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4 Creator Crew

게임과 공부의 경계를 허물다, 왕경업

Creator Crew:
엔씨의 콘텐츠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연결해 즐거움을 확장하는 사람들

게임만 하는 청소년을 공부하게 만드는 PC방 창업. 이 흥미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은 웹 예능 <인생은 퀘스트> 2화에 소개된 왕경업입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입니다. 게임이면 게임, 수학이면 수학, 창업이면 창업 등 뭐 하나에 꽂히면 그 퀘스트를 해결할 때까지 매달립니다. 두 번의 창업기가 담긴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가 발견한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떠한 열정을 쏟았는지 들어보겠습니다.


게임과 공부의 경계를 허물다, 왕경업


게임하러 갔다가 우등생이 되는 PC방


엔씨의 예능 <인생은 퀘스트> 어떤 에피소드를 소개했나.
처음으로 창업했던 때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중학교 3학년때까지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다. 게임만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중학교 졸업 무렵에 문득 ‘이제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학을 가야겠다는 일념 하에 공부라는 걸 하기 시작했다. 동기와 목표가 생기자 오히려 게임에 몰두해 봤던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성적이 급상승했고 연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아는 한 친구가 자기 동생이 게임만 한다며 공부 좀 하게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컴퓨터 3대를 사서 자취하던 집에다 공짜 pc방을 차렸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친해진 다음, 학업에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했다. 그러자 실제로 아이들이 공부에 조금씩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게임만 하던 소년이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게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 살면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교과목 중 수학이 제일 재미있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은 게임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공략법을 마스터하는 과정과 비슷했다. 나는 단 하나의 문제도 그냥 넘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문제집에 있는 해법들을 모조리 암기했다. ‘문제에 질 수 없다. 꼭 풀고 말겠다’는 집념이 강했다. 그렇게 공부하자 성적이 쭉쭉 올랐다. 수학에서 1등을 달성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고 다른 과목들도 점점 잘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을 어떻게 공부에 흥미를 붙이게 건가.
내가 경험해 본 일이라서, ‘나’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나에게 마음을 여는 게 우선이었다. 아이들과 게임을 하면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그들이 뭘 원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때 아이들에게 퀘스트를 주고 달성하면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설계했다. 또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승부욕을 자극하는 구조를 만들어 실시간으로 엉뚱한 과제도 줬다. 아이들이 퀘스트를 달성하는 과정에 점점 집중하게 되면 교과목의 문제와 관련된 퀘스트도 포함시켰다. 그렇게 조금씩 문제를 풀도록 했더니 펜을 잡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거웠을 같은데 창업은 성공했나.
경제적으로는 수익이 없었고 오히려 1천만 원 정도의 손해로 끝났다. 그렇지만 굉장히 보람된 경험이었다. 학부모님들은 좋은 학원에 보내도 공부하지 않던 자기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공부를 하니까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나는 열의를 다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고 아이들이 달라지니 더 신이 나 열심히 했다. 그때 PC방 정규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는데, 아이들은 아침 9시에 와서 밤 12시에 돌아갔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온전히 내 에너지와 시간이 투입되어야 했다. 에너지는 점점 고갈되었고, 결국 더는 지속할 수 없었다.

게임과 공부의 경계를 허물다, 왕경업


문제의 본질을 찾는 집중력


두 번째 창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두 번째 회사 ‘컬쳐커넥트’도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니다. ‘컬쳐커넥트’는 공연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자막 서비스 회사로,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라는 확신에서 출발했다. 대학 시절에 뮤지컬 동아리 활동을 꽤 오랫동안 했다. 그때 청각장애인 친구를 공연에 초대하고 싶었다. 그 친구가 공연을 보려면 자막이 필요해서 나는 이런저런 방법을 다 찾아보았다. 그런데 공연 자막 서비스를 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정부에서도 하지 않았고 그 수많은 공연 단체 어디서도 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해보자고 생각했다.

컬쳐커넥트를 운영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청각장애인분들이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할 때이다.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 때에 참여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처음엔 친구 몇 명과 대학로의 옥탑방에 사무실을 차리고 공연 제작사를 찾아다녔다. 공연장의 자막 설치는 큰 변화를 요구하는 일이다. 공연 업계는 위험부담을 떠안기 싫으니 보수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자막 서비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도 자신 있었다. 우리는 공연 자막 서비스를 열심히 알렸다. 자막을 제작하고 예매 사이트도 만들어 결국 티켓을 판매할 수 있기까지 이르렀다. 청각장애인 중에는 우리의 모든 공연을 보러 오는 분도 많았다. 그 모든 과정이 감동이었다.

