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7 SCIENCE to the Future

SCIENCE to the Future #1 뇌를 투명하게 만드는 과학자, 정광훈

여기 뇌를 투명하게 만드는 과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투명해진 뇌를 통해 그 구조와 분자 구성을 시각화하고, 이를 적용한 뇌지도를 만듭니다. 이 연구는 다양한 뇌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치료법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의 기반에는 과학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은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약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들의 위대한 발견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렇기에 엔씨가 꿈꾸는 즐거움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상’ 또한 과학으로부터 시작될 거라 믿습니다.

<SCIENCE to the Future> 시리즈는 세 명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과학의 힘으로 해결하는 연구자들입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은 무엇인지 들어봅니다. 인터뷰를 통해 엔씨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볼 수 있길 바랍니다.

첫 번째 인터뷰는 올해 백악관에서 수여한 젊은 과학·기술자 대통령상(the Presidential Early Career Awards for Scientists and Engineers)을 받은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 MIT 뇌신경과학과 정광훈 교수입니다.


SCIENCE to the Future #1 뇌를 투명하게 만드는 과학자, 정광훈


정광훈
MIT Chung Lab
(http://www.chunglab.org/)

투명한 하이드로겔을 주입해 뇌의 모양을 보존하여, 뇌 조직의 단백질과 DNA 그리고 유전물질인 RNA까지 시각화한다. 이를 적용해 신경 세포 간 연결성을 지도화하는 방식을 연구한다. 최초로 한 세포 단위의 해상도까지 확대해 보여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1월 호의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지속적으로 지도의 해상도를 높이고 처리 속도를 개선하는 등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이 연구가 폭넓게 사용될 수 있도록 세계 200개 이상의 연구실에 기술을 공유했다.



뇌라는 우주를 개척하는 과학자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뇌를 연구하고 있다.

뇌는 우리 귀 사이의 우주라고 불린다. 작지만 우주만큼 신비롭고 방대하다. 또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뇌는 천억 개의 뇌세포가 각각 수천 개의 다른 뇌세포와 연결되어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한다. 그 어떤 슈퍼컴퓨터보다도 복잡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뇌의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알지 못한다.

스마트폰을 생각해보라. 어떤 부품이 어떤 기능을 하고, 어디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고장이 나면 문제를 쉽게 파악한다. 또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뇌에 어떤 종류의 부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 뇌가 고장 나면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600개가 넘는 뇌질환이 있는데 병의 기작이 알려져 있고 치료법이 있는 뇌질환은 얼마 안 된다. 뇌를 빠른 시일 내에 이해하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


SCIENCE to the Future #1 뇌를 투명하게 만드는 과학자, 정광훈


뇌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까


뇌를 투명하게 만든다는 생각은 굉장히 SF 적인 상상의 결과물 같다. 어떤 아이디어로부터 연구가 시작된 것인가
우리 몸과 장기를 투명하게 만드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의 꿈이었다. 투명한 장기를 들여다볼 수 있으면 각각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명한 뇌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세기 초, 약 백 년 전부터 조직 투명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조직이 충분히 투명해지지 않기도 했고, 투명하게 만들어도 장기의 중요한 부분들 특히 세포나 단백질을 볼 수가 없었다. 또 빠른 속도로 조직을 이미징 할 수 있는 현미경과 이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도 없었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세포나 단백질을 형광으로 염색해 투명한 조직 안에서 빛을 내게 하는 기술, 투명한 조직을 이미징 하는데 필요한 카메라의 성능,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과 카메라의 성능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는지 보라. 이제 장기만 투명하게 만들고 그 안의 정보만 손상 없이 보존할 수 있으면 무한한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거다.


왼쪽: 보통 쥐의 뇌 / 오른쪽: 화학처리를 통해 투명해진 뇌

왼쪽: 보통 쥐의 뇌 / 오른쪽: 화학처리를 통해 투명해진 뇌


기술의 발전으로 뇌를 투명하게 만들고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럼, 실제로 뇌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또 투명해진 뇌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우리 아이디어의 특별한 점은 하이드로젤과 뇌를 합성해 하이브리드를 만든 것이다. 투명한 하이브리드는 뇌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정보를 저장한다. 또 그 정보를 얻어낼 수 있게 해준다.

지도를 비유해 예를 들자면, 예전의 기술로는 건물의 위치 정보만 주었다. 우리 기술은 건물의 위치, 건물의 기능, 건물 안에 일하는 사람의 특징까지 정보를 준다. 여기에 다른 도시에 있는 건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까지도 알려주는 것이다.


