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2 내 인생의 게임

내 인생의 게임 #36 펌프 잇 업

게임회사 사람들이 꼽는 ‘내 인생의 게임’은 무엇일까요? ( ͡° ͜ʖ ͡°)

발판 위에서 춤을 추며 멋짐을 한껏 뽐내던 <PUMP IT UP>에 얽힌 추억을 최윤광 님이 소개합니다.


내 인생의 게임 #36 펌프 잇 업


누구나 <펌프>의 추억이 있다

단톡방에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친구 녀석이 아들과 함께 게임하는 사진이었다.

“겁나 귀엽네ㅋㅋ”

“이제 이거 못하겠다. 이지 모드로 한 판 뛰었는데도 너무 힘들다 ㅋㅋㅋㅋㅋㅋ 다리가 막 풀려 ㅋㅋ”

그 게임은 바로 <PUMP IT UP(이하 펌프)>이었다.


1999년,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에 열풍을 불러온 리듬 게임 중 하나인 〈PUMP IT UP〉

1999년,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에 열풍을 불러온 리듬 게임 중 하나인 <PUMP IT UP>


<펌프>는 <댄스 댄스 레볼루션(이하 DDR)>의 아류작 정도로 여겨졌던 게임이었다. 일본 코나미의 <DDR>은 상하좌우 네 방향의 발판을, 우리나라 안다미로의 <펌프>는 대각선 방향의 발판을 사용했다.


2019년 〈펌프〉 머신!

2019년 <펌프> 머신!


<펌프>는 특유의 음악과 게임성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청소년들은 오락실에 모여 <펌프>를 하거나, <펌프>하는 걸 구경했다. 국민 게임이었다. 또 남미, 유럽 등에 수출되면서 세계 대회를 여는 규모까지 성장했다.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게임이었다.

예전에 비해 조금 주춤하긴 하지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처럼 <펌프>는 아직도 서비스 중이다. 그렇게 살아남아 20주년을 맞이했다.


〈펌프〉 20주년 로고,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출처: 〈펌프〉 공식 홈페이지)

<펌프> 20주년 로고,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출처: <펌프> 공식 홈페이지)


발판 위에 올라서게 하는 그 음악  

<포켓몬 GO>의 열풍이 불었을 때,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포켓몬 GO>는 진짜 무서운 게임입니다. 침대에 사는 친구가 이 추운 겨울에 몬스터 잡는다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난 친구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언제나 움직이는 법. 그는 <포켓몬 GO>와 사랑에 빠졌으리라. 20년 전, 친구들과 내가 <펌프>와 사랑에 빠졌던 것처럼.

20년 전, 오락실에서 처음 <펌프>를 봤을 땐 흥미로운 게임은 아니었다.

“댄스 리듬 게임? 그게 뭔데?”

체육 시간 외에 몸을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었고,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만화책을 읽는 것이 취미였던 내게 <펌프>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그런데 <펌프>에서 익숙한 노래가 들렸다.

‘웃기지 마라! 제발 좀 가라! 내 앞에서 제발!’

좋아하는 밴드 [노바소닉]의 마지막 편지- 또 다른 진심이었다.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와 가사에 매료된 나는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서 게임을 했다.

거기다 [허니 패밀리]의 랩교 2막, [드렁큰 타이거]의 난 널 원해, [터보]의 검은 고양이, [젝스키스]의 폼생폼사 등등 좋아하는 노래들이 게임 속에서 들려왔다.


절대 잊히지 않는 목소리! 웃기지 마라! (출처: 나무위키)

절대 잊히지 않는 목소리! 웃기지 마라! (출처: 나무위키)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은 모두 오락실에 모였다

이 노래들을 듣기 위해서 <펌프> 머신 위에 다시 오르고 싶었지만 그러기 쉽지 않았다. 당시 <펌프>는 한껏 내려 걸쳐 입은 힙합 바지에 벙거지를 눌러쓴 멋진 형들의 차지였다. 그들이 무릎과 손을 사용해 버튼을 찍고 일어서는 동작 하나하나가 멋진 퍼포먼스였다.

몸치, 박치인 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지켜볼 뿐이었다. 내가 하면 잘하는 형들과 비교될 게 뻔했다. 자존심 하나는 제일이던 사춘기, 나는 쪽팔리고 싶지 않았다.


