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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마에스트로 진솔
Creator Crew

게임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마에스트로 진솔

Creator Crew: 엔씨의 콘텐츠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연결해 즐거움을 확장하는 사람들 웹 예능 <인생은 퀘스트> 첫 화의 주인공은 클래식과 게임 음악을 접목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신예 마에스트로 진솔입니다. 그녀는 현재 대구 MBC 교향악단의 전임 지휘자이자 게임 OST를 제작하고 공연하는 플래직의 대표, 아르티제와 말러리안의 예술 감독,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의 지휘자로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클래식과 게임에 대한 애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떤 퀘스트를 달성해왔는지 들어보겠습니다. 게임 음악이라는 새로운 퀘스트 엔씨의 웹 예능 <인생은 퀘스트>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내 경험이 <인생은 퀘스트>의 기획 의도와 딱 맞고, 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 거라 느꼈다. 나는 원래부터 인생은 퀘스트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꼭 세상이 나에게 주는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 퀘스트를 부여하고 달성하는 걸 즐긴다. 국내 유일의 게임 음악 오케스트라를 기획하는 플랫폼 ‘플래직’을 창업했다. 게임 음악과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신선한 조합인데, 그만큼 창업하겠다는 결심을 하긴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클래식 분야는 굉장히 좁은 세계다. 누군가는 이 분야를 넓혀야 한다는 갈급함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 게임 산업은 크게 성장했는데 게임 음악은 해외에서 공급받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도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인재들이 많은데 말이다. 사실 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누군가는 시작했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꼭 해보고 싶었다.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주변의 권유도 있어서 쉽게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2017년 세계 최초로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플래직’을 창업했다. 게임 OST 작업도 하고 공연에 맞게 악보를 만들고 편곡해서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한다. 클래식과 게임 음악은 많은 부분에서 다를 것 같다. 공연할 때 지휘자로서 어떤 차이점에 집중하는가. 일단, 음악적으로 차이가 있다. 클래식은 호흡이 매우 길다. 적어도 40분, 길게는 한 시간 반 이상 숨을 죽이고 음악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게임 음악은 구성면에서 클래식과 비슷해 듣기 좋고 아름답지만, 클래식보다 호흡이 짧다. 2~3분마다 관객들의 박수도 유도할 수 있고 듣는 사람도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또, 클래식 음악과 게임 음악은 관객층도 다르다. 게임 음악 공연을 찾는 관객들은 아무래도 게이머들이 많다. 공연장의 공기 흐름도, 관객석의 분위기도,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요구되는 사항도 모두 다르다. 지휘는 관계를 조율하고 사람을 아우르는 일 지휘자는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일 것 같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는 것은 어떤 일인가. 일반적으로 연주자는 악기를 잘 다루어 곡을 표현하면 된다. 몇 시간이고 계속 연습하면 그만큼 실력이 는다. 하지만 지휘는 반복된 연습만으론 안 된다. 지휘에서 제일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이다. 악보가 머릿속에 다 들어있어도 그걸 잘 전달하지 못하거나 단원들의 어려움을 헤아릴 줄 모르면 안 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하면 ‘카리스마 있는 강마에’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내 생각에 오케스트라는 수직적인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인 조직이다. 경력이 30년도 넘은 선생님들이 내 지휘에 따라 연주한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악기가 아니라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업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도, 합창단도 모두 프로들이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지휘자는 음악적인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각각의 입장을 헤아리고 소통하는 것이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은 타고난 건가? 커뮤니케이션, 리더십과 같은 역량은 어떻게 키웠나. 지휘자로서의 특별한 소통 방법을 터득하지는 않았다. 다만 단원들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리고 내 할 일을 최대한 열심히 한다. 나는 오히려 학창 시절에 왕따였다. 집에서는 음악 교수인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늘 주눅 들어있었다. 집도 학교도 가기 싫어서 온종일 PC방에서 게임만 했다. 그때 유행하던 게임을 한 번씩은 다 해본 것 같다. 나는 게임을 하면서 퀘스트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또 어느 날은 내 게임 레벨이 같은 파티의 친구보다 낮다는 걸 알고 레벨을 올리기 위해 밤을 새웠다. 내겐 그 과정이 소중한 학습이었다. 게임을 통해 도전정신, 경쟁심, 끈기를 배웠던 것 같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마음을 붙이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게임을 통해서는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쁨을 느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일과 회사를 경영하는 일은 비슷하면서도 다를 것 같다. 