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09 엔씨문화재단

NC문화재단, 마음껏 실패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공간을 꿈꾸다

2018년부터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 공헌 사업을 준비해 온 NC문화재단은 지난 8월 서울 대학로에 자유로운 프로젝트 활동 공간 ‘프로젝토리’를 오픈했습니다. 프로젝토리는 청소년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각자의 프로젝트(Project)를 자유롭게 펼치는 실험실(Laboratory)을 의미합니다.

NC문화재단은 2012년 엔씨가 창립15주년을 맞아 설립한 공익 목적의 비영리재단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와 ‘우리 사회의 질적 도약을 위한 가치 창출’을 위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NC문화재단의 박계현 부이사장, 사업팀 김경헌 팀장과 김선영 PM을 만나 프로젝토리가 어떤 고민 과정을 거쳐 탄생되었는지, 이곳에 담긴 철학과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지 들어보았습니다.


projectory_200910_01NC 문화재단 박계현 부이사장과 사업팀. 왼쪽부터 김경헌(핑퐁), 조형민(아키), 한지호(이글), 박계현(케이), 박기쁨(조이), 오민영(프리), 김선영(릴로)

NC문화재단 사업팀
프로젝토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NC문화재단의 사업팀은 이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프로젝토리 외에도 다양한 사회 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AAC(보완대체의사소통)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운영, 동화책 출간 사업이 있다.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에 물음표를 던지다

프로젝토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김경헌 팀장, 이하 핑퐁) 프로젝토리는 2017년 말 엔씨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본 재단에 새로운 사회 공헌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특별 기금 출연을 결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린 새로운 사업을 기획해야 했고, 기존에 하던 사업에서 좀 더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열린 고민을 시작했다.

(박계현 부이사장, 이하 케이) 재단을 설립한 윤송이 이사장의 고민은 ‘한국 사회에 창의적인 분위기를 샘솟게 하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였다. 우린 이 문제의식에 따라 각자 치열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사업을 기획했다. 당시 사업팀 전원이 기획안을 냈고 오디션 서바이벌처럼 투표를 했다. 그때 1순위로 선정된 기획이 프로젝토리였다. 이 사업의 초기 기획안과 프로젝토리라는 이름을 만든 사람이 김선영 매니저이다.

‘창의’라는 키워드와자신만의 프로젝트에 맘껏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는 어떻게 연결된 것인가.
(김선영 PM, 이하 릴로)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정답만을 원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령대에 상관없이 누구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프로젝토리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주로 지시를 받는 입장인 아이들에게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찾아내고 자신에게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자기 주도성이란 개념이 나왔고, 뒤이어 수평적 관계, 다양성 존중 같은 핵심 가치들이 생겨나면서 활동의 내용이 발전되었다.

projectory_200910_02인터뷰를 함께한 김선영(릴로) PM, 김경헌(핑퐁) 팀장, 박계현(케이) 부이사장

사업 방향과 내용은 어떤 과정으로 구체화됐나.
(핑퐁) 선례가 없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역시 어려웠다. 우리가 생각하는 게 너무 이상적인 건 아닐지, 이 기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아무도 정답을 내어줄 수 없었다. 두 차례에 걸쳐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우리가 세운 가설이 맞는지 실험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프로젝토리의 문화와 철학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묻고 격렬하게 토론했다. 그렇게 프로젝토리는 2년간의 기획 및 실험 운영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론칭하게 되었다.
*파일럿 프로그램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곳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처음 기획과 달라진 점이 있는가? 두 차례의 실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프로젝토리 론칭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케이) 초기에는 ‘만든다’는 행동 자체에 집중했던 것 같다. 당시 메이킹 교육이 유행했고, 창의 교육이라고 하면 코딩이나 로봇 만들기 같은 걸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우리도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3D 스캐너나 코딩 키트를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송이 이사장은 기술은 창의력을 고양하는 방법 또는 수단일 뿐이라며 늘 본질을 강조한다. 창의력을 키우려면 주도적으로 무엇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지, 그 방법이 반드시 첨단 과학이나 고난이도 기술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projectory_200910_04박계현(케이) 부이사장