2019년 <펌프>에는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나온다!


<펌프>방에서 흘린 구슬땀

오락실 <펌프>에는 언제나 구경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의 시선을 피해서 플레이하고 싶던 내가 찾은 곳은 <펌프>방이었다.

<펌프>방에는 지금의 인형 뽑기 숍처럼 가게 안에 <펌프> 머신이 2~3개 있었다. 머신은 시간 단위로 대여할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눈치 보지 않고 게임을 즐겼다.

이때 <펌프> 기술인 무릎 찍기, 머신 위에서 360도 돌아보기 등 다양한 기술을 시도해봤다. 친구들하고만 있으니 서로 동작을 흉내 내며 웃었다.

하면 할수록 게임 실력도 늘었다. 손 찍기, 무릎 찍기, 앉았다가 일어나기, 봉 잡고 돌면서 찍기 등 다양한 기술을 구사했다. 남들에게 감탄사를 자아내는 퍼포먼스는 아니었지만, 작은 것 하나만으로도 성취감이 컸었다. 마치, RPG에서 레벨업을 하는 느낌이었다.

레벨업을 할수록 내 안에 감춰져 있던 흥도 올라갔다. <펌프>를 더 잘하기 위해서 족보도 외우기 시작했다. 그쯤 <펌프>가 PC로 보급되면서 방에서 연습하는 날이 늘었다.


족보를 얻으려고 사야 했던 과자. 맛은 기억이 안 난다. (출처: 해태제과 기사)

족보를 얻으려고 사야 했던 과자. 맛은 기억이 안 난다. (출처: 해태제과 기사)


노래에 빠져 발판을 밟으며, Perfect를 받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재빠르게 움직이는 내 모습. 나는 그렇게 게임에 빠져들었다. <펌프>가 나를 움직였다.

수없이 플레이하면 이 봉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다.

수없이 플레이하면 이 봉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다.


한류 열풍의 전도사

<펌프>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음악이다. 펑키, 록,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었다. 음악 시간에 듣던 터키 행진곡을 오락실에서 들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젝스키스], [터보], [허니 패밀리], [클론] 등 다양한 가수와 다양한 장르의 K-POP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젠 [워너원]도 있다.

이젠 [워너원]도 있다.


<펌프>는 한류 열풍을 이끈 K-POP 전도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남미에 수출되면서 국민 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아마 일상 속에서 춤과 노래를 즐기며 흥이 많은 남미 사람들의 성향과 연관 있지 않을까?

당시 <펌프>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다양한 문화를 만들었다. 전문 퍼포먼스 팀이 생겼고 <펌프>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문화도 유행했다. 초딩들이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포켓몬 빵을 구입한 것처럼 족보를 위해 <펌프> 과자를 사게 되었고, 노래방 화면에는 <펌프> 영상이 나왔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하나의 게임이었다.


아빠들이여, 아이와 <펌프> 한 판 어떠신가요?

이렇게 인기 있던 <펌프>도 서서히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오락실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었고, 나도 오랜 시간 <펌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가 아이와 함께 <펌프> 하는 사진에 다시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직도 오락실이 있나? <펌프>를 어디서 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을 하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오락실이 아닌 몇 곳에서도 <펌프>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런 <펌프>를 아이와 함께?

처음 <펌프>를 즐겼을 때는 상상해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젠 가능할 것 같다.

이제 막 10개월 된 아들이 우다닥 바닥을 쿵쾅거리며 엄청난 속도로 기어 다니고 있다. 무릎 관절이 괜찮을까 걱정될 정도다. 아이가 더 커서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가 생기면 함께 <펌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난 나이도 들었고 몸도 무거워졌다. 이제는 <펌프> 위에 처음 올랐던 때보다도 형편없겠지만 아들과 함께 발을 맞춰 보고 싶다. 내 청소년기 성장을 함께 한 <펌프>를 아이와 같이 할 생각을 하니 짜릿한 한편, 가슴이 먹먹하다.


최윤광 조금 더 즐겁고 재미있는 걸 찾고, 만들고 싶습니다.

최윤광

조금 더 즐겁고 재미있는 걸 찾고,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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