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5 News

다르지만 똑같이 귀한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일러스트레이터 이성표

Creator Crew:
엔씨의 콘텐츠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연결해 즐거움을 확장하는 사람들

NC문화재단이 그림책 <난 크고 넌 작다>를 출간했습니다. 한 소년이 숲에서 애벌레를 만나고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며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 <난 크고 넌 작다>. 이번 < Creator Crew >는 이 그림책을 그린 이성표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나봅니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다양성을 포용하는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과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지닌 철학과 꿈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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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완전히 크지도, 작지도 않다

이번에 출간한 <난 크고 넌 작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난 크고 넌 작다>는 한 소년이 숲에서 애벌레를 만나 각자의 시선으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처음에 소년은 자신이 애벌레보다 몸집이 크기 때문에 제목처럼 ‘난 크고 넌 작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애벌레와 사귀면서 점차 애벌레에 대해 알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은 자신보다 훨씬 높이 하늘을 날고 있는 나비를 바라보게 된다.

소년과 애벌레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
우리 중 누구도 그렇게 크지도, 그렇게 작지도 않다는 것이다. <난 크고 넌 작다>에서는 소년과 애벌레지만, 실제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존재는 서로 간 힘겨루기를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내가 상대보다 강해 보여도 그것이 영원하지 않고, 반대로 내가 약하다 해서 언제까지나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계속 변하는 존재다. 작아 보이고 미약해 보여도 소중한 존재다. 배려하고 소통하며 산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왜 다양성이란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는가.
처음 엔씨와 그린 책은 <모두 나야>라는 책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은 한 존재이고 한 공동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이번 책 <난 크고 넌 작다>의 메시지는 다양성이라는 큰 말로 포괄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작은 단위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각각 다르지만, 누가 더 귀하고 덜 귀한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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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나오는 다양한 색과 무늬의 애벌레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여러 소재 중 아이의 상대로 애벌레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애벌레에 대한 영감을 처음 얻은 곳은 산이다. 최근 몇 년간 매일 한 시간씩 산에 올랐다. 산속을 걷다 보면 예쁜 꽃이 많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여러 종류의 애벌레였다. 어떤 색을 쓰더라도 자연에 있는 애벌레의 독특한 매력들을 다 그려낼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나비의 종류만 16만 종이 넘는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한 애벌레들을 그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부터 다양성의 가치를 심어주는 게 왜 중요하다고 보는가.
1988년에 처음 대학 강의를 시작해 ‘표현 기법’이라는 수업을 한 적이 있다. 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찾게 하는 수업이었다. 그런데 막상 ‘너의 선, 네가 그리고 싶은 선으로 그려봐’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리는 선들이 모두 비슷했다. 왜냐하면 입시를 준비하면서 지방에서나 서울에서나 똑같은 석고를 똑같은 기법으로 그리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이건 결코 바람직한 미술 교육이 아니다. 강의에서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그 시선으로 보면 보이는 게 정말 많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주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수많은 스타를 보았다. 나도 잠깐은 그 대열에 속한 적이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존재감은 일정할 수 없고 계속 변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성장기를 돌아보면 이런 존재의 변화에 대해 누가 얼마나 깨우쳐주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애벌레가 우리 삶에 유익할 것이라 생각하는 아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냥 밟아 죽여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애벌레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고,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아이가 겉모습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홀대하지 않고, 좀 더 조심스럽고 배려하는 사람으로 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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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흘러가는 그림이 아닌, 아이들의 마음에 이야기하는 그림책의 힘

40여 년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그림책은 어떻게 처음 시작했는가.
대학을 졸업한 해에 시험 삼아 응모한 그림이 잡지에 실렸다. 그 후로 지금껏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왔다. 그림책뿐 아니라 신문에도 그렸고,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 사외 홍보지, 단행본 등 다양한 매체와 함께 일했다. 그사이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신문사 미술 기자로 활동한 적도 있다. 처음엔 그림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우연히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 시작했다. 그러다 그림책의 힘에 매료되어 최근 7~8년간은 그림책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매체와 비교했을 때 그림책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가.
시간에 따라 흘러가며 소모되는 그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줄의 문장으로 말하기보다는 아무리 짧아도 한 권의 책으로 말하기 때문에 이야기 속 내용이 오래 남는다. 또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가 곧바로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이때 경험하는 선하고 귀한 가치들은 무의식 가운데 어린아이의 마음속에 스며든다. 그림책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배려, 존중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중요한 매체다.

이번 <난 크고 넌 작다>의 작업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초안을 잡던 처음 두 달이 가장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완성하는 데 1년 정도 걸렸다. 이번 그림책의 독자는 7세 어린이였다. 나는 지금 64세인데 7세 어린이와 대화해야 했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그나마 숲에서 매일 애벌레를 보며 생각해둔 것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렵사리 줄거리를 완성했으나, 막상 그림으로 그리려니 아무리 노력해도 자연의 아름다운 형태와 색깔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우선은 아무렇게나 마음 가는 대로 그려보면서 시작했다. 이제껏 일하면서 배운 배색의 원리나 법칙 같은 건 자연으로 들어가면 아무 소용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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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 있지만, 멀 수도 있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여든이 될 때까지 16년 정도 남았다. 이 시간이 내 전성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우리 아이들도 어른이 되었으니, 이젠 나 자신만 잘 다스리면 된다. 책도 읽고 싶은 만큼 읽을 수 있고, 독서의 폭도 더 넓힐 수 있는 나이다. 육체의 건강을 잘 유지하면 아마도 생각의 정수를 담은 책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활동을 이어가겠지만, 우선은 책에 집중할 예정이다.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다음 책에서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은가.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인간의 언어로 말하지 못하는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가령 새장에 있는 새들, 동물원에 있는 북극곰, 우리와 함께 지내는 반려견의 마음을 다룬 이야기다. 앞으로 나올 책 세 권 중 한 권은 틀림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 종교의 진리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다. 아직은 모든 면에서 수준이 얕지만 공부가 쌓이면 이에 관한 책도 쓸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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