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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to the Future #2 질병 확산을 예측하는 수학자, 심은하
SCIENCE to the Future

SCIENCE to the Future #2 질병 확산을 예측하는 수학자, 심은하

이번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수학’을 만나봅니다. 흔히 수학은 공식을 외우고 시험을 쳐야 하는 하나의 교과목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학은 생각보다 현실에 가까운 학문입니다.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연구의 결과는 정책을 수립하는데 가장 논리적인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SCIENCE to the Future> 두 번째 인터뷰는 숭실대학교 수학과 심은하 교수입니다. 수학적 모델링을 기반으로 한 연구로 영국의 백신 정책 수립에 기여한 수리생물학자입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제 1회 ‘KWMS-엔씨문화재단 젊은여성수학자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와 함께 수학이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야기해 봅니다. 아마, 수학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심은하 숭실대학교 수학과 감염병 확산 과정과 백신 등 중재방안의 효과적인 수학적 모델링을 연구한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적인 백신 정책을 제시한다. 미국과 영국의 예방접종 정책수립 및 평가와 예측에 학문적으로 기여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수학자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생물 현상을 수리적으로 접근해 분석하고 모델링 하는 ‘수리생물학(mathematical biology)’ 분야에서 감염병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감염병이 확산되는 과정을 관찰하고 그 중재 방안을 찾아내는데 수리생물학을 적용한다. 백신 접종으로 특정 환자 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예측하는 것부터 그로 인해 치료 비용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 경제적 효과까지 예측한다. 수학적으로 예측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현상을 수치적으로 표현하여 비교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책 결정이 필요한데, 정책 A와 B 중에서 어떤 정책이 더 효율적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리적 접근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책이 더 경제적인지, 혹은 더 효과적인지 비교 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한다. 실제로 예일대 연구팀과 특정 감염병 연구에 경제학의 주요 개념인 ‘게임이론’을 적용하기도 했다. 이런 시도는 보건학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였고, 지금은 익숙한 연구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교수님의 연구 결과는 영국의 로타바이러스 예방 접종 의무화에 기여했다. 이 연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인지(*로타 바이러스: 장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당시 영국 정부는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의 의무화 법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러 가지 백신 중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 결정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관련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 연구팀에 백신의 경제적 효과 분석을 의뢰했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백신을 제안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졌다. 백신 접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나는 아이의 생명과 직결된 또는 어린아이가 많이 걸릴 수 있는 전염병에 관심이 있고, 전염병의 확산을 막고 싶다. 아이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 사회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개인적인 철학이 연구를 시작하게 했다. 의료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로타바이러스로 인한 장염은 매우 흔한 병이지만 아프리카나 인도에서는 이 병으로 굉장히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대학원 재학 시절, 우연히 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과 관련된 기사를 보게 되었다. 바로 지도 교수님께 그 주제로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도 로타바이러스 관련 논문을 많이 썼는데, 지금은 인플루엔자나 뎅기열 바이러스 등 다른 감염병으로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수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수학은 정해진 답이 나오는 학문으로만 생각했는데 생물학과 연결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일정 구역에서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으면 씨가 마른다. 너무 적게 잡으면 특정 개체 수가 너무 많아진다. 적당한 어획량은 어떻게 산정해야 할까? 창 밖의 나무가 자라는 모양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 세포가 어떻게 분열을 하고, 얼마나 살다가 언제 소멸하는지 분석해서 나무를 더 잘 키우기 위한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평소에 잘 보이진 않지만 수학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있다. 이렇게 다양한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게 바로 수리생물학의 시작이다. 수학의 어떤 면이 연구에 도움을 주는가 수학의 가장 큰 특징은 분석이 가능한 심플하고 강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감염병과 같이 실제 사람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이 불가능한 분야에서 예측이 가지는 힘은 매우 크기 때문에 수학적인 툴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정 현상을 가상으로 수행시켜보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시뮬레이션에만 의지해 연구를 진행하면 실제 분석 결과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먼저 수학적인 분석을 통해 모델링 작업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그리고 여러 변수들을 추가로 적용하면서 점점 현실과 가까운 모델로 확장해 나간다. 