이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배운 것이다. 과학자가 꿈인 멤버 한 명이 생명 복제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핑퐁이 그 멤버와 대화를 하면서 “나랑 똑같은 복제인간이 있다면 내가 진짜 나일까? 복제된 인간이 나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멤버는 이런 질문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당황해했고, 그제서야 질문의 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학에 관심 있다고 해서 한 분야에만 몰두하고 인문학적인 개념이나 철학적인 고민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이후에 우리는 단순히 만들고 창작하는 것에서 나아가 ‘뇌의 힘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문제에 집중했다. 이 생각은 활동의 방향에서부터 공간 기획까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쳤다. 프로젝토리는 무엇이든 상상하고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진화시킬 수 있도록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자료와 공간을 마련했고,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설계되었다.

 

어른도, 아이도 같은 높이에서

치열한 과정을 거쳐 프로젝토리가 탄생했다.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한 것이 있다면.
(핑퐁) 우리가 가장 많이 토론한 주제는 수평어 사용이다. 프로젝토리에서는 모든 사람이 수평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아이, 어른 구분 없이 수평어를 사용하고 이름 대신 별명을 부른다. 쉽게 말하면 반말에 가까운데, 예를 들어 “나 이거 하고 싶은데, 핑퐁 생각은 어때?”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수평어를 무엇으로 정의할지, 보호자들이 수평어를 이해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다.

(케이) 나는 수평어 사용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수평어를 도입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꼭 반말을 써야만 수평적인 관계가 형성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생각을 바꾼 이유는 아이들이 수평어를 썼을 때 어른인 우리에게 쉽게 말을 건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이와 직급 같은 위계질서 안에서는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왜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가 잘 안 만들어질까? 결국 수직적인 관계와 의사소통 방식이 걸림돌이다. 수평적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을 지배하는 언어가 가장 먼저 바뀌어야 했다.

projectory_200910_03(왼쪽부터) 사업팀 오민영(프리), 박기쁨(조이), 한지호(이글), 조형민(아키), 김선영(릴로)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핑퐁) 아이들은 오히려 우리가 놀랄 만큼 빠르게 적응했다. 몇몇 친구는 좀 어색해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수평어를 사용하면 말의 형태만 바뀌는 게 아니라 말을 걸거나 질문을 하는 빈도도 훨씬 늘어났다. 어른과 격의 없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니 아이들이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얼마 전 1차, 2차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멤버가 다시 가입하려고 프로젝토리에 방문했다. 왜 다시 돌아오고 싶은지 물어보니 “이곳에서 나눴던 대화가 너무 그리웠다.”라는 감동적인 답변을 하기도 했다.

우리도 수평어를 쓰면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아이를 가르쳐야 할 존재로 대하는 게 아니라 같은 입장에서 수평적으로 다가가게 되더라. 아이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다 보면 아이라는 존재에게 가졌던 선입견과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 많았다. 때로는 어른인 나보다 더 나은 생각을 하는 이 멋진 아이들을 어떻게 더 성장시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들뜨기도 했다.

수평어는 프로젝토리가 추구하는 문화를 실현하기 위한 좋은 수단인 것 같다. 수평어 외에도 프로젝토리가 추구하는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한가.
(핑퐁) 수평어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런 분위기에서 더욱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고 믿는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아이들에게는 성장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존재는 많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자기 또래가 아닌 어른에게 동료로서 존중받고 인정받는 경험이 굉장히 큰 변화를 만든다. 프로젝토리 안에서 사회와 다른 규칙, 다른 생각의 틀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경험이 쌓였을 때 그 경험을 한 아이들이 프로젝토리 밖의 사회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믿는다.

