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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게임 #4 엘에스디(LSD)
이세계 게임

이세계 게임 #4 엘에스디(LSD)

갓겜이거나, 또는 망겜이거나, 아니면 평가 불가능한 ‘이(異)세계의 게임’이거나. 이번 작품은 이(this) 세계에 만들었지만, 이(異) 세계의 물건인 듯한 게임을 소개하는 시리즈의 컨셉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이 아닌가 합니다. 후대 인디게임에 큰 영향을 준, 평가 불가능한 괴작 <LSD(Lovely Sweet Dream)>입니다. “저런 게 50만 대 이상 팔리면 물구나무 서서 걸어간다.” -故야마우치 히로시(3대 닌텐도CEO), 플레이스테이션을 평가하며- 94년 출시된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은 출시 전부터 세가, 닌텐도와 같은 긴 역사를 가진 콘솔 게임기의 경쟁사들로부터 온갖 무시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결과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플레이스테이션의 대성공의 여파로 세가는 콘솔 게임기 사업을 아예 철수했고 닌텐도는 휴대성과 라이트 게이머 타겟으로 노선이 바뀌었으며 소니는 주력상품이 가전제품에서 콘솔 게임기로 전환이 되버렸습니다. 일명 플스원, 수많은 개발 비화가 있지만 앞날을 내다본 선견지명과 수많은 반대에도 굴하지 않은 게이머이자 엔지니어인 구타라기 켄의 이야기는 전설적이다. 후에 평가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 요인 중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저렴한 개발비용과 손쉬운 개발툴로 인한 풍부했던 서드파티*가 꼽히고 있습니다. 이 풍부한 서드파티라는 것은 곧 ‘누구든지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라는 뜻이기도 하는데 마치 유니티 엔진으로 하루에도 수십 개의 인디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은 더더욱 개발하기가 더 쉬워졌지만 말이죠. *서드파티: 주로 콘솔 하드웨어의 제조사에게 라이선스를 받아 해당 콘솔로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들을 칭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개발되는 게임의 수 자체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게임이 쏟아져 나옵니다. 물론, 양날의 검으로 양질의 게임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있습니다만, 여튼 이 다양함이 극으로 치달으면 가끔 뭔가가 뒤틀린 황천의 게임 같은 물건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대중성은 둘째치고 굉장히 신선해 후대에도 영향을 주는 갓겜이 되거나 굉장히 괴상해 핵폐기물급 망겜. 둘 중 하나가 되기도 하죠. 그리고 지금부터 소개할 이게임은 이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그야말로 ‘이세계 게임’이라는 타이틀에 부합하는 물건으로 뒤틀린 황천에서 태어난 게임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이라 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괴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LSD>(Lovely Sweet Dream)입니다. 마약LSD가 아닙니다. 이런 건 게임이 아닙니다 ※ 주의 ※ 본 내용은 게임을 알아도 이해 안되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이미 스포일러가 아니다..) “이런 건 게임이 아닙니다.” -이 첨부사진에도 적혀있는 <LSD>의 홍보문구- 1998년 출시되어 20년도 더 된 게임인 <LSD>를 구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렵습니다. 대신 그 컬트적인 인기로 인해 PC로 리마스터 버전이 개발된 바가 있으며* PSN에도 등록되어 있지만 국내에는 없기 때문에 PS1 에뮬레이터까지 동원하지 않으면 제대로 해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마치 미확인 괴생물을 해부하는 심정으로 이 물건을 기동하여 보지요. *아직 알파버전의 미완성 게임이지만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다. 다운로드 주소는 http://lsdrevamped.net/ 개발사는 아웃사이드 디렉터즈 컴퍼니 출시한지 20년이 지났는데 이걸 이해하기에는 아직도 인류에게 이른 비쥬얼이다. 개발사인 아웃사이드 디렉터즈 컴퍼니는 원래 매킨토시와 윈도우3.1용 교육용 게임을 개발하던 회사입니다. 사실 이 시절부터 비범한 아트 스타일의 디자인을 가진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아웃사이드 디렉터즈 컴퍼니의 전작 <롤리폴리> 시리즈 메인 프로듀서인 사토 이사무의 흔히 사이키델릭 아트*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런 아트 스타일은 지금도 <테트리스 이펙트>나 <핫라인 마이애미> 등 극채색의 환각적이고 자극적인 디자인이 필요한 게임에서 볼 수 있는데 속된 말로 마약 빨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사이키델릭 아트: 어원은 그리스어 Psyche(정신)과 Delos(눈에 보이다)로 이루어진 합성어로 심리적 황홀 상태를 가리키며 이러한 상태를 연출하는 것이 ‘사이키델릭 아트’ 이다. 