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1 아이온

ALL ABOUT 아이온 #3 게임은 플레이어가 완성한다

 현 엔씨소프트 CTO, 부사장& 아이온 개발 총괄 우원식 부사장

우원식 

현 엔씨소프트 CTO, 부사장& 아이온 개발 총괄

대한민국 3대 고수로 명성을 떨친 ‘코딩 괴물’

All About 아이온 #1 에서는 서자 출신 아이온의 서바이벌 스토리를,  All About 아이온 #2 에서는 런칭 직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개발팀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ALL  ABOUT 아이온, 그 세 번째 시간은 게임에서 가장 큰 요소를 차지하는 플레이어 이야기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것은 개발자지만, 그 게임을 완성시키는 것은 플레이어이기 때문이죠. 플레이어들의 다양한 니즈를 발빠르게 파악한 아이온, 그 속에 숨은 개발자들의 노력을 만나 보시죠~! 🙂



게임 속 숨은 재미 찾기

즐겁지 않으면 게임이 아니다! 아이온을 만들면서 모든 개발자가 가슴에 품은 생각이었다. MMORPG 특유의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었고, 이런 장르의 게임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리니지 시절부터 게임을 해 오지 않았더라도 적응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조작법을 쉽게 하면서 게임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각별히 신경을 썼다.

와우(WOW : World of Warcraft)의 퀘스트 소비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의 성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아이온은 그동안의 엔씨소프트 게임과는 다르게 콘텐츠를 풍부하게 채우면서, 그 안에 위트 있는 요소를 넣어서 깨알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게끔 만들었다. 

아이온 콘텐츠 선녀와 나무꾼 대화내용

▲ 밤마다 뭐..? 매우 음흉한 속이 보이는 대사 ( ͡° ͜ʖ ͡°)

아이온 패러디 콘텐츠_산신령과 도끼

▲‘어? 여기 도끼가 있네?’ 하고 보면 산신령 등장!?

아이온에 숨겨진 다양한 패러디 찾아보기 [plaync]


마족은 악마가 아니었다, 던전도 없었다

▲ 천족과 마족 둘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다 

애초 기획 단계에서 천족과 마족은 비슷한 외형으로 디자인을 했다. 헌데 천족을 선공개 했더니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대략 이랬다. “마족은 악마처럼 생겼을 거야!!” (……) 예상했던 건 아니지만 플레이어들이 원하면, 개발자는 없던 디자인도 만들어야 한다. 고객님들을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리오! 결국 마족은 악마의 외향을 갖게 되었다.

천족 캐릭터(위)와 마족 캐릭터(아래)의 외형 비교

▲천족 캐릭터(위)와 마족 캐릭터(아래)의 외형 비교

아이온은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을 토대로 계획을 변경하거나 신규 콘텐츠를 만든 사례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이온에서 가장 인기 많은  ‘시공의 균열’ 콘텐츠다. 이는 천족과 마족이 시공의 균열을 통해 상대 진영으로 들어가 PvP(Player vs Player)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다. 종족 간의 대규모 전투를 경험할 수 있는 시공의 균열은 원래 기획 단계부터 존재하긴 했으나, 애초 이벤트 형식으로 샘플을 공개했을 때 반응이 폭발적이라 콘텐츠를 추가로 발전시킨 케이스다.

2차 CBT(*게임을 정식 서비스하기 앞서 비공개로 하는 베타 테스트) 때   ‘시공의 균열’ 콘텐츠가 열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다. 플레이어들은 퀘스트를 풀고 던전을 돌다가, 전쟁이 발발하면 종족끼리 힘을 합쳐서 대규모 전투를 벌였다. 전쟁터를 따로 만들고, 타임 테이블까지 붙여 가며 전투 시스템을 체계화시켰다. 종족 간 전투의 비중이 커지면서 ‘시공의 균열’은 아이온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차 CBT(*게임을 정식 서비스하기 앞서 비공개로 하는 베타 테스트) 때 열리는  ‘시공의 균열’ 콘텐츠