수학은 누구나 어렵다 ‘수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군가에게 수학은 굉장히 어려운 학문인 것 같다 수학은 원래 어렵다. 이건 받아들여야 한다. 누군가에게 어려운 게 아니라 모두에게 어렵다. 나도 어렵다. 생각을 바꾸는 순간 마음이 조금 편해지지 않는가? 수학 문제는 안 풀리는 게 당연한 것이다. 반복을 해야 한다. 안 풀리면 덮어 놓고 내일 다시 본다. 그래도 안 풀리면 해답을 보고 다음 날에 다시 본다. 그래도 안 풀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날 문제가 풀린다. 수학은 어렵고, 포기하는 게 아니다. 얼마나 마음을 다독이며 잘 버티냐에 따라 누군가는 더 잘하게 된다. 마인드 컨트롤이다. 수학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가, 우리는 수학을 왜 배워야 할까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워준다. 비단 수학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서 토론을 하더라도 논리가 확실한 사람과 부실한 사람은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계산을 잘하는 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X값의 정답을 찾는 접근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정작 수학과에 오면 X값을 구하는 것보다 왜 X값인지 과정을 증명하는 일이 더 많다. 그만큼 논리적인 사고를 중요시한다는 뜻이다. 문제풀이의 속도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잘 되어 있다면 수학 분야에서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수학은 이미 실생활에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은 더욱 가시화 될 것이다 수학은 앞으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수학은 우리 삶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건물을 짓고, 도시를 개발하고, 자동차가 움직이고, 심지어 신호등이 켜져 있는 시간을 분석하는 사소한 것까지 모두 수학을 기반으로 한다. 이 양상은 데이터 사이언스와 4차 산업혁명과 연결되면서 점점 더 가시화 될 것이다.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학자는 연구할 수 있는 재료가 풍부해졌다. 수학을 접목할 수 있는 일이 더욱 많아진 거다. 수학을 탐구하게 하는 원동력이 있는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석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항상 사회 이슈를 놓치지 않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수리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도 매일 뉴스를 보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질병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수학자로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자들은 흡연과 같은 건강 문제에 있어서도 보건 전문가들과 다른 각도로 접근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대체 불가능한 수학자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 사실 수학을 연구하기 전에는 생화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생화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내가 수학을 제법 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수학과 생물학이 밀접하게 연결된 ‘수리생물학’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내가 전공하던 분야의 연장선에서 수학을 연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대학원에서 세부 전공 과목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였는데 한 교수님의 전염병 관련 세미나를 듣게 되었다. 강의는 굉장히 흥미롭고 신선했다. 나는 후에 그 교수님에게 지도교수가 되어 달라고 요청을 드렸고, 그 일을 계기로 박사 과정까지 밟게 되었다. 새로운 선택에 두려움은 없었는지 아무래도 직업적인 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학과를 나오면 대부분 의사가 되고, 간호학과를 나오면 간호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순수과학 분야는 상황이 좀 다르다. 수학 전공을 했다고 해서 수학자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약간의 불안함이 있었지만 ‘해보고 안되면 다른 걸 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몰입했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인생에서 확실한 것은 없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든 리스크는 있기 마련이다. 특히 학자의 길은 연구에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거는 일이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다. 하지만 간절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모험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내 청춘을 바쳐서라도 수학자가 되고 싶었다.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실제 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 다양한 사회 현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담뱃값 인상이 흡연자 감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연구 주제가 될 수 있다. 담뱃값을 아무런 객관적 근거 없이 인상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얼마를 올리는 것이 가장 적절할 지 예측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실에 기여하기 위한 연구와 함께, 순수과학으로서 수학의 이론적 측면도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여러 방안들에 대한 연구는 매우 이론적인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학계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어떤 수학자가 되고 싶은지 나 스스로는 아직 ‘인생 논문’이 없다고 느낀다. 그것을 아쉽게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학자로서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물론 나에게 부여된 시간과 신체 능력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가끔은 초조함이 엄습하기도 하지만 그 유한함이 나를 더 부지런하게 만든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만의 분야를 개척하고, 꾸준히 몰입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수학자로 남고 싶다.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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