뇌 지도’라는 깃발을 꽂다


뇌의 지도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40년 이상 뇌를 연구하신 칼텍의 David Anderson 교수님께서 몇 년 전에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The field of neuroscience is like a bunch of ants at the bottom of Mount Everest. They have yet to arrive at Base Camp 1 and, so far, it’s impossible to see how high the mountain is.”
뇌과학 연구는 에베레스트 산기슭의 개미무리와 같다. 아직 베이스 캠프 1에 도달하지도 못한 개미들이 얼마나 산이 높은지 가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뇌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 인류에게 얼마나 거대한 도전인지. 또 뇌 연구의 기존 방법론이 가진 근원적 한계가 얼마나 명확한지 자조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리니지 세계가 지금보다 수만 배 더 크다고 상상해 보라. 여기에 지도도 없이 무작정 탐험하게 한다면 유저들은 힘들어할 것이다. 그들에게 자세한 지도를 주고 소통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그 정보들이 공유되고, 축적된다면 훨씬 더 미션 클리어가 빨라질 것이다.

과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삼차원 뇌지도라는 플랫폼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이걸 또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면, 또 그 빅데이터를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한다면, 훨씬 빠르게 뇌라는 미지의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

현재 뇌과학자들은 뇌를 연구하는데 필요한 아주 기본적인 지도조차 없다. 지도를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정호 선생님이 대동여지도를 만들던 방식으로 발품을 팔아서는 뇌지도를 만들 수 없다. 저 높은 하늘에서 지구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비행기와 인공위성이 필요하다. 또 도로를 달리며 도시 구석구석을 담는 차도 필요하다.

우리 연구팀은 뇌의 3D 구글맵을 만드는데 필요한 첨단 기술들을 성공적으로 개발해왔다. 이 기술들을 이용해 뇌지도를 만들어 무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과학은 혁신을 앞당긴다


현재 연구하는 기술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 연구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뇌질환, 암과 같은 난치병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 개발을 앞당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뇌과학자 뿐만 아니라 바이오 연구를 하는 모든 연구자들이 우리가 개발한 기술의 혜택을 최대한 빨리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구글 맵을 가능하게 한 많은 원천 기술들은 대학이나 국가 연구소에서 개발되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완성하고 대중화한 것은 결국 그 산업이다. 만일 애플이나 삼성 같은 회사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beeper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들도 마찬가지다. 막강한 산업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런 시장 형성을 유도하기 위해 직접 회사를 시작했다. 앞으로 산업이 확장되고 회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 기술은 보다 발전할 것이다. 그럼 가격 또한 떨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기술이 성숙하고 대중화되면 보다 많은 과학자들이 우리 기술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삼 년 전 MIT가 위치한 Cambridge에 ‘LifeCanvas Technologies’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를 통해 이미 130곳 이상의 대학교, 병원, 바이오텍, 제약 회사에 우리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수만 수십만의 기관들이 이 기술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이 기술로 꿈꾸는 변화는 무엇인지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 하나에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이 매년 277조 원에 달한다. 우리 기술을 통해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도와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 개발을 일 년만 앞당겨도 미국에서만 277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 것이다. 생명을 구하고 환자와 환자 가족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에서 오는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우리 기술이 뇌질환 연구뿐만 아니라 바이오 메디컬 전체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임팩트는 휠씬 클 것이다.
*미국 공공의료보험은 2019년 알츠하이머 관련 의료·요양 비용으로 약 1950억 달러를 쓸 예정이다.



과학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가장 멋있다. 쿨하다고 생각하는 것.
어떤 분야가 되었던 자신이 하는 일에 빠져 있는 흔히 말해 미쳐 있는 사람들

좋아하는 게임이 있는지. 있다면 왜 좋아하는지. 어떤 장르의 게임을 좋아하는지.
전략 시뮬레이션을 좋아한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코에이 삼국지에 빠졌었고 대학생 때는 스타크래프트를 정말 열심히 했다.

삼국지에서 인재 등용의 중요성을 배웠다면,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멀티태스킹과 리소스 매니지먼트를 배웠다. 이 모든 능력은 지금도 요긴하게 쓰고 있다. 내 직업에 정말 필요한 요소들이다.

과학자가 꿈이었다면 이미 꿈을 이룬 것 같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가
꿈이라고 거창하게 부를 것은 없고 작은 목표들은 많다. 행복한 가정을 키워가는 것, 우리 MIT 랩 연구원과 학생들이 신나게 연구하고 커리어를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 ‘LifeCanvas Technologies’를 통해 전 세계 모든 학교, 연구소, 병원, 제약 회사에 우리의 기술을 보급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과 같은 연구재단을 설립해 과학자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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