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30 아이온

ALL ABOUT 아이온 #2 웰메이드 게임의 기준

현 엔씨소프트 CTO, 부사장& 아이온 개발 총괄 우원식 부사장

우원식

현 엔씨소프트 CTO, 부사장& 아이온 개발 총괄

대한민국 3대 고수로 명성을 떨친 ‘코딩 괴물’

All About 아이온 #1 에서는 서자 출신 아이온의 서바이벌 스토리를 소개했습니다. All About 아이온, 그 두 번째 이야기는 아이온 런칭 직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개발팀의 이야기입니다. 팀원들 개개인이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이고, 시간 장소 불문한 채 회의를 소집하고, 유저와 같은 조건에서 밤새워 플레이를 하고…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피땀 흘린 개발팀. 아이온 런칭 직전의 급박한 상황들을 만나 보시죠.  😉


코딩한 거 한번 보자

아이온의 시스템 자체가 엔씨소프트에게는 워낙 새로운 도전이었으니 사실 쉽게 풀린 일이 하나도 없었다. 개발은 어렵고, 일정은 밀렸다. 회사 분위기는 편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쓰러졌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굉장히 힘든 프로젝트였다. 개발 과정에서 건강 상의 문제로 중도 하차하는 팀원들이 많았는데, 특히 팀장급들의 체력이 견뎌 내질 못 해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팀원들을 많이 괴롭힌 관리자였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풀어 내야 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회의를 소집했다. 기획, 아트, 프로그램 파트가 매주 모여 격렬하게 회의를 했는데 싸우고, 달래고, 논쟁하고, 토론하고…대략 주먹질(!) 빼고 다 했다. 코드를 직접 봐 주며 교정을 해 주기도 했고, 퀘스트를 진행하는 느낌을 알고 싶어서 기획자와 함께 아침부터 새벽 3시까지 유저와 같은 조건으로 플레이해 보기도 했다.

허점이 없는 완성도 높은 게임, MMORPG라는 장르를 즐기는 데 최적화된 웰메이드 게임 아이온 스크린샷

아이온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목표를 세웠던 것은 허점이 없는 완성도 높은 게임, MMORPG라는 장르를 즐기는 데 최적화된 웰메이드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때문에 코드 한 줄 한 줄, 퀘스트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통제했다. 나에 대한 악명이 무성해지는 만큼 아이온은 안정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당시에는 잘해야 한다는 목표 때문에 팀을 극한으로 몰아 부친 경향이 있었다. 악의는 전혀 없었지만, 그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아이온의 개발 과정을 겪고 시야가 넓어지니 관리자가 팀원들을 잘 챙기고 달래 주는 일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탈 없이 머물러 주고, 오랜 고생 끝에 좋은 작품을 완성해 준 팀원들에게 그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게임 아이온


웰메이드 게임의 기준

아이온은 게임 조작이 쉽고, 게임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종합 선물 세트와 같은 작품이다. 출시 당시 아이온으로 MMORPG에 입문한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이는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뒤에는 개발팀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개발팀은 런칭하는 직전까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했다. 당시 아이온의 런칭 시간이 새벽 6시였는데, 1분 전까지 검토하고 테스트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덕분에 개발팀은 진이 빠져서 정작 아이온 런칭 셀러브레이션 행사는 즐기지도 못하고 넉다운됐다…) 라이브 초기에도 개발팀은 5분 대기조와 마찬가지였다. 버그 하나하나에 즉시 대응하며 게임 안정화에 온 힘을 쏟았다. 그런 개발팀의 노력이 있었기에 아이온은 출시 직후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엔씨소프트 게임 중 가장 안정성이 높은 작품으로 인정 받는다.

아이온을 어떤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는가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게임’이다. 우리는 다양한 콘텐츠가 잘 어울려 하모니를 이루는 오케스트라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많은 이의 땀과 눈물과 염원을 담은 아이온의 ‘영원의 탑’이 세워졌다. 그 탑이 세워지기까지 5년이 걸렸다.


아이온 개발자가 말하는 아이온 뒷담화 # 2.
  • 아이온 프로그래머로 입사하면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해 줬다. “코딩 괴물이 여러분을 괴롭혀 줄테니 걱정하지 말라.” 당시 부장님이셨던 부사장님이 소스를 보고 직접 검토하고 지적하시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가끔 프로그래머들이 한 명씩 그 분을 대면해 버그를 지적받거나 일을 할당 받기도 했다. 앞 순서대로 차례차례 부장님 방에 들어가는데, 자기 순서가 될 때까지 최대한 버그를 고쳐 놓아야 했다. (프로그래머 박XX)
  • 문제가 생겼다 하면 토요일 밤 11시라도 호출이 왔다. 한 번은 선을 보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부장님, 저 지금 선 보는 중인데요.”라고 얘기했더니, 잠시 고민하시더라. 그러더니 하시는 말씀이 “1차 마치고 들어와.”였다. 그때 잘 만났으면 나 장가갔을 텐데…덕분에 지금도 혼자다. ^^; (프로그래머 백XX)
  • 론칭 카운트 다운을 하고 짠 하고 열렸는데 서버 그래프가 쭉쭉 올라가더라. 프로그래머들은 화장실도 못 가고 대기 중이었기 때문에 내려올 생각도 못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굉장히 흥분할 수 밖에 없었다. 사용자가 계속 밀려 들어오는데,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은 ceo의 손도 떨리는 것처럼 보이더라. 호호호호. (디자이너 이XX)
  • 오픈 1분 30초만에 13만 명, 당일 20만 명이 몰렸다. 하지만 우리는 설움을 날려보낼 틈도, 감상에 빠질 틈도 없었다. 예비 서버가 하루만에 쫑나 버린 것이다. 미국, 홍콩에 긴급 요청을 하고, 다른 용도로 쓸 서버 수십 개를 급하게 수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버 이름을 NPC 이름으로 지었는데, 그 정도로 빠르게 서버를 늘릴 거라 예상하지 못해서 미리 이름을 지어 놓지 못했던 서버까지 충원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프로그래머 이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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