projectory_200910_05사업팀 김경헌(핑퐁) 팀장


나만의 답을 찾아내는 힘

창의성이라는 키워드로 프로젝토리가 시작됐다. 프로젝토리가 정의하는 창의성은 무엇인가.
(핑퐁) 사업팀 대부분이 입사 동기인데, 입사 후 우리에게 던져진 첫 질문이 ‘창의성을 무엇이라고 정의할까’였다. 6개월 정도 자료 조사를 하고 세계 석학들을 만나 인터뷰도 했다. 그 끝에 우리가 얻은 결론은 창의성은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였다.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의 총장을 지낸 존 마에다 교수를 찾아가 창의 교육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분이 크게 웃으시며 “내가 ‘창의 교육이란 이런 겁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는 그걸 그대로 도제식으로 찍어서 교육을 할 겁니다. 창의 교육을 하고 싶으면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저절로 창의성이 개발되지요.”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케이) 프로젝토리를 소개할 때 창의 교육, 창의 실험실이란 말을 많이 쓴다. 그게 가장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젝토리의 가치를 설명할 때는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가장 배제하고자 하는 단어가 바로 ‘창의’이다. 창의성은 ‘이런 것이다’라고 정답을 낼 수 없다. 창의성의 본질은 다양성인데 우리는 그 본질을 잃고 싶지 않다. ‘창의성은 이거야라고 정의하는 순간 가장 창의적이지 못한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핑퐁) 우리 아이들이 맞이하는 미래는 지금과 다를 것이다. 우리는 점점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로 가고 있다. 어떤 특별한 역량을 키워준다기보다 정답이 없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더 집중한다. 프로젝토리에서 활동하면서 성장한 아이들은 불확실성이 만연한 사회에서 두려움 없이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물론,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에도 정답은 없다. 창의성은 남이 정해 둔 안전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애매모호함을 견디며 나만의 답을 찾아내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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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아이들의 창의성이 키워졌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핑퐁) 이 문제는 여전히 많은 고민이 필요한 숙제이다. 그림을 두 장 더 그린다고, 로봇을 만들어 냈다고 창의력이 생겼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단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멤버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서 이를 가늠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파일럿 프로그램을 끝낸 한 아이의 부모님에게서 “내가 알지 못했던 아이의 모습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정해진 기찻길을 달리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조금 더 확신을 갖고 나아간다.

그리고 프로젝토리에서는 ‘평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멤버들의 결과물이 보잘것없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아이가 언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할지 모르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 프로젝토리를 거쳐간 멤버가 살아갈 삶의 모습이 프로젝토리의 결과물이고 그것을 확인하는 것은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단기간에 얼마나 성적을 내고, 몇%가 향상되었는지 이런 수치적 결과는 프로젝토리의 가치와 어긋난다. 아이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보호자분들이 이를 견디고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


자기 주도적이고, 수평적이며, 상호 존중하는 커뮤니티

프로젝토리 활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원칙이 있는가.
(케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독불장군처럼 모든 것을 혼자 하려는 사람이라면 창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법을 모르거나, 협력하지 않으려 하면서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으면 그런 사람을 창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 아닐까. 결국 창의성이라는 것은 혼자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닌 것일지도 모른다.

외국의 어떤 사례에서 아이들에게 자기 주도적으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었더니 개인의 활동 범위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끼리 서로 협력하는 질서와 규칙이 생기고 자발적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것이 인상 깊었다. 프로젝토리의 핵심 가치에 대해 논의하면서 윤송이 이사장이 타인에 대한 배려는 기본이라고 강조한 적이 있다. 이곳에는 다른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이타성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프로젝토리의 핵심이다.

(핑퐁) 뭔가를 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데 기회가 없어서 못하는 아이는 없어야 했다. 두 번째 실험 운영 때는 소외 계층에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진행했다. 부모에게 등 떠밀려 참여해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도 보았고, 어려운 형편의 아이가 매일같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만의 꽃을 피운 경우도 보았다. 결국 차별 없이 균등한 기회를 주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젝토리의 멤버는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는가.
(릴로) 멤버십 가입 희망자가 있으면 보호자와 아이가 함께 프로젝토리를 방문해야 한다. 아이는 현장 투어를 하고 공간을 돌아보며 상담을 하고, 보호자와도 별도로 1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다. 입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오는 아이들은 정중하게 돌려보낸다.