환각 미술 혹은 LSD 아트 라고도 불리며 196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실험적 작품이 시작되었다. 테크노 음악과 함께 사이키델릭한 오프닝 영상을 보고 나면 <LSD>의 뜻이 Limbo(림보), Silent(침묵), Dream(꿈) 라는 뜻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 Leisure(레져), Sonorous(우렁찬), Dream(꿈) 이라는 등 뒤죽박죽입니다. 공식적으로는 Lovely Sweet Dream(사랑스럽고 달콤한 꿈)이라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약자가 언제나 <LSD>로서 사이키델릭한 환각을 보여주는 환각제의 명칭이고 끝의 D는 언제나 Dream(꿈) 이라는 것이죠. 즉. 환각적 꿈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더욱이 부제는 ‘드림 에뮬레이터’ 로서 꿈을 모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입니다. 오프닝이 지나가고 나면 메인 메뉴가 등장하는데 Day 001이라는 숫자가 보이고 나머지 메뉴들이 보입니다. 스타트를 선택하고 나면 곧바로 게임이 시작됩니다. 첫 화면은 평범한 다다미방, 하지만 집을 나서 큰 바위 얼굴을 만나는 순간 전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전 FPS와 같은 형태의 조작을 보여주는 이 게임은 꿈 에뮬레이터란 명칭에 걸맞게 내부는 기묘함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꿈 세계의 오브젝트에 닿거나 벽에 부딪히면 랜덤 또는 특정 위치로 장소가 이동하는데 그렇게 몇 번을 이동하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하루가 끝나고 꿈 그래프가 나온 후에 처음의 메뉴화면으로 돌아옵니다. 특히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깨어나는 부분은 같은 꿈을 소재로 했던 영화 <인셉션>에서 ‘킥’이라 불리우는 현상을 10년은 앞서서 생각해 낸 부분도 있습니다. 돌아온 메뉴화면을 보면 처음의 Day 001의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알 수가 있죠. 거대한 무의식의 세계 “우리가 알고 있는 정신의 영역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크문트 프로이트- 꿈 그래프, 방금 꾼 꿈이 어떤 성향을 띄고 있는지 통계를 보여주는데, 아래쪽과 오른쪽으로 치우칠수록 기묘한 꿈이 된다. 계속해서 게임을 할수록 날짜가 올라가고 꿈 그래프에 네모칸이 갈수록 채워지는데 곧 이 게임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 할 수 있습니다. Day는 1년, 365일을 채우면 게임이 끝나게 되어있습니다. 그때까지 꿈 그래프를 최대한 채워보는 것도 목적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게임의 진짜 문제는 다른 데에서 발생하는데 날짜가 Day 010일 정도 지나가고 나면 분명 똑같은 장소인데 텍스처가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분명 같은 장소가 맞습니다. <LSD>는 배경 모델링과 텍스처가 분리되어 있어 같은 장소라도 텍스처가 바뀌면 전혀 다른 장소가 되어 버리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텍스처의 종류 또한 세세하게 나누어져 있는데 보통의 텍스처부터 한자가 잔뜩 적힌 텍스처, 극채색의 기괴한 문양의 텍스처, 파스텔톤의 몽환적인 텍스처, 성적인 이미지의 텍스처 등 배경과 텍스처의 조합에 따라 생성되는 장소만 수천 가지입니다. 여기에 확률적으로 등장하는 오브젝트까지 더하면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은 수없이 많아지죠. 게임의 결말인 365일을 채울 동안 까지도 저 꿈 그래프를 모두 채우고 등장 할 수 있는 모든 이벤트를 보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데 꿈의 해석의 저자인 프로이트가 말했듯이 무의식의 세계인 꿈의 세계는 너무나 거대해서 인류가 전부 알기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더 기괴한 장면도 많지만 정신건강을 위해 선을 지킨 정도가 여기까지입니다. 텍스처가 바뀌어서 보기가 심히 거북한 기괴한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항상 평범한 꿈만 꾸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람의 무의식의 세계 깊은 곳에는 괴물이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하지요. 어떤 날은 꿈 세계가 아니라 동영상이 나오기도 하는데 주로 의미심장한 시가지의 풍경이나 사람들의 일상을 찍은 듯한 포토그래프 같은 영상이 나옵니다. 메인 프로듀서인 사토 이사무는 포토그래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꾸는 꿈은 현실과는 전혀 떨어진 다른 곳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예지몽과 같이 때때로는 현실에서 겪거나 겪을 만한 일들이 재생되기도 합니다. 그 내용은 때로는 불길한 내용이지만 소소한 일상일 수도 있지요. 