그리고 또 하나. 아이온에는 원래 던전이 없었다. 애초에는 퀘스트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으나, 개발 과정에서 던전에 대한 니즈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짧은 시간에 지형을 뜯어서 던전을 만들기로 했다. 아이온의 던전은 가볍게 즐기고 돌아가라는 의도로 만든 것이었는데, 그곳에 ‘늘무(늘어나는 무기)’를 넣은 것이 예상 외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

오픈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이 던전이 바로 ‘불의 신전’이다. 아이템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자 플레이어들은 ‘불의 신전’ 주변을 맴돌면서 반복해서 이용했다. 퀘스트만 하고 나올 것이라는 개발팀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인스턴스 던전 + 최상급 무기 + 늘어나는 기능이 합쳐져서 최상급의 시너지가 발생했다. (같은 레밸 대 다른 콘텐츠들이 다 죽어 버릴 정도였다.)

늘무의 효율이 이렇게까지 좋을 줄이야…효율을 미리 예상하지 못해서 가치가 좀 낮게 매겨져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혜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밸런스를 파괴할 정도로 유용한 아이템이 딱 맞아 떨어졌으니,  ‘불의 신전’이 아이온의 필수 던전으로 자리잡은 건 당연지사였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완성한다

‘시공의 균열’이나 ‘불의 신전’은 성공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았지만, 이처럼 최초 기획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어느 정도 위험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안정적인 개발을 위해서 플레이어들의 니즈를 무시하거나, 그들의 행태를 제어하려 했다면 지금의 아이온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쉽게 말해 활강의 기능을 만드는 것은 개발자의 의도다. 하지만 활강을 하면서 지붕이 없는 공간에 정확히 착륙해 아이템을 빼 먹는 꼼수(!)를 알아 낸 것은 플레이어의 자유 의지가 빚어 낸 상황이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일수록 이런 식으로 개발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MMOPRG 게임에 있어서, 개발자는 플레이어를 예측할 수 있을 뿐 컨트롤할 수는 없다. 개발자의 역할은 플레이어들이 게임 안에서 즐거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들을 콘트롤하려 하는 순간 ‘가상 세계의 자유’를 논하는 MMORPG의 철학은 금이 가게 된다.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게임은 결국 플레이어에 의해서 완성된다. 그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만드는 것은 결국 플레이어의 몫이다.

아이온은 지붕이 뚫린 공간으로 사용자들이 침투하는 것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시스템을 조작해 못 들어 가게 하면 그만이었지만, 그건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었다. 개발팀에서는 모든 지붕을 새로 디자인하고 한땀한땀 얹혀놓는 것으로 게임의 환경을 유지해 나갔다. 이런 노력이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어 낸 것 아닐까?  😎


아이온 개발자가 말하는 아이온 뒷담화 # 3
  • 활강과 비행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재미있었다. ^^ 다만 시간이 촉박한데 일이 너무 많았다. ^^ 게임 속 가상 세계가 실감나게 느껴질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 내용이 많았다. 날개가 있으니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비행 시간을 결정하고, 레벨 디자인을 다시 하고, 지붕을 얹고, 공중에서의 길찾기 방법도 도입해야 했다. 거기에 지대공, 지대지 공격 방법이나 거리 체크를 다시 해야 하는 미션까지 주어졌다.  (프로그래머 김XX)
  • 천족과 마족의 스토리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그리스와 북유럽 신화가 기본이었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작품을 패러디한 것도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결과다. 아이온의 패러디 요소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을만한 것도 있고, 어지간한 ‘덕력’이 아니면 알 수 없어서 개발자들만 즐거워하는 내용도 있다. (기획자 이XX)
  • 야근을 하다가 ^^ 새벽 3시에 바람 쐬러 옥상에 나갔는데 대표님도 나와 계시더라. 조용히 바람을 맞고 있었는데 침묵을 깨는 그 분의 한 마디. “활 당기는 소리가 이상하던데?” …….그랬다. 대표님과 부사장님은 게시판 글을 자주 모니터링하며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게시판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기라도 하면 다음날 회의 주제는 그거였다.  (프로그래머 백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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