회사를 운영하며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항상 문제의 본질에 집중한다. 학원의 본질은 학생이 공부를 잘하게 돼서 성적을 올리는 것이다. 정해진 수업 시간에 수업만 하는 건 본질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이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하여 그것을 해결해 내는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본질에 집중하면 설명을 구구절절이 늘어 놓을 필요가 없다. 나는 필요한 것만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방식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프로는 ‘말’이 아니라 ‘실력’으로 스스로를 증명한다. 진정한 프로는 말을 많이 안 하고도 상대의 신뢰를 얻어 내고 목표한 바를 이뤄낸다. 게임할 때도 보면 진짜 고수는 채팅을 안 한다.

두 번의 창업이 인생의 중요한 자산일 것 같은데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업에서는 지속가능한 수익구조와 자동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두 번의 창업, 두 번의 실패로 참 힘들었지만 매우 값진 교훈을 얻은 것이다. ‘공부하는 PC방’은 내 시간과 에너지를 전부 투입해야 했기 때문에 지속할 수가 없었고, ‘컬쳐커넥트’는 재미있고 보람도 있었지만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없었다. 두 번 다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지 못했던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이유이다. ‘컬쳐커넥트’ 사업을 접으며 고객들에게 “이 일을 더는 못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해야 했던 순간이 가장 힘들었다.

게임과 공부의 경계를 허물다, 왕경업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본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안정적인 회사에 취업하지 않고 창업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가 있나
.
태생적으로 도전정신과 승부욕이 강한 것 같다. 어릴 적 게임할 때도 무조건 10시간씩 했다. 친구들이 힘들어서 그만둘 때도, 나는 혼자서 계속했다. 뭐든지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도 한 게임만 파고들었고, 캐릭터도 하나만으로 2000판, 3000판을 했다. 남들은 ‘질리지도 않냐’고 하지만, 나는 하나만 계속해서 조금씩 잘하게 될 때 훨씬 큰 재미를 느낀다.

게임의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하나에 꽂히면 무섭게 파고들어서 무조건 성과를 낸다. 집에 PC방을 차린 이유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내게 주어졌고, 그것을 해결하려면 이것저것 실험하면서 끝까지 파고드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해야만 되겠다’ 싶은 일은 꼭 하고 만다. 그래서 삶이 좀 피곤한 것도 같다.

앞으로 또 창업할 계획이 있는가.
물론이다. 회사 생활을 할 때와 내 사업을 할 때의 자유도는 완전히 다르다. 나는 하고 싶은 걸 직접 해야 하는 사람이다. 프로 사업가가 되고 싶다. 문제를 발견하면 일단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서 해결하는 것은 이미 잘하고 있지만 돈 버는 영역에서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금 회사 생활을 하며 그 부분을 배우고 있다. 잘 배워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으면 또다시 사업에 도전할 거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 달라.
‘보이스루’라는 IT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유튜버들이 글로벌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AI기반의 영상 자막 플랫폼인 자메이크(JAMAKE) 서비스를 운영한다. 국내 유튜브 시장은 좁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자막이 필요하다. 자막 지원뿐만 아니라 글로벌 채널로 성장하기 위한 컨설팅도 해준다. 더 나아가 글로벌 채널의 기획과 운영, 해외 배급까지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퀘스트를 달성하고 싶나.
지금 내 목표는 성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의미 있고 가치도 있으면서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도 갖춘 회사를 창업해서 성공하고 싶다. 아직은 뭔가 이루지는 못했지만 축적된 실패 경험이 나의 소중한 자산이다. 깨져본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서 계속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은 좀 걸릴 것 같지만 ‘공부하는 PC방 시즌2’를 꼭 다시 만들고 싶다. PC방을 다시 차린다면, 아이들이 처음엔 진짜 게임만 하다가, 자연스레 공부에 흥미를 갖고 스스로 문제지를 푸는 데까지 이르도록 구성할 것이다. PC방에 단지 놀기 위해 오는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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