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1 게임과 사회

게임과 사회 #1 게임은 죄가 없다

11조 원에 달하는 국내 게임 시장. 10대부터 70대까지,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국민들. 게임은 우리 사회와 문화,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존재하는데요. 게임과 관련한 사회적 견해와 현상을 살펴보며, 게임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합니다.

문화연구자 이동연 교수가 들려주는 ‘게임과 사회’. 1편에서는 게임에 대한 부모의 오해와 편견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게임과 사회 #1 게임은 죄가 없다


주말에 늦잠을 잔 중2 아들을 보자마자 엄마가 하는 말.  “너 또 밤새 게임했지?”

아들이 새벽까지 잠을 안 잔 건 맞다. 하지만 게임을 한 게 아니라 친구들과 카톡도 하고, 웹툰과 짤방을 보며 놀았기 때문인데 왜 부모는 아이들이 잠을 안 자면 게임을 할 거라고 생각할까?


사실 부모가 더 많이 한다

청소년이 정말 어른보다 게임을 많이 할까? 먼저 모바일 게임의 1일 평균 이용 시간을 살펴보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펴낸 201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10대는 주중 69분, 주말 90분 동안 모바일 게임을 하는 반면, 30대는 주중 86분, 주말 103분을 한다.

40대 부모 세대는 주중에 71분, 주말 90분을 모바일 게임에 쓴다.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보다 게임을 더 많이 하는 것이다.

10대의 모바일 게임 1일 평균 이용 시간은 50대와 비슷 

10대의 모바일 게임 1일 평균 이용 시간은 50대와 비슷 

온라인 게임은 10대가 더 많이 할 거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10대들의 1일 온라인 게임 평균 시간은 80분, 주말 135분인 반면, 40대 부모 세대는 주중 97분, 주말 137분이었다. 온라인 게임도 부모 세대가 더 많이 한다.

온라인 게임 1일 평균 이용 시간 

온라인 게임 1일 평균 이용 시간 

아이들이 게임에 돈을 많이 쓴다고 오해하는 어른들도 많은데, 이것도 한번 살펴보자.

온라인 게임 월 구입 비용을 살펴보니, 청소년이 한 달에 게임에 쓰는 돈은 1만~2만 원 인 반면, 30대와 40대는 2만~5만 원대가 가장 많았다.

아이템 현금 거래도 10대가 한 번에 5만 원 이상 사용한 경우는 0퍼센트인데 반해, 부모 세대는 19.6퍼센트였다.

세상 속 시원한 통계인 것! #넘나통쾌 

세상 속 시원한 통계인 것! #넘나통쾌 

결국 부모 세대가 10대보다 게임도 더 오래하고, 돈도 더 많이 쓰는 것이다.


만만한 게 게임이다?

엄연한 통계가 있는데 자녀는 왜 부모로부터 억울한 대우를 받는 것일까?

부모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려면 일단 뭔가 건수가 있어야 한다. 이때 만만한 게 게임이다.

너 또 게임했지!

너 또 게임했지!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는 이유, 방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가 게임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위 ‘게임원죄론’은 따지고 부모들의 핑계에 불과하다. 게임을 공공의 적으로 삼아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셈이다.


게임하면 머리 나빠진다?

대다수의 부모들은 게임을 하면 아이들의 머리가 나빠지고, 학업 능력이 떨어진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이것을 과학적으로 과장한 이론이 바로 일본의 모리 아키오 교수가 말하는 ‘게임뇌’ 이론이다.

게임을 하면 두뇌피질이 두꺼워지고, 전두엽의 발달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끼워맞추는 재주가...보통이 아니네 

끼워맞추는 재주가…보통이 아니네 

뇌과학자 다프네 바벨리어(Daphne Bavelier)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뇌가 활발하게 학습할 수 있는 방법에 주목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비디오 게임이다.

다프네 바벨리어의 강연 ‘비디오 게임을 하는 당신의 두뇌’ 

다프네 바벨리어는 게임이 뇌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주의력의 방향을 조절하는 ‘대뇌피질’과 주의력을 유지해주는 ‘전두엽’, 어디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지를 담당하는 ‘전측 대상회’.

이렇게 뇌의 세 영역이 액션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고 말한다.

게임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반가운 사실! 

게임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반가운 사실! 

바벨리어는 또한 비디오 게임을 많이 하면 시력이 나빠진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액션 게임이나 슈팅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덜 하는 사람보다 시력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눈 좋아지는 데 액션 게임만한 게 없다구요 

눈 좋아지는 데 액션 게임만한 게 없다구요 


너와 나의 연결고리, 게임

뇌과학자 다프네 바벨리어가 아무리 게임이 뇌에 좋다고 해도, 대다수의 부모들은 믿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들도 안다. 게임이 자녀의 인생을 망치지 않을 것임을 말이다.

게임 과몰입의 극단적인 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애 주기의 관점에서 보면 청소년에게 게임은 수많은 놀이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다.

엄마 아빠도 만화책 밤새 봤으면서!

엄마 아빠도 만화책 밤새 봤으면서!

자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게임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발상을 전환을 해야 한다.

게임은 경우에 따라서 뇌에도 좋고,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한다면, 어느 힙합 노래의 가사처럼 게임은 공공의 적이 아니라 ‘너와 나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동연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중앙대 영문학과에서 ‘메타비평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문화연구자로 문화정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게임 문화 연구에 대한 다양한 책과 칼럼을 쓰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는 『게임 이펙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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