(핑퐁) 특별한 기준을 정해 놓고 선별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토리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커뮤니티이지만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보호자와 운영자 그리고 크루까지 모두 함께한다. 이 커뮤니티를 함께 확장해 갈 분들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다.

projectory_200910_07사업팀 김선영(릴로) PM

크루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핑퐁) 2차 파일럿 프로그램부터 청년 운영단이라는 크루 제도를 도입했다. 크루는 멤버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 역할을 한다. 1차 파일럿을 진행할 때만 해도 아이들에게 어른이 뭔가를 가르쳐주고 영감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2차 때부터는 ‘아이와 어른이 동등하게 프로젝트를 하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크루들은 멤버들과 의견을 나누며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프로젝토리 멤버십에 가입하면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릴로) 정해진 커리큘럼이나 프로그램은 없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선생님, 저 뭐 해야 돼요?”라는 것이다. 그러면 제일 먼저, 우린 선생님이 아니라고 정정해 준다. “나는 릴로야. 여기서는 서로 학년이나 나이를 묻지 않아. 우리는 모두 동료야. 여기서는 뭘 하지 않아도 돼. 아무도 너에게 뭘 하라고 강요하지 않아. 다만 뭔가 하고 싶은 게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우릴 찾아. 질문을 해도 좋고 도움을 요청해도 좋아.”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핑퐁) 첫 실험 운영 때는, 멤버들이 2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그러나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멤버들은 각자 새로운 공간에서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자신의 책도 만들고,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의 집도 만들고, ‘천하제일 프로젝토리 돛단배 대회’도 열었다. 열 명이 있으면 열 명의 길이 생기더라. 앞으로는 크루들이 멤버들에게 여러 가지 영감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 워크숍도 크루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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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출발점

프로젝토리가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가.
(핑퐁) 우리는 결국 학교 밖에 있는 공간이다. 주입식 교육에 반하는 활동이 갖춰졌지만, 절대 기존 교육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우리는 보조재에 가깝다. 프로젝토리가 교육 프로그램이냐고 묻는다면, 직접 보시는 분들이 각자 판단해 주실 거라 생각한다. 다만, 교육은 결국 사회가 변하면서 함께 변하는 것이기에, 이곳에서 성장한 친구들이 사회에 나가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내면 좋겠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큰 의미가 있다.

(케이) 앞으로 우리는 부딪히게 될 일이 많을 거라고 예상한다. 실제로 운영하면서 변화되는 것도 많을 것이고, ‘정답 사회’에서 우리에게 어떤 정답을 요구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 진행하고 있으므로 가는 길을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 지금은 우리의 활동에 공감하며 열정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뿌리 내리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토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릴로) 정해진 답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든 와서 원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 이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추구하는 바를 마음껏 꽃피우길 바란다.

(핑퐁) 어른들이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감해 주시면 좋겠다. 아이들이 여기서 아무리 신나고 재미있게 뭔가를 해도 “그건 정답이 아니야.”라고 단정 짓는 사람을 만나면 아이들은 다시 위축될 것이다. 프로젝토리 밖에도 “그게 또 다른 길일 수도 있겠네. 너는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흥미롭구나.”라고 대화해 주는 어른이 많아지면 좋겠다.

(케이) 프로젝토리에 오는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 나는 없다. 그걸 말하는 순간 ‘여기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공간인가 보다’ 하는 선입견이 생긴다. 직접 와서 겪어보고, 느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프로젝토리가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창, 창의적인 커뮤니티 생태계를 만드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 열 명이 모이면 열 명의 길이 만들어져 우리 사회에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


• NC문화재단 프로젝토리 홈페이지(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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