 한마디로 ‘슈퍼 휴먼(Super Hyman)’. 거의 인간을 넘어선 존재였죠. 몬트리올에서 재키 로빈슨의 실력을 확인한 뒤 그래봤자 흑인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던 감독도, 후에는 그의 실력을 인정하며 슈퍼 휴먼이라는 표현을 썼으니까요.

재키 로빈슨에 대한 선수로서의 평가는 한마디로 ‘슈퍼 휴먼(Super Hyman)’.

내가 바로 메이저리그의 전설 아니고 레전드, 재키 로빈슨이다 


9 재키 로빈슨을 연기한 채드윅 보스만 

<42>에서 재키 로빈슨을 연기한 채드윅 보스은  덴젤 워싱턴, 제이미 폭스의 계보를 잇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흑인 배우로 손꼽힙니다. 그는  <42>의 재키 로빈슨에 이어 <제임스 브라운>(2014)에서 또 한 명의 슈퍼 휴먼, 소울 음악의 대부이자 천재 뮤지션인 제임스 브라운을 연기했죠.  슈퍼히어로의 명가 마블에서 블랙 팬서 역을 맡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블랙 팬서>(2018)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42>에서 재키 로빈슨을 연기한 채드윅 보스은  덴젤 워싱턴, 제이미 폭스의 계보를 잇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흑인 배우로 손꼽힙니다.

재키 로빈슨과 정말 닮지 않았습니까!?  (・∀・)


10 전설의 등번호, 42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재키 로빈슨이 1947년 4월 15일 빅 리그에 데뷔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4월 15일을 ‘재키 로빈슨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열리는 MLB 경기에서는 전 선수가 등번호 ‘42’를 달도록 했죠.

2013년 4월 15일에는 LA 다저스에서면 영구 결번(* 은퇴한 유명선수의 등번호를 영구히 사용하지 않는 것)이던 42번을, 메이저리그 전 구단으로 확장했습니다. 영화 <42>는 바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2013년 4월 15일에는 LA 다저스에서면 영구 결번(* 은퇴한 유명선수의 등번호를 영구히 사용하지 않는 것)이던 42번을, 메이저리그 전 구단으로 확장했습니다.

재키 로빈슨이 편견을 극복하고 메이저리거로 우뚝 서기까지는 스스로의 노력만큼이나 주변의 도움도 컸습니다. 흑인 관중들은 말없이 두 손을 꽉 쥔 채 그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 주었고,  브랜키 리치 단장은 재키 로빈슨을 무시하는 백인이 눈에 띄면 가차 없이 응징을 가했습니다.

백인 친구 피위 리즈는 뛰어난 실력도 실력이지만, 피부 색과 관계없이 재키 로빈슨을 동료로 받아들인 훈훈한 인성을 인정받아 그의 등번호 1번은 LA 다저스에서 영구결번이 되었죠. 이처럼 전설은 혼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팀보다 뛰어난 선수는 없다.’는  명언처럼 말이죠.


프로필2허남웅 딴지일보, FILM 2.0 을 거쳐 현재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 분야를 막론한 글쓰기로 수명을 갉아 먹고 있다. 구원해 줄 누군가를 열렬히 기다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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