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8 FICTION PLAY

박상영 『바비의 집』

“균열은 이미 세계에 널리 퍼져 있어.”

낡은 미니밴이 공항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차 옆에 서 있는 긍률은 생각보다 더 수척해 보였다. 가뜩이나 마른 체격에 치수가 큰 옷을 입어 바짓단이 펄럭펄럭했고 이마 뒤로 넘긴 머리카락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눈 밑에 거뭇거뭇한 기미까지 끼어 있었다. 그는 내 트렁크를 받아 들며 말했다.
“너 때문에 새벽부터 이게 뭔 고생이냐.”
“얻다 대고 반말이야. 미국에 오래 살더니 미국 놈 됐냐.”
“왜 이래. 내가 언제부터 존대했다고.”
“하긴.”
긍률은 나랑 세 살 터울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반말을 했다. 막내아들이라고 오냐오냐 키운 탓에 늘 버르장머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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