비슷한 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인가. 사실 비슷한 점이 더 많다. 지휘도 회사 경영도 항상 혼자 생각하고 판단해서 많은 일을 결정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이 과정이 어렵겠지만, 다행히 나에게는 수월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회사 대표로서는 상대적으로 개별적인 사안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펴야 하고,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줘야 한다. 내가 나서서 일을 도맡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일은 조금 다르다. 전적으로 단원들에게 연주를 맡긴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심리적 거리를 두고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지휘자에게는 항상 선을 지키는 위엄이 어느정도 필요하다. ‘플래직’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보통 게임 음악 공연은 의뢰를 받아 작업한다. 그러나 플래직은 자체적으로 기획해 IP 계약을 맺고 게임 음악 공연을 한 적 있다. 게임 음악 공연의 전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걸 배웠다. 관객과 단원들, 편곡자와 원곡자들, 해외 기업과 IP 계약 이해관계자 등 서로의 차이와 니즈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를 통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다. 나와 플래직은 여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성장 중이다. 플래직은 2019년 2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3년간 게임 음악을 공연하는 전속계약을 맺었다. 지금은 전속계약 건과 관련된 일들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모 게임회사와 공연을 할 예정이다. 편곡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책임을 맡은 일에는 자존심이 걸려있다 지휘자, 회사 대표, 예술 감독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일에 대한 기준이나 철학이 있는가. 나는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일단 내가 맡은 일에는 자존심이 걸려있다. 클래식 분야에서는 전공자를 프로, 비전공자를 아마추어로 정의한다. 하지만 사실 이런 정의가 반드시 실력에 비례하는 건 아니다. 아무리 전공자라 해도 자신의 열정을 증명할 실력이 없다면 프로라고 할 수 없다. 실력과 마음가짐을 함께 갖추고 있어야 진정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예술적인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가. 사실 나는 생각보다 훨씬 이성적인 성향의 사람이다. ​그래서 영감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길 바라지 않는다. 클래식이든 아니든 최대한 많은 사례와 패턴을 수집하고 재조립해서 나만의 것으로 만든다. 다양한 음악을 듣다 보면 이런저런 아쉬움이 생긴다. 그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실험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친다. 매 순간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어릴 적에 인상 깊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훈장님이 두 제자에게 천자문 외우기 숙제를 내주었다. 한 제자는 방에서 천자문만 달달 외웠지만, 다른 제자는 세상을 보고 오겠다고 나가버렸다. 나중에 훈장님은 천자문은 다 못 외워도 세상 이치를 훤히 깨우친 제자에게 ‘너는 만자문을 익혔구나!’라고 칭찬했다. 이 이야기처럼 지휘자도 악보만 보는 게 아니라 세상 공부도 해야 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도 회사 대표도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자리이기 때문에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런 부족함을 채우려고 항상 공부한다. 자신 있게 포디엄(podium) 위에 서고 회사를 이끌기 위해서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한다. 지휘 공부를 시작하면서 세운 꿈과 목표는 달성했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때 꿈 자체가 없었다. 자존감이 너무 낮았다. 무엇이 되겠다는 목표도 자신감도 없었다. 하지만 지휘 공부를 시작하고부터는 단기 목표가 하나둘씩 생겼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했다. 게임 퀘스트를 클리어하듯 목표들을 하나씩 달성해 나갔다. 목표 하나를 달성하면 자신감이 생겼고 그 자신감을 원동력 삼아 다음 목표에 도전했다. 그랬더니 차근차근 달성률이 높아졌다. 내겐 뭔가를 해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다. 혹시 여러 목표에 도전하면서 ‘그걸 왜 했을까’하고 후회했던 적이 있었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없다. 어쩌면 당시에는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힘들고 안 좋았다기보다는 힘들었기 때문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성장에 의미를 두고 살았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인생의 다음 퀘스트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이지만, 우선은 문화예술계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벽을 허물어 보기도 하며 다른 분야와의 간극을 좁혀 보고 싶다. 앞서 말했던 게임 음악의 선례처럼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도전해 볼 예정이다. 그럴수록 나의 분야에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식이 바뀌어 가는 데에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인식이 바뀌는 데에 발자국 하나 얹을 수 있다면 내 인생 퀘스트의 성공이 아닐까. ※인터뷰이의 답변은 개인적인 소견이며, NC 공식 블로그 및 당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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