공포의 꿈일기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이다.” -H.P 러브크래프트- 한때 LSD는 구글에서 절대로 검색하면 안되는 단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마약의 이름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검색하면 안되는 대상으로 이 게임 <LSD>를 칭하기도 했죠, 계속해서 날짜를 채워 나가다 보면 그 기괴함이 배가 되어가는데 그 장면들을 보면 어째서 검색이 금기 였는지 알 수 있죠. 하긴, 이정도 꿈은 되야 악몽 꾸다 잠에서 깨기도 하겠죠. 게임을 이쯤 해보면 호러게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여기서 어떤 게임이 떠오르신다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괴상한 오브젝트들을 보다보면 예전에 인터넷 게임방송에서 유행했던 공포게임 하나가 생각나는데 바로 <발디의 수학교실>이 <LSD>와 유사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발디의 수학교실>은 일부러 저퀄리티 그래픽으로 정체불명의 공포를 유발했다. <LSD>에서 등장하는 공포 요소는 이 뿐만이 아닌데 어떤 날은 정체불명의 텍스트만 뜨고 영상이나 꿈 세계 탐험이 나오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해석하면 이상한 내용이 나오는데 문체가 건조해서 해석하면 더 무섭기도 합니다. 책을 묻는다. 책을 묻는다. 깊이 깊이 판 땅 속에.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좌) 속옷 가게. 언덕 밑에 있는 비디오 가게 앞에 속옷 가게가 있다. 상자에 산처럼 쌓여있는 속옷은 '팬티 다섯 장에 오백엔' 가게 옆으로 돌면 상자에 넣은 도베르만같이 큰 고양이를 팔고 있다.(우) 더 이상한 글도 있지만 자체 필터링으로 여기까지만 보여드립니다. 이런 정체불명의 두서 없는 글은 개발진이 꿈을 꾸고 나서 1년동안 그때 그때 기록한 일종의 꿈일기인데 우리가 꿈에서 깨어난 후에는 단편적인 기억만 있을 뿐 정확히 어떤 꿈이었는지는 쉽게 기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꿈을 일기로 써 보면 순간순간 기억나는 것이 스냅샷처럼 앞뒤 상황없이 남아 있을 뿐이죠. 재평가된 괴작 “오랫동안 입체파는 이해되지 않았기에 오늘날까지 사람들은 이를 볼 수 없었고, 없는 것처럼 간주되어 왔다. 나는 영어를 읽을 수 없다. 그러므로, 영어 책은 내게는 백지와 같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내가 모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탓할 수 있겠는가?” - 파블로 피카소의 어록 – 현대시대에 개발되는 게임을 둘로 나눈다면 ‘상업게임’과 ‘예술게임’으로 나뉘는데 후자에 속하는 예술게임은 상업게임의 숫자에 비교하면 이 게임을 포함하여 그 수가 몇 개 안될 것입니다. 동행과 여행에 대한 게임 <져니>, 시간과 죄에 대한 게임 <브라이드> 여기에 속하는 게임들은 애초의 목적이 재미를 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에 이르러서야 이런 예술게임이 스팀 같은 다운로드 플랫폼을 통해 많이 개발되어 접하고 있지만 1998년에 꿈에 대해서 표현하려고 한 시도에 대해서는 <LSD>는 유일무이한 시도였고 이것은 후대에 재평가되어 인디게임들의 콘셉트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유메닛키>(좌)와 <오모리>(우). 특히 <유메닛키>는 <LSD>의 2D버전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 피카소가 처음 입체화를 그릴 때만 해도 미술계의 이단아 취급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기존의 미술을 통달한 상태였고 피카소는 과거의 영광을 잘 재현하는 유물이 되느냐, 아니면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서 미술계의 혁명가가 되느냐는 길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이죠. <LSD>도 입체화와 같이 기존의 게임들이 접근하여 표현하지 않았던 영역을 말하기 위해 본인들 스스로도 게임이라 말할 수 없는 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영화도 처음부터 예술로 불릴 수 있는 미디어는 아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게임도 이제 좀더 다음 단계로 나아가 예술이라고 더 부를 수 있는 시기가 오게 될 것입니다. 1998년의 <LSD> 개발자들은 어쩌면 게임이 예술로서 인정받는 날을 꿈꾸며 꿈일기를 써간 것은 아니었을까요? <LSD>에서 365일을 다 채우고 나면 대망의 엔딩 영상 하나가 등장하는데 영상에는 후지산, 매, 가지가 등장합니다. 이 세가지는 일본의 새해 첫날에 꿈에 등장하면 1년동안 운이 길한 것으로 여겨지는 길몽의 상징이라고 하죠. 마지막까지 이세계 게임다운 엔딩 새해에는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길몽을 꾸길 바라며 감동의 좀비 학살 댄스 파티 꿈을 꾸기 위해 이만 자러가겠습니다. 박지균 손가락을 마음대로 컨트롤하기 시작할 때 숟가락 쥐는 법보다 게임패드 잡는 법을 먼저 배운 이펙터.

20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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