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7 FICTION PLAY

김금희 『첫눈으로』

“저는 영 나쁜 인간이에요.”

 

회식

 

MTN 예능국 피디들 사이에는 야근을 하더라도 사내 메신저는 꺼 놓는 불문율이 있었다. 언제나 누구와 술 한잔 하고 싶어 어슬렁대는 남 국장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술자리에 대한 국장의 열망은 대단해서 어느 날은 퇴근하는 경비 용역 업체 직원들 회식에 따라갔다는 일화까지 있었다. 그들은 그날 회사 로비를 지나면서 불행히도 국장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횟집에 전화해 오늘 약속한 대로 자연산 광어가 들어왔는지 복도가 쩌렁쩌렁 울리게 확인했고 통화를 마친 뒤 휴대 전화를 점퍼 주머니에 넣기도 전에 “아이고, 회식들 하시나 봐?” 하는 국장의 인사를 받았다고 했다. 국장이 그렇게 말하고 입맛을 다시자 당연히 그들은 예의상 “그러면 같이 가시죠.” 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에는 말할 것도 없는 결론이었다. 오늘 밤 언택트로 열리는 예능국 회식은 그런 국장을 위한 것이었다. 봄 개편 때 하려다 팬데믹으로 밀린 전체 회식이 이러다가는 영 요원하겠다는 명분이 있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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